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한파’ 속 기업경기 체감…중소기업이 대기업 앞서

4월 BSI 조사 결과 대기업 1포인트↓·중소기업 2포인트↑
정부, 반도체 등 첨단산업 총력 ‘위기 극복’ 의지
기업, 소비진작·수출애로 등 맞춤형 지원방안 모색 필요 지적
신종모 기자 2023-05-08 16:09:54
[스마트에프엔=신종모 기자]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대기업과 수출기업이 줄어들고 중소기업에 역전되는 등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는 ‘자유’를 강조하면서 기업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기업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 수치인 셈이다. 

경제계는 현재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칫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BSI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제조업 업황 BSI는 전월과 같은 70을 기록했다. 

BSI는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된 통계다.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돌면 업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제조업 업황 BSI는 지난 2월(63) 2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3월∼4월 70을 나타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 재고가 늘면서 전자·영상·통신장비(-3포인트)가 하락했다. 철강 제품 가격이 내리면서 1차 금속(-9포인트) 체감경기도 악화했다.

반면 글로벌 수요 증가로 매출이 늘어나면서 화학물질·제품(8포인트)이 상승했다. 이는 단가가 높은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생산·수출이 늘어나며 자동차(6포인트) 경기도 개선됐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은 1포인트(P) 하락한 반면 중소기업은 2포인트 상승했다.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기준으로는 모두 전월과 같았다.

비제조업 업황 BSI(74)도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세부적으로 건설업(7포인트),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임대서비스업(4포인트) 등은 상승했다. 반면 도소매업(-4포인트), 정보통신업(-6포인트) 등은 하락했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종합한 전산업 업황 BSI는 전월과 같은 72를 기록했다. 

5월 업황에 대한 전망은 전월 대비 1포인트 상승한 BSI(74)로 조사됐다. 제조업(72)에서 3포인트, 비제조업(76)에서 1포인트 높아졌다.

기업 규모별로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의 부정적 전망이 더 컸다. 중국의 리오프닝, 실내 마스크 착용의무 해제 등의 기대감에 지수는 개선됐지만 수출, 내수 동반부진 상황을 뒤집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대기업의 체감경기 전망이 가장 좋지 않았다. 대기업은 철강, 반도체, 정유, 석유화학 등 주력업종의 수출 부진과 재고 과잉 상황이 지속되면서 체감경기 회복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경영리스크 요인으로 원자재가격 상승, 고금리에 따른 비용부담, 내수소비 둔화, 주요 수출국 경기침체, 원부자재 수급불안 등을 꼽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반도체 등 첨단산업 강공…기업, 경쟁력 강화 지원책 마련 우선

정부는 지난달 3월 15일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국가첨단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하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미래차, 바이오, 로봇 등 미래 먹거리 산업 6대 분야에 오는 2026년까지 550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오는 2042년까지 수도권에 300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유치해 세계 최대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경기 기흥, 화성, 평택, 이천 등에 반도체 생산단지가 조성돼 있다. 정부는 이들 단지와 인근 소부장 기업, 판교 팹리스 밸리와 연계해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만들 방안을 구체화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 감소와 무역적자 등을 타개하겠다는 의지다. 

사실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반도체 산업이 무너지면서 경기침체는 안보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빠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4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4월 반도체 수출액은 63억 8000만달러(약 8조 4200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41.0% 감소했다. 반도체 한 품목에서만 수출이 44억달러 줄어들었는데 이는 4월 전체 수출 감소액인 82억달러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현재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동시에 기업들의 세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반도체와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설비투자 세약공제율을 최대 25%까지 상향한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조례한 바 있다.

기업들도 미래 성장을 위해 선제적 투자에 나서는 등 ‘초격차 기술’ 확보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기업 한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경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불안,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시기와 맞물리면서 악재를 거듭하고 있다”며 “다만 올해 하반기부터 서버 등 고용량, 고성능 반도체 수요 회복이 본격화되고 주요 기업들의 생산 조정으로 초과공급 추세가 완화돼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첨단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한국경제는 코로나 엔데믹 상황에서 회복기 전환과 하락세 지속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중국 리오프닝, 한일관계 개선, 마스크 해제 등 대내외 호재 요인들이 실제 내수소비 활성화와 수출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소비진작 대책과 수출기업 애로해소 및 지원방안을 맞춤형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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