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8월에도 최대폭 증가…금융당국 "관리방안 마련"

빚투·영끌 우회에 신용대출 124조, 한 달만에 4조 증가
김보람 기자 2020-09-09 17:23:18
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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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에프엔=김보람 기자] 8월 가계대출이 또다시 역대 최대폭으로 늘었다. 특히 신용대출 증가 규모가 주택담보대출 증가세와 비슷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신용대출이 주택대출규제 우회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점검 중이다. 규정 위반이 적발되면 엄중히 조치하고, 점검 결과를 토대로 관리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8월말 기준 금융권 가계대출은 직전달보다 14조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규제에 주춤했던 주담대가 6조 3000억원 늘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자금대출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8월 전세대출은 증가규모는 3조 4000억원으로 직전달(+2.7조원) 증가세를 훌쩍 뛰어 넘었다.

신용대출도 역대 최대치로 증가했다. 8월 기타대출 증가액은 7조 7000억원으로 이중 신용대출이 6조 2000억원 늘었다. 금융권의 신용대출은 6월 3조 7000억원, 7월 4조 2000억원, 8월 6조 2000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신용대출이 주담대과 비슷하게 늘어나는 건 흔하지 않은 경우다. 보통 1명의 차주가 주담대로 빌리는 금액이 커 월별 집계에서도 주담대 증가세는 신용대출을 상회한다. 하지만 7월부터 신용대출 증가세(+4조 2000억원)가 주담대(+4조 3000억원)와 비슷해졌다.

이 같은 이례적 상황이 나온 건 저금리로 대출받아 주식투자와 부동산 매매를 하려는 수요가 많아졌고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빚을 내 버티는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늘어난 결과로 해석된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대출에 이어 신용대출도 규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신용대출 급증세가 일시적 현상인지, 아니면 추세적 흐름인지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의 주택대출규제 우회수단으로 신용대출이 악용되는 사례가 없는지 가계대출 전반에 대해서도 분석 중이다.

금융위는 “규제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엄중 조치하고, 가계대출 종합적인 점검 결과를 토대로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신용대출 규제 가능성은 은행에도 부정적인 요소다. 기준금리 하락에 지표금리까지 하락하면서 대출금리가 사상최저치로 떨어져서 은행의 주된 수익원인 예대마진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임에도 일부 은행은 이미 타행 대출을 끌어오기 위한 상품 개발 및 영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자를 덜 받더라도 대출 점유율을 더 높이는 게 이익이라는 판단이다.

이는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신용대출이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우회수단이 되지 않도록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실태점검을 개시했다"면서 은행권을 콕 집어 "최근의 신용대출이 늘어난 게 은행권의 대출실적 경쟁 때문인지 살펴보겠다"고 언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우회수요를 잡기 위해 대출 규제 정책을 가동할 경우 자금난에 허덕이는 실수요자인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자영업자 수는 코로나 사태 이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월 자영업자는 554만8000명으로 지난해 7월 보다 12만7000명 감소했다. 불과 1년 만에 자영업자 감소 폭이 5배로 커졌다.

자영업자 수는 줄었지만 대출액은 크게 늘었다. 5대 시중은행의 8월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도 260조925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말(239조4193억원) 대비 21조5065억원(8.98%) 증가한 규모다. 8개월 만에 이미 지난해 1년간 증가 금액(16조3637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자영업자 매출이 줄고, 월급·임대료 부담이 커진 탓이다. 결국 코로나 여파로 소상공인들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거나, 빚으로 버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연장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결국 정부가 신용대출에 대한 추가 규제를 고심하는 모양새지만, 금융당국 내부적으로는 신용대출을 제한하는 것이 지금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최근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금융회사들에 돈을 풀어달라고 했는데 신용대출 억제는 이와 상충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코로나 사태 이후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는 모습이다.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한 4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을 7조원 중반대로 편성키로 확정했다. 이번 편성안은 코로나 사태로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과 저소득 계층에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김보람 기자 news@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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