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지주사 재편, 조현준·조현상 '형제 경영권 분쟁' 리스크 해소 박차

계열 분리 2개 지주사 전환 속도…오는 7월 신설지주회사 출범
조 회장. 섬유·중공업, 조 부회장, 산업소재
조석래 명예회장 지분 증여 아직…지분 10.14% 향방 미지수
신종모 기자 2024-03-08 11:07:12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동생인 조현상 부회장이 각자 계열을 분리 경영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현재 이들 형제는 독립경영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분 관계를 정리하기 계열 분리를 추진 중이다. 이번 계열 분리는 지주회사별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효성그룹은 첨단소재 중심의 새로운 지주회사를 설립해 2개의 지주사 체제로 그룹을 재편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주사 재편은 지난 2014년 조현문 부사장이 조현준 회장을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한 후, 형제간 경영권 분쟁 리스크를 불식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현준 효성 회장(왼쪽), 조현상 효성 부회장, /사진=효성


8일 재계에 따르면 효성그룹의 지주사인 ㈜효성은 지난달 23일 이사회를 열고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 효성토요타 등 6개사에 대한 출자 부문을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회사 '㈜효성신설지주'(가칭)을 설립하는 분할 계획을 결의했다. 

효성그룹은 오는 6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회사분할 승인절차를 거친 후 7월 1일자로 존속회사인 ㈜효성과 신설법인인 효성신설지주 2개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할 예정이다.

조현준 회장이 기존 지주사를, 조현상 부회장이 신설 지주사 대표를 맡게 된다. 세부적으로 조 효성 회장은 섬유와 중공업, 건설 등을, 동생인 조 부회장은 첨단소재 부문을 각각 전담하며 책임 경영을 수행한다.

효성 지분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조 회장 21.94%, 조 부회장 21.42%로 비슷한 수준이다.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은 10.14%를 가지고 있다.

조 부회장이 이끌 신설 지주사인 효성신설지주는 미래 첨단소재 솔루션 분야에서 효성첨단소재를 주축으로 글로벌 소재 전문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성장 기회를 확보해 간다는 전략도 구체화한 상태다. 

앞서 효성은 지난 2018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는데 이번에 분할이 현실화되면 각 지주회사는 새로운 이사진을 꾸리고 독립경영을 본격화하게 된다. 

효성은 오는 15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을 사내이사에 재선임한다. 아울러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을 사외이사에 재선임하는 안건 등을 상정한다.

효성 서울 마포구 본사 전경. /사진=효성


‘형제의 난’ 불식인가 연장인가 

‘효성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효성그룹 일가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의 공갈미수 혐의는 재수사 끝에 불기소 결정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지난해 9월 조 전 부사장의 형 조 효성 회장을 상대로 한 공갈미수 혐의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회사 효성그룹을 상대로 한 공갈미수 혐의에 대해서도 ‘혐의없음’으로 판결했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4년 7월부터 조 회장과 주요 임원진의 횡령·배임 의혹 등을 주장하며 고소·고발했다. 

이에 조 회장 측은 지난 2017년 조 전 부사장이 “비상장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지 않으면 위법 행위가 담긴 자료를 검찰에 넘기겠다”고 자신을 협박했다며 맞고소했다.

이로써 ‘효성 형제의 난’은 일단락됐으나 여전히 효성그룹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이 나서 지난 10년간 이어진 ‘형제의 난’ 꼬리표를 떼고 동시에 책임 경영 강화를 위해 지주사 분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형제간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조 명예회장의 지분은 10.14%으로 현재 어느 누구에게도 증여하지 않은 상태다. 조 명예회장은 1935년생으로 고령인데다 건강이 악화되면서 입원을 반복하고 있다. 

조 명예회장의 지분 상속이 어느 쪽으로 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조 명예회장의 지분이 조 회장으로 간다면 조 부회장 역시 지분 매입과 우호세력 등과 결탁해 경영권 싸움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들 형제의 계열 분리는 10년간 이어온 효성그룹의 ‘형제의 난’ 종식을 뜻하는 것”이라며 “다만 지분을 놓고 벌이는 분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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