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저조에 파업예고…'사면초가' 빠진 정유업계

오일 수송 차질이 불가피…정유업계 "상황에 맞게 대비하겠다"
최형호 기자 2022-11-23 16:30:13
[스마트에프엔=최형호 기자]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예고하며 소방서와 군납으로 들어가는 기름을 제외한 모든 정유기지를 틀어막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정유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제도 적용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24일 자정부터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다. 
화물연대 총파업을 이틀 앞둔 22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유업계에선 이번 파업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인천항 수출입 물류와 오일 수송 차질이 불가피한 것은 물론, 이에 따른 피해 또한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경기침체 여파로 실적이 저조한 정유사에, 설상가상 ‘물류 리스크’까지 더해지면 피해는 눈동이처럼 불어날 것이라 우려한다. 

앞서 GS칼텍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총 2조7416억원으로 직전 분기(7조5000억원) 보다 63.7% 감소했다.

에쓰오일(S-Oil)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70.3% 하락한 5117억원에 그쳤고, GS칼텍스는 영업이익 817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1.6% 급감했다. SK이노베이션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69.8% 줄어든 7039억원, 현대오일뱅크 영업이익도 7022억원으로 48.8% 줄었다.

여기에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정유업계는 약 5000억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 파업에는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 등 정유 4개사 오일 수송 조합원 600여명도 파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의미에서 '오일 쇼크'에 대비해야 한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우선 원활한 물류를 위해 공급 물량을 조절하는 한편 비상 수송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파업과 관련 대처방안에 대한 내성은 어느 정도 생겼다며 파업 예고에도 불구 느긋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아직은 화물연대 파업의 구체적인 방향 등이 제시되지 않아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지난 파업으로 인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하 노하우는 회사마다 갖고 있을 것"고 말했다. 

또 다른 정유사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비상상황은 딱이 아니다"라며 "지난 파업떄와 마찬가지로 파업연대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에 대한 대비는 철저히 해 둔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화물연대 측은 지난 6월에 이어 이번에 또 무기한 파업에 나서는 이유로 '정부의 합의 불이행'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6월 정부와 화물연대는 총 8일간의 파업을 종결하는 조건으로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법 개정에 나서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화물연대 측은 국토교통부가 안전운임제 도입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화물연대가 또 다시 ‘파업’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최형호 기자 rhyma@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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