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흥국생명 이재영·다영 무기한 출전 정지… 쌍둥이 광고는 버젓이 게재

흥국생명 배구단, ‘학폭’에도 선수 안정이 우선이라며 징계 미뤄 논란

불분명한 ‘무기한 출전 정지’ 처분에 팬도 대중도 흥국생명 외면

이다영 SNS 저격글에서 시작돼 배구계 ‘학폭’ 미투로 사건 일파만파
김진환 기자 2021-02-15 10:33:11
학교폭력 사태로 무기한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흥국생명 이다영(좌측) 이재영 쌍둥이 자매. 사진=흥국생명 페이스북
학교폭력 사태로 무기한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흥국생명 이다영(좌측) 이재영 쌍둥이 자매. 사진=흥국생명 페이스북

[스마트에프엔=김진환 기자] 학교폭력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흥국생명 배구단의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선수가 결국 ‘무기한 출전 정지’라는 자체 징계를 받았다.

흥국생명은 15일 보도자료 및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피해자분들께서 겪었을 상처와 고통을 전적으로 이해하며 공감한다구단은 사안이 엄중한 만큼 해당 선수들에 대해 무기한 출전 정지를 결정하였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이재영, 이다영이 공식적으로 학교폭력을 인정하고 자필 사과문을 올린 이후에도 징계 보다는 두 선수의 심리적 안정이 우선이다는 이유를 들어 흥국생명 배구단은 징계를 미뤄왔다.

이후 남자배구 선수들의 심각한 학교폭력 사태와 두 쌍둥이 자매의 추가적인 학교폭력 고발이 나오면서 흥국생명은 팬과 대중으로부터 강도 높은 비난을 받아왔다.

여자배구 선수 학교폭력 사태 진상규명 및 엄정 대응 촉구합니다라는 청와대 청원도 이미 92000명을 넘어서는 등 이번 배구선수의 학교폭력 사태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분노가 크다.

그럼에도 흥국생명은 구체적인 징계안이 아닌 무기한 출전 정지라는 모호한 징계를 내려 중징계에도 여론이 좋지 못하다. 이번 흥국생명의 징계안을 바라본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영구제명 해라” “무기한 출전 정지? 그러다가 슬그머니 분위기 봐서 출전시키는 거 아니냐며 솜방망이 처분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물론 아직 KOVO(한국배구연맹)과 대한민국배구협회의 징계는 남았다. 여기서 두 선수에 대한 몇 년간의 자격정지와 벌금 처분이 내려질 수 있지만 영구제명은 어려워 보인다.

흥국생명은 15일 이재영, 이다영 선수의 징계를 확정했지만, 아직 흥국생명 배구단 홈페이지에는 두 선수의 광고가 버젓이 게재돼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사진=흥국생명 홈페이지
흥국생명은 15일 이재영, 이다영 선수의 징계를 확정했지만, 아직 흥국생명 배구단 홈페이지에는 두 선수의 광고가 버젓이 게재돼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사진=흥국생명 홈페이지

한편 사안의 엄중함을 안다고 했지만 아직 흥국생명 배구단 홈페이지에는 ‘재영/다영이 직접 녹음한 통화연결음 다운받으세요! 통화연결음 비용은 흥국생명에서 부담!’이라는 광고가 버젓이 게재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흥국생명 배구단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두 자매의 영향력이 워낙 컸기에 둘을 보험회사인 흥국생명 홍보에 적극 활용한 것이다. 통화연결음의 내용은 코로나19를 하나된 팀(one team)으로 극복하자” “경기에서 수비수 리베로가 있기에 든든하게 공격할 수 있듯이 어려울땐 흥국생명이 있다는 두 자매의 육성 멘트가 나온다.

징계내용 공지문과 함께 이재영, 이다영 자매의 얼굴이 버젓이 노출돼 있자, 이를 확인한 네티즌의 비난도 쏟아졌다. 현재 배너 광고는 그대로 있지만 통화연결음 다운로드는 중지된 상태다.

여자배구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의 신화도 여기서 멈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 코로나19로 해외 리그를 포기한 김연경 선수가 흥국생명으로 복귀(흥국생명은 김연경 선수를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주지 않고 임의탈퇴선수로 묶어뒀기 때문에 흥국생명 외 타 팀으로 갈 수가 없었다)하면서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지난 코보컵에서는 아쉽게 GS칼텍스에 패하면서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정규 V리그에 돌입하면서 흥국생명은 어우흥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단 한 게임도 패하지 않고 14연승이라는 최고 연승기록(타이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15연승을 했으면 여자 배구 사상 최고의 연승기록 이었지만 이때 다시 GS칼텍스에 첫 리그 패배를 당하면서 아쉽게 연승 행진을 멈췄다.

이후 다시 분위기를 다잡은 흥국생명은 2GS칼텍스와 승점차를 크게 벌리면서 압도적 1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다영 선수의 인스타그램 저격글의 대상이 김연경 선수인게 알려지면서 팀 분위기는 다시 주저 앉았다. 또 이재영, 이다영 자매의 학교폭력 사실이 알려진 이후 팀은 3연패를 당하면서 2GS칼텍스와 불과 승점 5점차로 좁혀졌다.

지난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서울 GS칼텍스 KIXX배구단의 경기에서 패배한 흥국생명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서울 GS칼텍스 KIXX배구단의 경기에서 패배한 흥국생명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자 프로 배구 6개 구단 중 가장 팀 분위기가 좋다고 평가 받는 GS칼텍스가 분위기를 탄데다, 흥국생명 이재영, 이다영 자매가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1위 수성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김연경 선수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침체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긴 역부족이다.

이다영의 SNS로 시작된 날개짓이 극단적 선택으로 의심되는 복통쇼와 배구계 학폭미투로까지 번지면서 흥국생명 배구단이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김연경 선수도 다음 시즌에는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게 된다. 정내미 떨어진 흥국생명에 잔류할 이유가 없다.

<아래는 흥국생명 배구단 이재영, 이다영 자매 징계 관련 전문이다>

흥국생명 배구단에서 말씀드립니다.

지난 10일 구단 소속 이재영, 이다영 선수가 중학교 선수 시절 학교 폭력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하였습니다. 피해자분들께서 어렵게 용기를 내어 피해 사실을 밝혀주셨습니다. 피해자분들께서 겪었을 그간의 상처와 고통을 전적으로 이해하며 공감합니다.

구단은 이번 일로 배구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께 실망을 끼쳐 드려 죄송하고 깊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학교 폭력은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며,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습니다. 두 선수는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등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구단도 해당 선수들의 잘못한 행동으로 인해 고통 받은 피해자분들께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드립니다.

구단은 사안이 엄중한 만큼 해당 선수들에 대해 무기한 출전 정지를 결정하였습니다.

두 선수는 자숙 기간 중 뼈를 깎는 반성은 물론 피해자분들을 직접 만나 용서를 비는 등 피해자분들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해야 할 것입니다.

구단은 이번 일을 거울삼아 배구단 운영에서 비인권적 사례가 없는지 스스로를 살피고, 선수단 모두가 성숙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성장하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이번 일로 상처 받은 피해자분들과 배구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김진환 기자 gbat@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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