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HMM 매각 공고..."새 주인 찾기 시작"

산은-해진공, 1조원 영구채 구주와 함께 매각할 예정
박재훈 기자 2023-07-21 10:32:07
[스마트에프엔=박재훈 기자]HMM(구 현대상선)의 매각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산업은행은 20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와 함께 HMM경영권 공동 매각을 위한 공개 경쟁 입찰 공고를 냈다"고 밝혔다. 

매각에 있어 최대 핵심이었던 영구채는 시장에 가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인수자와 협의해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매각할 HMM의 주식 물량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1억9900만주에 더해, 영구전환사채(CB)등에서 앞으로 주식으로 전환될 2억주를 합친 3억9900만주다. 영구채로 전환할 경우 매각 지분율은 약 38.9%로 알려졌다.

남은 영구채는 HMM의 상환권행사에 따라 순차적으로 전환 여부를 결정한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2만4000TEU급 ‘HMM Hamburg(함부르크)’호 전경 /사진=HMM


업계에서는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 처리방향이 HMM 매각의 주된 변수로 봤다. 두 기관이 보유한 영구전환사채(CB)와 영구신주인수권부사채(BW) 구주는 각각 1억119만주(20.69%)와 9759만주(19.96%)를 환산하면 약 2조8600억원가량이다. 이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두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에 이를 더한 가격이 총 인수가격이 된다.

이로 인해 인수에 거론되던 기업들은 "영구채 처리방향에 따라서 매각가가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이 부분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매수 여부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산은과 해진공은 HMM 인수가격 상승을 피하면서 배임 부담을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 인수자 협의로 영구채를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사전에 약정된 가격 대비 주가가 높음에도 주식으로 바꾸지 않을 경우 이익을 의도적으로 포기했다는 부분에서 이후 배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HMM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으로 영구채를 조기상환해 인수자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앞서 산은과 해진공은 지난 2021년 HMM의 조기상환에 응하지 않고 영구채를 주식 전환할만큼 조기상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적다.

영구채의 처리 방향은 정해졌으나 인수가격이 정해지지 않아 인수를 고민하는 기업들은 HMM 인수에 따른 이익을 면밀하게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HMM을 인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SM그룹은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표명했다. SM그룹 우오현 회장은 "HMM 매각 공고가 나오면 바로 인수전에 뛰어들겠다"며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HMM의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꾼다면 입찰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 회장은 "다른 인수 후보군들도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기 때문에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HMM 매각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현대글로비스와 LX그룹, CJ대한통운 등의 기업들도 우 회장의 발언을 고려해 신중을 가하고 있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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