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vs FCP...이사진 소송 놓고 갈등 격화

홍선혜 기자 2024-02-16 09:54:46
KT&G와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의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백복인 KT&G 사장이 용퇴를 결정 후, 차기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각종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FCP는 이사진에 대한 1조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KT&G 이사회는 제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갈등은 격화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10일 FCP는 KT&G 감사위원회 위원장 앞으로 관련 이사책임 추궁 소 제기 청구서를 발송했다. 대상은 현재 사장직을 맞고 있는 백복인 사장을 비롯한 전·현 사내외 이사 21명이다. 

지난 10년 간 KT&G의 자사주 1000만주를 소각해 주주가치 제고에 활용하지 않고 재단 기금에 무상으로 증여했다는 이유에서다. KT&G 지분 약 1%를 보유하고 있는 FCP는 경영진에 대한 우호 지분을 늘려 회사에 약 1조원의 피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손해액은 활용된 자사주 1085만주와 더불어 KT&G의 최근 주가(주당 9만600원)를 곱해 산출한 가격이다.

KT&G 건물. / 사진=KT&G 


이에 대해 KT&G 이사회는 “회사의 자사주 처분은 모두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한 절차와 공시를 거쳤으며, 당사 공익재단 및 관련 기금의 주식 보유현황은 매년 공시를 통해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됐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또 “KT&G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는 자기주식 처분과 관련해 이사의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외부법률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 소 제기를 하지 않기로 결의했다”고 덧붙였다.

FCP는 이에 대해 “30일 이내에 소송을 진행하지 않으면 주주가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는 입장을 밝혔다.

이사회 기반 각종 의혹 뒤따라

이사회를 기반으로 둘러싼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새로운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사외이사 외유성 출장, 쪼개기 후원, 국방부 로비 의혹 등 각종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우선 KT&G가 매년 회삿돈 수천만 원을 들여 사외이사들에게 외유성 해외 출장을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T&G 사외이사들은 2012년부터 팬데믹 기간인 2020∼2021년을 제외하고 매년 한 번씩 약 일주일 동안 해외 출장을 간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이 사외이사들에게 비즈니스석 항공권과 고급 호텔 숙박료를 지원하고, 별도 식대·교통비 등 명목으로 하루 500달러를 지급했는데 크루즈 관광을 하거나 해외 출장에 배우자를 데려간 사외이사도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더불어 지난 2017년에는 일부 직원들과 함께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쪼개기 후원’ 의혹도 나왔다.

백복인 사장 4연임 도전 안해...공모 이후 9년만에 외부 공모 방식 선택

백 사장은 지난 1월 9일 이사회에 ’회사를 한 차원 더 높은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할때‘라며 용퇴를 결정했다. 또 선임절차의 공정성과 객관성 제고에 따른 이유로 이번 사추위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백 사장의 재직시절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차기 대표 심사를 맡은 만큼 공정성에서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 사장은 2015년 수장에 오른 후 2021년까지 3연임에 성공했다. KT&G는 2018년에는 서류 접수를 이틀 동안 진행하고 단 하루 만에 심사를 마쳤다. 이 과정은 2021년 더욱 간소해졌고 외부에서 봤을 때 백 사장을 마치 단독 후보에 추대하는 것처럼 보였다. 

당시 사추위(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모집공고 자체를 없앴고 의심을 품은 비판에 대해서는 심층인터뷰 등 마땅한 절차를 밟았다고 해명했다. 

FCP는 지난 2021년 사장 선임 당시 11영업일 만에 백복인 사장을 단독 후보로 추대한 것 등에 대해 공정성에 어긋난다고 판단. 연임이 아닌 외부인사 선임을 주장했으며 이를 의식해서 인지 올해는 외부 공모 방식을 선택했다. 이는 사장 후보 공모 이후 9년만이다.

올해 KT&G 사장 인선 절차는 이전과는 다르게 외부에서도 사장 자리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으며 실제 1차 숏리스트 8명에 절반이 사외 후보로 채워지기도 했다.

지난 1월 말 1차 숏리스트는 8명으로 사내 후보자 4명, 사외 후보자 4명으로 구성했다. 2차 숏리스트는 후보자들을 절반으로 줄여 명단을 공개하고 이달 중순 확정될 예정이다. 

임민규 KT&G 이사회 의장은 “자기주식 처분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주장과 의혹으로 인해 기업이미지가 실추되고 궁극적으로 주주 공동의 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앞으로도 이사회는 주주의 의견을 늘 경청하며 KT&G의 기업가치 증대 및 주주 전체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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