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인도의 시대
2024-01-25
[스마트에프엔=김성원 기자]
TV 다큐*를 함께 보는 중에 아내가/“늙어 남자 혼자 오래 살면 저리 추해. 내가 당신보다 조금은 더 오래 살아줄 거긴 하지만 혹시라도 내가 먼저 죽으면 조금만 더 살다 미련 없이 가”/라고 하기에//“고맙기는 한데, 뭐여 와가 아니라 가라고? 어디로”/서운한 투로 말꼬리를 잡으니//“말이 샌 거네요 샜어. 근데, 정말 서운하긴 한가보네”/은근슬쩍 몸 기대며 웃는다//‘농담 아니고 정말로 서운합니다. 다음 생은 나랑 살기 싫다 이거지?’/대놓고 따지려다가//‘하기사, 적지 않은 세월 모난 나와 부딪치며 살았는데 어딘가 금이 가 있는 게 당연하지, 깨져 조각나지 않은 게 참 다행이지!’/얼렁뚱땅 나도 얼른 따라 웃어넘겼습니다 * 다큐 : 다큐멘터리
-표제시 ‘은근슬쩍 얼렁뚱땅’ 전문
신현복 시인이 신작 시집 ‘은근슬쩍 얼렁뚱땅’을 내놨다. 현대시세계 시인선 149번으로 출간된 이번 시집은 2005년 ‘빈 항아리’ 외 4편으로 ‘문학·선’ 하반기호 신인상에 당선되어 이미 네 권의 시집을 펴낸 시인의 다섯 번째 노력 산물이다.
이번 시집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시집이자 사람과의 관계를 노래한 시집이다. 나아가 그 ‘사람과 관계’에서 어떻게 끌어올려야 하는지 어떻게 내려 받쳐줘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시집이다.
사람에 관한 이러한 내용을 다루는 시집인 만큼 참 쉽고 편하게 읽힌다. “시집 속에 신현복 시인 나름의 시선이 안착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때로는 ‘은근슬쩍’ 때로는 ‘얼렁뚱땅’으로 나타나는 신현복 식 어법과 그에 따른 시법은 유연하면서도 넉넉한 마음과 자세에 기인한다.
시집은 총 60편의 작품을 4부로 나눠 실었다. 시를 감상하다 보면 시인의 힘 빼는 기술과 받쳐주는 기술이 경지에 올랐음을 느끼게 된다. 시집이라기보다 시인 자신이 인생을 살아오면서 터득한 비기(祕記)를 간결하게 요약해 집대성한 해학과 경지의 지혜서로 읽히는 것은 이 시집의 또 다른 매력이다.
건설회사 홍보맨 출신이기도 한 시인은 시집 '동미집', '호수의 중심', '환한 말', '그쯤에서 눕길 잘했다'를 냈으며 '슬픔의 각도' 외 다수의 전망동인지 등에 참여했다. 현재 시그마스포츠클럽 SFC점(광화문점) 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김성원 기자 ksw@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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