韓, '북한 형제국' 쿠바와 외교 관계 수립…뉴욕서 합의 문서 교환

김성원 기자 2024-02-15 09:24:17
한국과 쿠바가 외교관계 수립을 공식 발표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와 헤라르도 페날베르 포르탈 쿠바 대사는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양국간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하고 수교를 위한 외교 공한을 교환했다.

중남미 국가 중 유일한 미수교국이었던 쿠바는 우리나라의 193번째 수교국이 됐다. 유엔 회원국 중 한국과 미수교국은 시리아만 남게 됐다.

한국과의 수교 사실을 알리는 쿠바 외교부 홈페이지 메인 첫 화면.               /사진=연합뉴스

쿠바는 1949년 대한민국을 승인했지만 1959년 사회주의 혁명 이후 양국 간 교류가 단절됐다. '북한의 형제국'으로 불려온 쿠바는 한국과 공식 수교 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

수교 협의는 북한과 쿠바간 끈끈한 관계 등을 고려해 그동안 물밑에서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며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수십 년 동안 수교를 방해해왔으니 이번에 전격적으로 빨리 발표한 것"이라며 "쿠바가 우리나라와의 경제 협력이나 문화 교류에 목말라 있었던 만큼, 북한에 알리지 않고 우리나라와 수교하고 싶어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로써 우리나라와 수교하지 않고 북한과 단독 수교한 국가는 기존 세 곳에서 팔레스타인, 시리아 2곳으로 줄었다.

외교부는 쿠바와 수교를 통해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 및 한국 기업 진출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양국 간 실질 협력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쿠바에는 일제 강점기에 이주한 한인 후손 1100여명이 거주 중이며, 코로나19 이전까지 연간 약 1만4000명의 한국인이 쿠바를 방문했다.

양국은 앞으로 상호 상주공관 개설 등 수교 후속 조치를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 2016년 쿠바를 방문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과 회담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편, 쿠바 외교부(MINREX)는 이날 성명을 통해 "2024년 2월 14일, 쿠바 공화국과 대한민국 간 외교 및 영사 관계가 미국 뉴욕 주재 양국 유엔 상임대표부 간 외교 공한(공적 서한) 교환을 통해 수립됐다"고 발표했다.

쿠바 정부는 이번 수교에 대해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 국제법, 그리고 외교 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서 확립된 정신과 규범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한국과 쿠바의 외교관계를 수립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한국과 쿠바의 전격적인 수교와 관련한 연합뉴스의 질의에 "한국은 자국 외교관계의 성격을 결정할 주권이 있으며 우리는 이를 존중한다"고 답했다.

주요 외신들도 한국과 쿠바의 첫 외교 관계 수립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로이터통신은 "한국이 북한의 냉전 시대 동맹국 중 한 곳인 쿠바와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며 '중남미 지역에서의 외교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한국 외교부 성명 내용을 보도했다.

AFP통신은 쿠바 싱크탱크인 국제정책연구센터의 2021년 연구자료를 인용해 "최근 몇 년간 한국과 쿠바는 자동차, 전자 제품, 휴대전화 산업에서 중요한 사업 관계를 구축했다"고 전했다. 또 쿠바 정부는 남북한 갈등에 대해 "항상 협상을 통한 해결책을 선호했다"고 덧붙였다.

김성원 기자 ksw@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