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 "최초의 양계 스마트팜, 이젠 최대 규모의 자동화 꿈꾸죠"

경기도 연천군 양계농가
조영미 기자 2020-01-15 10:16:00
사진=민영농장 최훈 대표
사진=민영농장 최훈 대표


"'닭만 잘 키우면 되겠지'라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아 갈피를 못 잡은 적이 많았죠. 지난 날을 돌이켜보면 쉽고 편했던 적은 한번 도 없었던 거 같습니다. 항상 부족했고 많은 실패가 있었지만, 함께하는 가족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결국 가족이 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민영 농장은 경기도 연천지역에 양계 스마트팜이 최초로 도입된 곳이다. 이곳의 계사 규모는 3개 동에 약 2,413㎡, 평균 입식 수수는 4만 5천수 정도로 다른 육계 농장보다 오히려 작은 규모에 속한다. 그러나, 이 농장은 전국 최고 수준의 사양 성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농장이다. 최훈 대표는 '스마트팜'이 비결이라고 정의내린다. 스마트팜이 분명히 이전과 다른 삶의 방식과 영농 방식들을 가져다주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가족 떠올리며 힘든 순간 극복했죠

최훈 대표는 2002년에 귀농한 17년 차 귀농인이다. 이전부터는 엘리베이터 엔지니어 일을 해왔는데, 워낙 일이 바빠 가정을 돌볼 여유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수입도 많지 않아 경제적 어려움이 컸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이 위탁 사업인 양계 얘기를 꺼내면서 업을 전향하는 방법을 추천해줬다. 고민 끝에 최훈 대표는 현재 농장을 2천만 원에 임대해 육계를 시작하게 된 게 오늘날 민영농장의 출발이었다. 하지만, 추천만 받아 아무것도 모르고 준비가 안 된 싱태에서 시작한 탓에, 처음 3년 동안은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고 한다.

최 대표는 힘든 순간마다 가족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아는 사람도 알려주는 사람도 없어, 상차반 업무를 병행하며 여러 농장을 방문하고 농장 사장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씩 배워나갔다. 그렇게 무수히 많은 실패와 극복의 과정을 거친 끝에 민영 농장이 전국 최고 사양 수준의 육계 선도 농가를 일궈낼 수 있었다.

처음 견학한 화훼 스마트팜에 '무릎 탁!'

"처음으로 화훼 스마트팜 농장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복합환경제어 시스템을 통해 화훼가 생장하기 가장 적합한 온실 환경을 자동으로 조절, 관리하는 걸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는 '바로 이거다!' 라고 느꼈습니다."

최 대표는 양계는 무엇보다 계사의 환경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축산 시설 현대화 사업 등을 통해 환경 관리가 더욱 쉽도록 계사를 탈바꿈해왔지만, 기존 수동 방식의 관리 시스템에 대한 한계점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이에 화훼 스마트팜 농장을 방문하고 돌아오자마자 최 대표는 스마트팜 축산분야와 관련해 지원 사업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결국 군을 통해 지원 사업을 신청하게 되었다.

연천군 최초의 양계 스마트팜 사업

"민영농장이 당시 연천군 최초의 양계 스마트팜 지원 사업 수혜 사례였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부담감에 어깨가 많이 무겁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스마트팜이 향후 양계 운영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제가 열심히 노력해 선례로 남게된다면 나중에 지역 양계 농가에도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당시 연천군에서는 양계 관련 ICT융복합지원사업이 최초로 진행된 사례였다고 전한다. 최 대표는 막중한 책임감과 동시에 잘해내야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느끼게되었다며 심경을 전했다.

