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가 韓 대통령실 도청?" 美 감청 기밀문건 유출…대통령실, 보안 점검·강화 검토

대통령실, 내부 보안 점검·강화 등 자체 대응 방안 고심
NYT, 기밀문건 내용 보도…영국·이스라엘 등 '우방' 국내 정보 담겨
신종모 기자 2023-04-10 10:14:32
[스마트에프엔=신종모 기자]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우리나라 정부의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 논의 등 동맹국 정부를 감청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통령실은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에 영향이 미칠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1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정부는 미 국방부와 법무부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다만 내부 보안 점검과 강화를 포함해 자체 대응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언론을 통해 공개된 대화의 시점과 장소,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도·감청 여부 등의 사실 여부를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안보실과 대통령 경호처 차원의 자체적인 보안 점검 또는 강화 조치도 물밑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유출 사건 배후로 러시아 정부나 친러시아 조직이 지목되고 있다. 정부는 이들 조직이 동맹을 이간질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권 측 한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무관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미관계를 무분별하게 훼손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는 문건 유출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앞서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지난 8일(현지시간) “한국 정부 내에서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일 포탄을 미국에 제공할지를 놓고 논의가 진행됐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NYT가 보도한 이 문건에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공식 천명하는 방안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미국 정보당국이 전화 및 전자메시지를 도청하는 데에 사용하는 '시긴트'(SIGINT·신호 정보) 보고에서 확보됐다는 표현도 담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NYT는 미국 정보당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중요한 동맹에 대해서도 도청을 해 왔다고 덧붙였다. 

NYT는 이어 도청 사실이 공개되는 것은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을 위해 도움을 받아야 하는 한국과 같은 주요 파트너 국가와의 관계를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이번 사안이 국제사회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함으로 향후 외교 관계에 타격을 줄 수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건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자세한 정보도 풍부하게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과 이스라엘, 영국 등 우방을 포함한 다양한 나라의 국내 문제와 관련한 정보가 담겨 있다고 전했다.

한편 유출된 문건은 총 100쪽에 이른다. 미 국가안보국(NSA)·중앙정보국(CIA)·미 국무부 정보조사국 등 정부 정보기관 보고서를 미 합동참모본부가 취합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문건은 게임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에 먼저 등장하기 시작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4chan' 등에 유포된 후 텔레그램과 트위터 등으로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출 문건에는 미국이 러시아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최고 군사·정치 지도자들도 감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시사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정보뿐 아니라 중동과 중국 문제, 북한 핵 관련 진행 상황도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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