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정권에 무슨일이...최고액 5만원권 돈표 발행

기존 10배 넘는 초고액...경제난 타개 위한 고육책?
정우성 기자 2022-04-12 11:30:31
북한 5만원 돈표(앞면)
북한 5만원 돈표(앞면)
[스마트에프엔=정우성 기자]
북한 5만원 돈표(뒷면)
북한 5만원 돈표(뒷면)
북한 김정은 정권이 기존의 ‘돈표’ 최고액보다 무려 10배나 올린 5만원권 돈표를 최근 발행하고 이르면 다음 달부터 시중에 유통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임시 금권인 ‘돈표’는 19년만인 지난해 말 다시 등장했으나 최고액권은 정규 지폐와 같은 5000원권이었다. 따라서 돈표의 최고액 액면가를 수개월여 만에 10배나 올린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마트에프엔은 11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중앙은행 명의의 5만원(50000원)권 돈표의 앞뒷면을 촬영한 사진을 입수했다. 돈표의 앞면에는 왼쪽 상단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중앙은행 돈표’와 ‘주체 111(2022년)’이 표기돼 있고, 하단에는 숫자 ‘50000’이 큼지막하게 표기됐다. 또 오른쪽 하단에는 한글로 ‘오만원’이 기재돼 있으며, 중앙에는 백두산 천지를 형상화한 그림이 새겨졌다. 뒷면에는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 대각선 방향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중앙은행’ ‘50000’ ‘오만원’이 차례대로 표기됐다.

‘돈표’는 북한이 지난 2002년 6월까지 사용한 ‘외화교환권’이다. 모든 외화가 국가 소유였던 탓에 노동당 간부 등 외화 소유자들은 당국이 운영하는 환전소에서 환율에 따라 이 ‘돈표’를 환전 받아 외화상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장마당이 커지고, 민간 환전상이 늘어나면서 김정일 정권은 2002년 7월 경제관리 개선 조치 때 ‘돈표’ 제도를 폐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 돈표가 19년여 만에 다시 등장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1월 비공개로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지폐를 찍어내는 종이와 잉크 수입이 중단되면서 북한 종이로 만든 임시 금권, 이른바 ‘쿠폰’ 성격의 돈표를 다시 발행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특이한 점은 과거 돈표에는 발행처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무역은행’으로 ‘외화와 바꾼 돈표’라는 문구가 표기됐지만 최근의 돈표에는 발행처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중앙은행’으로 바뀌었고, 액수만 표기됐다. 이와 관련, 북한 전문가는 과거 시중에 풀린 외화를 거둬들이기 위해 발행한 돈표가 최근에는 본격적인 화폐 대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북한이 코로나 등의 영향으로 경제난이 심화하자 원화 가치를 높이고 외화를 거둬들이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북한 주민들에겐 초고액인 ‘5만원권’의 ‘돈표’를 발행한 것 같다”며 “하지만 현재 정규 화폐도 믿을 수 없는데 ‘돈표’ 같은 것을 누가 믿겠는가”라며 의아해했다.

북한은 현재 민간의 외화사용이 금지됐지만 장마당 등 시중에서는 달러와 위안화, 엔화 등이 주로 통용되고 있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또 다른 소식통은 “2021년 6월쯤부터 북한 당국이 민간 환전상을 심하게 단속한다는 소식이 들렸다”며 “돈표 재발행과 5만원권 돈표 발행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이며, 지난해 착공한 평양시 1만 세대 살림집 건설 계획을 마무리 짓기 위한 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한 고육책으로도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 북한 노동당이 내부 문서를 통해 밝힌 돈표 발행 이유도 “세계적인 보건위기(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국가적으로 공장, 기업소들의 생산과 경영활동에 필요한 현금 수요를 원만히 충족시키지 못하니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사업이 지장을 받고 있다. 국가에서는 화폐유통에서 일시적으로 조성된 난관을 주도적으로 타개하기 위해 5000원권종 중앙은행 돈표를 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5만원권 초고액권 돈표 발행은 북한의 경제사정이 지난해에 비해서도 현격히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수도권 모대학 북한학과 A교수는 “북한은 현재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유엔 제재가 비상한 효력을 내면서 북-중 무역의 재개도 완전하지 못해 심각한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고액권 돈표를 발행하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외화 확보와 내수 기업들의 원활한 결제를 통한 내수 활성화를 동시에 노리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의 달러-원 공식 환율은 달러당 약 100원이다. 반면 민간 환전상의 시세는 달러당 8000원에 육박했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강도 높은 단속으로 최근에는 4500원대로 폭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우성 기자 news@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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