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협력업체에 도 넘은 ‘갑질’…고유업무까지 전가

협력업체와 논의 없이 일방적 계약 변경…불복시 예산 등 압박
적격심사 기준 모호…협력업체 인건비 가중
한전 “추가 실사 등 면밀히 검토할 방침”
신종모 기자 2022-08-08 11:20:40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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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에프엔=신종모 기자]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설계를 비롯한 현장 안전감독 등 고유업무를 협력업체에 비공식적으로 전가한다는 갑질 논란이 제기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고(故) 김다운 씨의 사망사고로 중대재해처벌법이 화두가 돼 도급자의 지위를 가지는 가운데 대부분의 책임을 협력업체로 떠넘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전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전국 471개의 고압단가 계약업체와 도급계약을 맺고 올해 1월부터 안전관리 대책을 쉴 새 없이 쏟아내고 있다.

특히 한전은 처벌에서 자유롭고자 도급자의 지위에서 발주자로 내려가기 위해 대형로펌에 대응 매뉴얼 등을 의뢰하는 용역을 주는 등 사전준비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입찰계약을 진행하고 있는데도 업체들과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변경하기도 했다. 만약 업무 지시에 불복할시 시공통보불이행과 예산 등으로 협력업체를 압박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협력업체들은 한전의 고유업무 전가로 가중되는 인건비 부담을 모두 떠안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한전은 오히려 고용 창출을 위해 인력 고용을 늘리라는 기이한 행태를 취하고 있다.

앞서 한전은 지난해부터 예산 부족을 핑계로 공사가 완료했음에도 준공처리를 하지 않고 대금지급을 무기한 연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배전전문 협력업체 관계자는 “매년 반복된 일이지만 지난해부터는 직원들 급여를 줄 수 없을 정도로 파산 직전까지 내몰린 상황”이라며 “지난해 미지급분이 올해 1월에 일시적으로 예산을 풀어 지급되긴 했지만 해당 예산이 올해로 넘어오면서 사실상 예산이 깎인 것에 다름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한전이 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대책을 쏟아내기 시작한 가운데 도급사의 책임을 피하고자 협력업체의 제재와 해당 입찰 계약조건 및 업무처리지침 규정에도 없는 전주 오름(승주) 금지 등 일방적으로 계약변경을 일삼고 있다”며 “중대재해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시공통보를 급감시켜 협력업체들의 생존권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승주 오름을 비롯해 시공통보 급감이 협력업체들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이유는 한전의 적격심사 기준에 있다. 적격심사 기준에는 필수 보유전공 인원이 명시돼 있는데 추정도급액 55억원 이상의 지역의 경우 배선전공활선 4명, 배전전공 10명 이상이 승주를 못하게 돼 있어 기능인력을 보유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승주 오름이 전면 금지된 현재도 모든 협력업체는 기능인력을 보유해야 하는 적격심사 기준에 얽매여 기능인력을 채용하고 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한전, 일방적 품셈 무단 변경…업체 이중·삼중고

한전에서 요구하는 승주 오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활선버캣트럭이 다수 필요한 데 대당 비용이 2억원을 호가한다. 협력업체는 한전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빌미로 일방적으로 품셈 계약을 변경해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품셈은 사람이 인력 또는 기계로 어떠한 물체를 만드는 데에 대한 단위당 소요로 하는 노력과 능률 및 재료를 수량으로 표시한 것을 말한다.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는 “현재 준공 지연의 경우 한전의 무단 품셈 변경으로 인한 특정 공종이 3개월째 묶여 있는 상태”라면서 “특정 공종은 승주 오름 금지라는 일방적인 무단 계약변경에서 파생된 기계 오름 품셈 개정으로 인해 진행 중인 건으로 기계 오름 품셈의 변경 목적은 승주 오름 금지로 인해 기계(활선버캣)를 활용해 작업을 진행하게 되는 것으로 품셈 변경 또한 기존 계약업체들과 논의나 품셈 실사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이렇게 일방적으로 변경이 되다 보니 현장의 소리는 반영될 리 없었고 변압기 교체공사의 경우 품셈이 되려 60% 이상 삭감되는 기행을 만들어 냈다”며 “물가가 치솟는 와중에 아이러니하게도 한전에서는 품셈이 삭감되는 기이한 현상을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업체는 공사를 하고도 준공이 떨어지지 않아 업체 유지는 물론 직원들 급여를 분할해 지급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인한 시공통보급감과 공사대금마저 정산받지 못하고 있어 협력업체들은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전 관계자는 “전주 떨어짐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작업자가 전주에 직접 오름 작업을 제한하고 고소작업차 사용해 작업함을 원칙으로 함에 따라 실제 작업 방법에 적정한 품셈 제정을 추진했다”며 “안전대책의 현장 도입 시급성을 감안해 1회 품셈 실사 후 31개의 관련 잠정 품셈을 제정했고 품셈을 제정하는 절차에 따라 하반기에 추가 2회 현장실사를 시행해 확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이어 “제정한 31개 공종 전체의 공사비는 평균 56% 증가했으나 일부 공종의 공사비는 기존 대비 평균 27% 감소함에 따라 유관기관과 협의해 추가 실사 등 면밀히 검토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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