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수문장 교체…HBM 시장 주도권 탈환할까

전영현 부회장 긴급 투입…풍부한 경영노하우·리더십 기대
HBM 시장 주도권 탈환 급선무…엔비디아에 HBM3 공급 ‘분수령’
반도체 기술 초격차 달성·경쟁력 강화 우선
신종모 기자 2024-05-21 17:41:27
삼성전자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탈환하기 위해 반도체 사업부 수장 교체하는 강수를 던졌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반도체 사업을 재건하고 향후 미래 경쟁력 강화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을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에 위촉했다고 21일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이번 인사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하에서 대내외 분위기를 일신해 반도체의 미래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기존 경계현 사장은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경 사장은 최근 반도체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해 스스로 부문장에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DS부문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전방 IT 수요 부진이 불러온 반도체 업황 둔화로 인해 지난해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냈다. 

이에 큰 부담을 느낀 경 사장은 전영현 부회장이 맡던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전영현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시장서 주도권 빼앗긴 ‘삼성전자’…구원자 등판  

전 부회장은 총체적 위기에 빠진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이끌어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킬 구원자로 나설 예정이다.  

전 부회장은 지난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해 DRAM/Flash개발, 전략 마케팅 업무를 거쳐 지난 2014년부터 메모리 사업부장을 역임했다. 이후 지난 2017년에는 삼성SDI로 자리를 옮겨 5년간 대표이사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올해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위촉돼 삼성전자/전자관계사의 미래먹거리 발굴역할을 수행해 왔다. 

삼성전자는 전 부회장이 그동안 축적한 풍부한 경영노하우와 리더십을 통해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인사로 DS부문이 사장 조직에서 부회장 조직으로 격상되면서 사업과 투자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삼성전자는 AI 시장 확대로 수요가 폭증하는 고성능 D램인 HBM 주도권을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내줬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세계 D램 시장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HBM 시장 주도권은 10년 전부터 SK하이닉스가 잡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집계 기준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4세대 제품인 HBM3를 지난 6월부터 독점 공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내년 2분기 양산 예정인 5세대 제품 HBM3E 최종 품질 테스트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이어 인텔에 매출 1위 자리를 빼앗겼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와 좀처럼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11.3%다. TSMC(61.2%)와의 점유율 격차는 직전 분기 45.5%포인트에서 49.9%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시그니아 바이 힐튼 호텔에서 가진 전 세계 미디어와 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3분기 엔비디아에 HBM3E 납품 명운 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수문장을 교체한 만큼 HBM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명운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생산능력(캐파) 확대와 초격차 기술력으로 5세대인 HBM3E 등 차세대 HBM 시장을 선점해 주도권 탈환에 나설 계획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18일(현지시간)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 행사장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HBM3E에 친필 사인을 남겼다.

황 CEO는 “아직 삼성의 HBM을 사용하고 있지 않고 있다”라며 “현재 테스트하고 있으며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우선 삼성전자는 오는 3분기 엔비디아에 HBM3E 제품 납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100명 규모의 태스크포스를 조직했으며 300명의 HBM4 개발팀을 꾸렸다. 

사실상 AI 초기 시장 경쟁에서 밀린 삼성전자는 HBM3E 이후 시장에서 반전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HBM 5세대인 HBM3E 8단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이어 2분기에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공급 규모를 비트(bit) 기준 전년 대비 3배 이상 지속해서 늘려가는 중이다. 해당 물량은 이미 공급사와 협의를 완료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전년 대비 크게 성장한 6300억달러(약 842조75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DS부문의 매출도 지난 2022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성장하는 생성형 AI용 수요 대응을 위해 HBM 캐파 확대와 함께 공급을 지속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동시에 고객별로 최적화된 '맞춤형 HBM' 제품으로 주요 고객사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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