이후 최 대표는 2017년 11월 ICT융복합지원사업을 통해 온도관리기, 환기관리기, 조광기, 사료관리기, 음수측정기, 음압측정기, 습도측정기 등을 도입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제어하고 관리할 수 있는 환경통합관리시스템과 통합 플랫폼까지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의 장비가 24시간 내내 작동이 되고 있으며, 온도, 습도, 환기는 따로 제일 많이 확인하는 부분이라며 이는 특별한 시간을 정해두지 않고 수시로 확인한다고 했다. 현재 수준에서 양계 관련 스마트팜 시설과 장비는 다 갖췄다고 보고 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좀 더 인공지능화된 수준까지 가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앞으로 차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삶 얻었죠"


"이제는 시간을 내서 가족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갈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겼습니다." 최훈 대표는 무엇보다 자동화에 따른 삶의 질 향상을 가장 만족스러운 성과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스마트팜 도입후 50% 정도의 노동력 절감 효과와 최소 20~30%이상의 성적 향상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이전에는 환경에 따른 장비 세팅 변경 등 업무로 사육 기간 내내 농장을 계속 지키고 있을 수 밖에 없는데 데이터 확인과 수치 관리가 쉽게 가능해졌다고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데이터를 통한 개선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최훈 대표의 말에 따르면, 닭의 사육 기간이 짧다보니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관리가 매우 큰 이슈다. 이러한 측면에서 데이터를 통한 개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것이다. 훨씬 수월해진 환경적인 데이터 수집과 분석은 예측을 통해 관리와 대응을 해줄 수가 있게 되어 닭의 스트레스를 현저히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민영농장의 올해 평균 생산지수는 400이 넘어 인터그레이션 계열 농장 중에서도 최고 수준을 보인다. 이러한 최고 수준의 사양 성적이 가능한 이유는 데이터에서 비롯됐다. 이전에 수기로 하던 것을 이제는 컴퓨터로 하게 되었다며, 데이터를 통한 개선 중 가장 중요한 효과가 사후 수습에서 사전 대응이 가능해졌다는 점을 꼽았다.

사진=민영농장 자동사료급이기
사진=민영농장 자동사료급이기


많이 알아보고 많이 배워야

최훈 대표는 스마트팜 성과는 모든 농가에 100%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사전에 설비와 관련된 공부를 해야함을 경고했다.

최 대표는 본인이 엔지니어 출신이라서 기계에 그나마 좀 더 익숙한 사람이라며, 이런 첨단 시설과 장비를 잘 활용하기 위해 배우려는 의지가 없다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그렇게 지식적인 배경과 배움의 의지가 있어야 스마트팜을 도입하더라도 어떤 게 잘 맞는 설비이고 좋은 장비인지를 확인하고 알아보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자칫, 잘못 도입하고 사용하다 보면 예전보다 농장 관리가 훨씬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민영 농장은 총 3개 동의 계사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 중 2개 동 은 리모델링을 통해, 1개 동은 신축을 진행하면서 스마트팜을 함께 도입했다고 한다. 기존의 2개 동의 경우 축산시설현대화사업을 통해 도입한 전동 설비가 수동으로 제어가 가능한 상태였는데, 스마트팜 도입 시 중요했던 점이 기존 시스템과의 충돌이 없고 기존 설비까지도 통합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육계 농장 중 수동으로 제어가 가능한 설비를 갖춘 곳이 많아서, 최 대표는 스마트팜을 도입할 경우 기존 설비와의 호환성 부분이나 인터페이스 관련 부분을 꼭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영 농장은 그 규모를 점차 늘려 8만 수까지 키울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게 목표다. 그 정도까지면 현재처럼 직원 없이도 스마트팜 기술과 장비만으로 가능할 거라는 생각에서다. 즉, 최대 규모의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농장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의미다. 또 장기적으로는 실제 사육 농장 외에도 견학 및 실습 전문 농장을 지어서, 직접 견학과 실습을 함께 할 수 있는 한국형 시범 양계 농장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 대표는 스마트팜을 통해 머지 않아 그 꿈을 이룰 수있다고 희망한다.

"제대로 된 국내 견학 농장이 있다면 정책 사업 비용을 쓰면서까지 굳이 해외 견학을 하러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실정에 맞는 최첨단 한국형 사육 시설을 갖추고 실질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양계 농가와 양계를 하려는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시범 모델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조영미 기자 news@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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