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4년새 209만명 증발…3040세대 고용 질적 악화

도소매업 20%↓ 숙박음식업 19%↓… 일용·임시직 감소율 25% 넘어
신종모 기자 2022-02-14 13:52:35
자료=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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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에프엔=신종모 기자] 주 40시간 전일제 일자리 기준으로 환산시 취업자가 4년새 209만명이 증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14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성신여대 박기성 교수팀에게 의뢰한 ‘전일제 환산 취업자로 본 고용의 변화’ 연구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임시·일용직, 도소매 숙박음식업종 등 고용 취약계층은 물론, 3040세대의 고용이 질적으로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 취업자 수와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 추이가 차이를 보이기 시작한 2017년 이후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해 박기성 교수팀이 전일제 환산(FTE) 방식의 취업자 규모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일제 환산 취업자는 2억6512만명으로 2017년에 비해 7.3%(209.2만명) 급감했다.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취업자 수가 같은 기간 2.1%(54.8만명) 증가한 것과 상반된 결과다.

박 교수는 “취업자의 ‘머릿수’는 늘었지만 일하는 시간의 총량은 줄었다는 의미”라면서 “고용상황이 외형적으로는 나아졌으나 질적으로는 후퇴하면서 ‘통계 거품’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7년 이후 취업자 증가가 주로 정부의 단시간 공공 일자리 정책에 의존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이후 2년간의 고용 상황에 대한 진단 역시 통계청 취업자 수 통계와 전일제 환산 통계 간 괴리가 크다. 지난해 통계청 취업자 수는 2019년 대비 0.6%(15만명)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를 전일제 기준으로 환산 시 취업자수는 오히려 4.0%(109.3만명) 감소했다.

박 교수는 “재정 및 금융 당국이 통계청 고용통계를 근거로 국내 경제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일제 환산 고용통계와 통계청 고용통계가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정확한 현실 인식을 위해서는 FTE 고용통계를 보조지표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 고용상황은 과거에는 정책적 이유”라면서 “이후에는 코로나19 충격에 따라 급격히 악화돼 왔으며, 아직 회복세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별로는 도소매업, 숙박음식업에서 전일제 환산 취업자 감소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도소매업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는 347만명으로 2017년 대비 20%(86.7만명) 감소했다. 이는 통계청 기준 취업자 수 감소폭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숙박·음식업도 2017년 대비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가 19%(51.8만명), 통계청 기준 취업자 수는 8.3%(19만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업종은 2019년 이전까지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임금근로자 고용에 큰 타격이 있었다. 2019년 이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업계의 매출이 급감, 4년간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가 가장 크게 감소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최저임금 29.1% 인상

제조업 분야에서도 기존 통계에 비해 실제 고용 침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분야의 전일제 환산 취업자는 지난해 455.5만명으로 2017년에 비해 11.3%(58.1만명) 감소했다.

반면 통계청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취업자 수가 4.3%(19.8만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돼 실제 제조업 고용시장의 타격이 통계 대비 약 3배가량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전후로 일거리가 줄어 제조업 근로자들이 퇴근 후 대리운전 등 투잡에 나서며 고용 통계가 실제보다 양호하게 집계되는 ‘통계 거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공일자리가 정책이 집중됐던 보건·사회복지서비스 분야도 통계청 기준으로는 취업자 수가 31.9% 늘어났으나 전일제 환산 기준으로는 15.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임시·일용직 등 취약계층이 고용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 지난해 전일제 환산 기준 취업자 수는 일용직(26.5%), 임시직(25.8%),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23.6%) 순으로 크게 감소했다.

박 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코로나19 충격 등의 영향으로 자영업자들이 직접 가게를 운영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2017년부터 지난해 취업자 수가 통계청 기준으로는 3.2% 증가했으나, 전일제 환산 기준으로는 오히려 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홀로 가게를 지킨 사장이 늘어났지만, 이들마저 예전보다 일거리가 줄어 쉬는 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료=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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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세대의 전일제 환산 취업자수는 지난 4년간 193.7만명이 줄어들었다. 지난 4년간 전일제 환산 취업자수는 30대 13.5%(82.6만명), 40대 14.7%(111.1만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청 기준 취업자 수 감소율(30대 6.8%, 40대 7.0%)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3040세대의 고용충격은 전일제 환산 고용률에서도 두드러졌다. 40대의 경우 지난해 전일제 환산 고용률이 78.7%로 2017년에 비해 9.5%p나 하락했으며 하락폭이 전체 연령대 중 가장 컸다.

30대 역시 전일제 환산 고용률이 2021년 76.0%로 2017년에 비해 5.9%p나 하락했다. 반면 통계청 방식으로는 같은 기간 40대 고용률 하락폭은 2.1%p에 그쳤고, 30대는 고용률 하락이 없었던 것으로 측정됐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2021년 540.6만명으로 2017년에 비해 32.2%(131.6만명)나 급등했다. 그러나 전일제 환산 기준으로는 2021년 취업자 수가 467.4만명으로 2017년 대비 17.9%(70.9만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박 교수는 “통계에 드러나지 않았던 3040세대의 고용총량 축소가 전일제 환산 방식을 통해 측정된 것”이라고 “통계청 취업자 수가 실제 노동 규모에 비해 2배가량 부풀려졌는데 이는 노인들에게 제공된 공공일자리가 대부분 주 20시간 이내의 파트타임 근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선진국들이 경험했듯이 우리나라도 경제 발전 과정에서 단시간 일자리 비중이 커지면서, 머릿수 세기 방식의 통계청 고용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시작했다”며 “전일제 환산(FTE) 고용통계의 공식 도입이 적극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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