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토마 하우스’ 강성원·배윤정 부부 "대박 쫓지 말고 꾸준히 노력해야"

‘윤토마 하우스’ 강성원 (51) · 배윤정(49) / 강원횡성
실패담 교육이 오히려 성공스토리
조영미 기자 2020-01-17 11:03:00
사진=‘윤토마 하우스’ 강성원·배윤정 부부
사진=‘윤토마 하우스’ 강성원·배윤정 부부


시골이 좋아서 무작정 농촌으로 갔다. 귀농과 귀촌이라는 개념도 몰랐다. 특히 스키장 옆이 낭만과 여유가 있을 것 같아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이 강원도 횡성에 있는 스키장 근처를 새롭게 정착할 곳으로 정했다. 그런데 농촌에 도착하자마자 건물을 짓던 건축업자가 줄행랑을 쳐 졸지에 소중한 재산 1억여 원을 순식간에 날렸다. 건축업자가 중간에 잠적해 순식간에 ‘피 같은’ 돈을 손해본 것이다. 강성원(51) · 배윤정(49) 부부의 귀농생활은 이렇게 처참하게 시작했다. 지금은 후회한다. 집을 짓지 말고 빈집이나 싼집을 찾아볼 것을.

귀농 주택공사 건축업자 줄행랑으로 어려움


부부와 아들(현재 중학교 2학년)은 스키 타는 것을 좋아했다. 겨울이면 해마다 스키를 타기 위해 스키장을 찾아 돌아다녔다. 워낙 여행을 좋아하고 스키 타는 것을 즐겨했으니, 항상 겨울이 기다려졌다. 2016년 초. 이 때도 스키를 타기 위해 강원도 횡성 스키장을 찾았다. 왠지 이곳 스키장이 마음에 들었다. 슬로프는 물론이고, 주위 시설들이 눈에 들어왔다. ‘멋지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부부는 결심했다.

“이곳으로 귀농을 해 겨울이면 스키를 즐기고, 그 외 계절엔 농사를 짓고, 카페도 하면서 편하게 살자”

낭만과 경제적 풍요함까지 농촌이 제공해 줄 것이란 기대에 차 있었다. 초스피드로 귀농 절차를 밟았다. 귀농 교육이고 뭐고 다 필요없었다. 빨리 농촌으로 내려와 편하게 살고, 취미생활도 즐기고 싶었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속사포로 귀농은 진행됐다.

원래 이들은 인천에서 생활하며 10년 넘게 보습학원을 운영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보다 밤낮으로 학부모를 상대하는 게 더 힘들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학원 간 경쟁도 치열했다. 모든 것을 떠나 편안한 삶을 살고 싶었다. 횡성스키장을 다녀온 뒤 곧바로 재산을 정리했다.

남편 성원 씨는 이곳에 농가 주택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아내 윤정 씨는 농가에서 나오는 작물을 활용해 6차 산업으로 확장하고 카페까지 만들어 수익을 만든다는 멋진 구상에 빠졌다. 상상만으로도 부자가 된 것 같았고, 즐거웠다. 곧바로 집을 팔아 마련한 2억 1,000만 원으로 땅을 구입하고, 거주할 수 있는 건물을 지으려 했다.

지인으로부터 건축업자를 소개받았다. 곧바로 계약하고 돈을 줬다. 모든 것을 빨리 진행하려는 ‘추진력’은 자타가 인정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생각대로 공사 진행은 되지 않았고, 작업인부들은 말을 잘 듣지 않았다.

어떤 날은 콘센트 하나 다는데 하루종일 걸렸다. 거의 공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건축공사가 쉽지 않았다. 공사진전이 되지 않아 계속 재촉했지만, 돈 받은 건축업자는 배짱이었다. 돈을 줬지만, 건물은 지어지지도 않고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공사가 70% 진행되다 멈춰버린 것이다. 공사가 마무리 되지 않아 1억 원이라는 거금을 한꺼번에 날렸다. 사기로 고소했지만, 건축업자가 어느 정도 건물을 지었기 때문에 형사처벌은 쉽지 않았다. 민사로 법정에서 소송을 진행해 승소했지만, 건축업자 명의로 된 재산이 없어 환수조치도 쉽지 않았다.

귀농하자마자 재산을 날리고, 법정소송으로 우울한 귀농을 시작했다. 귀농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낌 부부가 이렇게 힘들게 된 이유를 곰곰이 생각했다. 귀농 교육을 받지 않고 무작정 일(?)을 저질렀기 때문이라 결론지었다. 귀농교육을 조금이라도 받았다면, 건축업자 줄행랑도 방지하고, 힘들게 귀농생활을 하지 않았을텐데. 부부는 후회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뒤늦은 후회에 불과할 뿐이었다. 충분한 정보를 알지 못한 채 귀농을 해 ‘귀농 실패’ 수업료를 소중한 재산으로 대신한 셈이다.

