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홍콩 ELS 자율배상 1호 되나…금융권 '촉각'

신수정 기자 2024-03-19 16:26:37
우리은행 사옥.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이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한 자율배상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율배상 1호 은행으로서 어떤 배상 초안을 제시할지 금융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22일 이사회에서 홍콩 ELS 만기 도래 일정과 손실 예상 규모 등을 보고하고 자율배상에 관한 사항을 논의한 후 자사의 배상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이 이사회 직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기준안을 적용해 신속히 고객 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데 그칠 것이란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하는 우리은행의 홍콩 ELS 자율배상안은 내달 9일자로 시행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내달 12일 또 한 차례 홍콩 ELS 만기가 오는 것에 대비한 선제적 배상으로 풀이된다. 이때 만기 ELS 규모는 약 43억원이다.

우리은행은 평균 배상비율을 50%대로 가정해 내부 시뮬레이션한 결과 총 배상액 규모가 최대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잠정 판단했다고 알려졌다. 우리은행의 H지수 ELS 판매 잔액은 총 413억원이며, 첫 만기 도래분의 손실률은 전날 종가 기준 –45%로 집계됐다. 

또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한 배상이 아닌, 자율배상을 실시하면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우리은행은 배임 적용 소지가 없다는 1차 법률 검토 결과를 확인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추가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는 만큼 이사회 최종 결의가 성사되기 직전까지 진통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홍콩 ELS 대규모 손실 발생에 따른 분쟁조정기준안을 제시했다. 금감원은 판매사 일방의 책임(100%)과 투자자 일방의 책임(0%) 모두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실제 배상비율은 20~60% 범위에 대다수 포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우리은행의 ELS 배상 선도와 관련해 금융권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먼저 홍콩 ELS를 판매한 은행 중 우리은행은 가장 적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자율배상에 따른 부담이 크지 않다는 시각이다. 판매사별 홍콩 ELS 판매 규모는 ▲KB국민은행 8조1200억원 ▲신한은행 2조3600억원 ▲하나은행 2조700억원 ▲NH농협은행 2조600억원 ▲SC제일은행 1조2400억원 ▲우리은행 400억원 등이다. 

금융위원장을 지낸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당국 사이에 물밑 교감을 바탕으로 이뤄진 결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금감원이 지난달 25일 홍콩 ELS를 판매한 금융사 11곳(은행 5곳‧증권사 6곳)에 대한 2차 현장검사를 진행했을 당시 유일하게 우리은행만 검사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이에 타 은행들의 부러움을 사는 동시에 형평성 논란도 부상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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