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北, 협상 복귀해야…전작권? '솔직한' 대화로 풀자”

정우성 기자 2020-12-10 17:25:37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미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미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마트에프엔=정우성 기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한국을 찾아 북한이 대화에 복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2년간 대북특별대표로 북한과 협상을 맡았다.

비건 부장관은 10일 아산정책연구원 초청으로 '미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는 "싱가포르 정상합의가 우리가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잠재력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말했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 2년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성과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대북제재는 미국의 손에 있고, 미국은 북한과 새로운 관계를 구축할 의지가 있음을 북한에 분명히 밝혔다"고 했다.

그는 "문제는 북한이 이런 기회를 포착하기보다는 협상장애물들만을 찾아왔다는 점"이라면서 "외교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며 현재 8차 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북한이 외교적 협의를 재개해야 한다"고도 했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 2년간 후퇴, 실망, 놓친 기회들에도 불구하고 내가 대북특별대표를 맡은 첫날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공유한 한반도를 위한 비전이 가능하다고 믿으며 우리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미국은 싱가포르 공동선언에서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요소들에 대해서도 호혜적인 견지에서 협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북한에 전달해왔으며 북한이 탄도미사일, 핵무기, 생화학무기를 포기할 경우, 그들의 안전도 보장될 것"이라고 설득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전쟁 종식을 위한 협정이나 군비통제, 관계정상화, 연락사무소 수립 등 다양한 의제들을 논의하려 했다.

비건 부장관은 "북한은 제재완화 및 경제발전에 관심을 보였으며 미국 역시 북한이 비핵화를 할 준비가 됐다면 한국과의 투자협력 등을 통해 북한을 번영하게 만들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했다.

그는 "미·북이 모두 상대방이 모든 것을 일거에 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그렇기에 이행의 로드맵이 필요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작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실무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사실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비건 부장관은 "하노이 때 문제점은 회담 상대방이 비핵화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북미 정상외교와 실무협상이 동시에 이뤄져야 함을 지적한 것이다. 비건 부장관은 "미국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과 대화를 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하노이, 스톡홀름 등에서의 모든 회담에서 싱가포르 공동선언의 합의사항인 한국전쟁의 상처 치유, 미·북관계 전면 정상화, 한반도 비핵화를 병행 추진해왔다"고 말했다.

한미동맹을 강조했다. 비건 부장관은 "한·미 동맹은 과거 70여년 동안 한반도 안보와 지역 평화를 보장하는 도구였지만 앞으로의 70년에도 적합성을 지닌 것은 아니"라며 "지난 70년간 한반도의 상황은 분명히 바뀌었으며 동맹도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으로부터 남한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둔 동맹을 확장해 새 활력을 불어넣으면 양국 모두에 막대한 혜택을 가져올 수 있다"며 말했다.

또한 "한미동맹은 인도·태평양 평화시대(Pax Indo-Pacifica), 즉 평화롭고 보호받으며 인도·태평양을 구성하는 이들 모두에게 번영을 가져오는 시대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 양국을 '인도·태평양 지역 민주주의의 닻(anchor)'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는 "분담금 협상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의 도전들은 우리 지도자들이 한미동맹의 미래지향적인 목적에 목소리를 부여하지 못한 무능(inability)에서 비롯된다"면서 "솔직한 협의를 통해 현재 한·미가 당면한 비용분담(cost sharing)과 전작권 전환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우성 기자 wsj@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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