“귀농하기 전 철저한 준비가 정말 중요합니다. 특히 귀농할 때, 귀농할 곳 지방자치단체나 농업기술센터 등을 방문해 많이 알아본 뒤 귀농을 해야 합니다.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그곳 시·군청 귀농·귀촌과에 공식 등록돼 일하는 건축업 대표를 연결받은 뒤 하게 되면 사기를 당하지 않습니다. 공사계약서에 완공일 같은 정보를꼼꼼히 적어놓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들 부부는 횡성군 둔내면 특산물인 고랭지 토마토 등으로 건강한 수제 먹거리를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윤토마(토마토잼의 이름) 하우스’란 이름으로 카페를 만들었다. 직접 농사한 작물과 지역농산물을 활용해 수제 청과 잼을 만든다.



대박 없는 시골살이, 꾸준함 만이 살 길

건축업자는 집을 짓다 줄행랑치고, 토지 대출도 저리가 아니라 고리로 대출받아 그 피해가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이 죽으라는 법만은 없는 모양이었다. 오히려 이러한 실패담이 ‘전화위복’으로 작용했다. 우리처럼 실패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후배 귀농인들에게 알려달라는 강의가 빗발쳤다.

귀농 실패담이 ‘이렇게 귀농하면 안 된다’는 성공담으로 변하는 역설 현상이 벌어졌다. 요즘 실패담을 무용담처럼 이야기하면서 벌이들이는 강의료만 해도 쏠쏠하다. 오히려 예비귀농인들은 이런 이야기에 더 환호한다. 귀농 성공담만 하면 재미가 없었고, 이 부부가 이야기하면 배꼽잡고 웃는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적어도 실패한 귀농담도 예비귀농인들에게 귀감이 된 것은 분명해 보였다.

곳곳에서 강의를 하며 이제는 강의 수익도 꽤 된다. 이런 실패담 강의에 이어 요즘은 음식 솜씨가 뛰어난 아내 윤정 씨의 음식 만드는 법 강의까지 곁들여져 점점 강의가 늘어나고 있다. 2018년에만 강의 및 수업으로 1,5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부부는 본업 외에도 여러 일을 한다. 평소 마을주민들 일손을 거들며 농사를 배우지만, 농한기인 겨울이면 남편 성원 씨는 스노보드 강사로 변신한다. 윤정 씨는 아이들을 가르쳤던 재능을 살려 횡성 마을 선생님으로 활동하며, 학생들에게 수제 먹거리 만들기 수업을 한다.

부부는 농촌에서의 삶이, 힘든 것보다 즐거움이 크다고 말한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고, 교육서비스업으로 지쳤던 심신도 점차 회복해가는 중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들의 심했던 아토피 증상이 씻은 듯이 나아 기쁘다.

횡성으로 귀농했을 때 집 짓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고, 돈벌이도 시원치 않아 막막했었는데 이제 과거 이야기는 어느정도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즐거운 추억이 됐다. 물론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속이 쓰리지만.

부부는 대박을 쫓기 위해 귀농을 선택했지만, 결국 ‘쪽박’을 찼다. 하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이제는 안정을 찾고 아들도 시골에서 즐기며 재미있게 살고 있다. 꾸준함이 생명이었다.

“우리는 어떻게 보면 귀농생활을 통해 대박을 추구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귀농해 살아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구요. 철저한 준비 없이 내려온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귀농을 하려는 분들에게 대박을 쫓지 말고 꾸준히 노력해 하나하나 성실히 이루려는 목표를 달성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진= 윤토마하우스 카페 전경
사진= 윤토마하우스 카페 전경


성공을 위한 한 걸음 한 걸음 도전 중


아내 윤정 씨는 카페 운영도 낭만적인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멋진 풍경에 카페를 차려놓고, 블로그 등 SNS를 통해 알리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을 줄 알았다. SNS를 보고 이곳에서 힐링도 하고 차도 마실 것이라는 멋진 꿈을 꾸었다.

하지만 현실은 완전 달랐다. 하루에 한 팀의 손님도 방문하지 않기도 했다. 공상 속에서 꿈꾸었던 꿈에 불과했다. 그래서 이제는 운영방식도 바꿨다. 마냥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귀농 강의 요청이 오면 과감히 문을 닫고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 ‘지금은 강의중입니다’라는 푯말을 붙여놓고 강의를 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카페를 알린 결과, 강의를 들은 교육생이 찾아오기도 하고 손님도 늘게 되었다.

지금도 이들 부부는 성공을 위한 한 걸음 한 걸음 도전 중이다. 지금은 부부가 사는 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수입은 올랐지만, 무작정 귀농해 당했던 비용까지 갚으려면 아직도 해야할 일이 많다.

“우리 부부는 성공하지 않았고, 성공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도전 중입니다. 일손 부족을 채우기 위한 마을 농사일을 하며 농사 배우기, 현지 농산물을 이용한 먹거리 만들기, SNS로 판로 개척, 강의와 수업 등으로 이제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귀농을 하려면 경험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래서 귀농을 하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한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기술(포클레인, 지게차, 전기 등)을 익힌 후 오면 좋습니다. 버틸 수 있는 여유자금이 있어야 합니다. 작물 선택과 토지 구입보다 중요한 것은 시골살이를 견딜 수 있는 마음가짐입니다. 현지인과 귀농·귀촌인들이 서로 상호 협력할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귀농·귀촌은 가족이 함께하면 혼자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자녀가 어린 귀농·귀촌인들은 교육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지만, 실제 시골에 혜택이 더 많습니다.



조영미 기자 news@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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