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아파서 못 나온다” 쏟아지는 비난… 최정우 포스코 회장, 결국 ‘산업재해 청문회’ 출석

최정우 포스코 회장 “허리 아프다” 국회 산업재해 청문회 불출석 타진

연임 앞둔 최 회장, 중대재해처벌법 1호 기업 오명 쓸까 ‘좌불안석’
김진환 기자 2021-02-21 15:14:43
지난해 9월 1일 사회적 가치 관련 민간축제인 '소셜밸류커넥트(SOVAC) 2020' 개최를 맞아 최정우 포스코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마틴 브루더뮐러 독일 바스프(BASF) 회장 등 국내외 재계 인사들이 응원 메시지가 공개됐다. 사진은 축하 메시지 전하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9월 1일 사회적 가치 관련 민간축제인 '소셜밸류커넥트(SOVAC) 2020' 개최를 맞아 최정우 포스코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마틴 브루더뮐러 독일 바스프(BASF) 회장 등 국내외 재계 인사들이 응원 메시지가 공개됐다. 사진은 축하 메시지 전하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 사진=연합뉴스
[스마트에프엔=김진환 기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리는 산업재해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했다. 21일 포스코 관계자는 최 회장이 정상적으로 청문회 참석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최 회장은 허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청문회 불참을 통보해 국민적 반감을 샀다.

지난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국회의원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17) 국회 환노위에 지병으로 청문회 출석이 어렵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보냈다.

최 회장은 사유서에 평소 허리 지병이 있어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이 불편해 병원 진단을 받은 결과 2주간 안정가료가 필요하다는 의사 권유로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할 수 없다는 말씀을 올리고자 한다라며 양해해준다면 장인화 대표이사 사장이 대신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하는 방안을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위원들이 관심이 있는 양 제철소 사업과 안전에 관한 사항은 장인화 사장이 철강 부문장으로서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다장 사장이 위원 질의와 회사 안전대책에 성실히 답변할 수 있어 대리출석 양해를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사실이 공개되자 최 회장은 여야 정당 및 국민들로부터 거센 항의와 비난을 받았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포스코 포항제철소 청년 비정규직노동자 추모 기자회견'에서 청년 전태일,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 등 참석자들이 포스코 최정우 회장의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포스코 포항제철소 청년 비정규직노동자 추모 기자회견'에서 청년 전태일,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 등 참석자들이 포스코 최정우 회장의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정 민주당 노동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통해 “포스코는 산재 사망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중대재해 기업 중 하나로 청문회 참석과 산재 예방을 위한 진정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정우 회장의 청문회 불출석 통보는 노동자와 국민을 기만하는 후안무치하고 파렴치한 행위다포스코에서 5년간 42명의 노동자가 죽어나간 데 대해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최정우 회장과 같은 경영자에게는 현행 중대재해법으로도 부족하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최 회장은 불출석 통보 하루 전에 포스코 산업재해와 관련해 유족과 국민들에게 뒷북 사과를 해 논란이 됐다. 최 회장은 16일 포항제철소 원료부두 사고현장을 방문해 안전관리 상황을 점검하고, 사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유족들과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날 현장에서 최 회장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회사의 최고책임자로서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깊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유가족분들과의 진솔한 대화를 바탕으로 유가족분들이 요구하시는 추가 내용들이 있을 경우 이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최근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었는데 사람 한명 한명의 생명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라고 생각한다포스코는 이전부터 안전경영을 최우선 목표로 선언, 안전 설비에 1조원 이상을 투자했음에도 최근 사건들이 보여주듯이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음을 절감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등 정부 관계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여 특단의 대책을 원점에서부터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최근 협력업체 직원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북 포항제철소 원료부두 현장을 방문, 원료 컨베이어벨트에 올라가 설비를 직접 확인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지난 16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최근 협력업체 직원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북 포항제철소 원료부두 현장을 방문, 원료 컨베이어벨트에 올라가 설비를 직접 확인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하루 전에 모든 책임을 지고 정부 관계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한다던 최 회장은 허리 지병을 핑계로 국회 불출석을 타진한 것이다. 그랬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으니 슬그머니 출석으로 방향을 잡았다.

포스코 관계자에 따르면 평소 허리 지병이 있어 두 제철소의 운영과 안전 등 제반 업무를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철강 부문장인 대표이사 사장의 대신 출석 여부를 환노위에 질의했던 것이라며 환노위에서 이를 불출석 사유로 인정하지 않아 최 회장은 예정대로 출석한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이 즉각 꼬리를 내린 것은 내달 있을 포스코 정기주주총회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최 회장의 연임안이 최종 의결된다. 최 회장의 취임 이후 계속되는 사망사고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경영권 참여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중대재해처벌법 1호 기업으로 찍히게 되면 최 회장의 연임은 어려워진다.

한편 국회 환노위는 건설·택배·제조업 분야에서 최근 2년간 산업재해가 가장 자주 발생한 9개 기업 대표를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해 그 책임을 집중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환노위는 22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를 실시한다.

증인으로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이사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 우무현 GS건설 대표이사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이원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가 출석할 예정이다.



김진환 기자 gbat@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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