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집권 훈센 사의··· "장남에게 총리 넘기겠다"

김성원 기자 2023-07-26 17:58:56
[스마트에프엔=김성원 기자] 38년째 집권을 이어온 훈센(71) 캄보디아 총리가 26일 사의를 표명했다. 자신의 장남인 훈 마넷에게 후임 총리직을 넘기겠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훈센은 이날 국영TV 특별 방송에 나와 "총리직에서 물러날 방침이며 이를 국민들이 이해해주기 바란다"면서 "3주 후부터 훈 마넷이 새 정부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훈센 총리는 “노로돔 시하모니 국왕 역시 이에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캄보디아 총리는 국왕이 국회 제1당의 추천을 받아 지명한다. 따라서 사실상 집권당을 이끄는 훈 센 총리에게 선택권이 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23일(현지시간) 프놈펜의 투표소에서 총선 투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훈센 총리가 속한 집권 캄보디아인민당(CPP)은 지난 23일 실시된 총선에서 압승해 일당 지배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CPP는 전체 의석 125개 중 120개를 차지했다. 나머지 5석은 친정부 성향의 정당인 푼신펙(FUNCINPEC)이 가져갔다.

훈센 총리는 이번 선거 직전 “총선 후 3~4주 내 훈 마넷이 총리가 될 수 있다”고 밝혀 권력 이양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시사했다.  

캄보디아군 부사령관이자 육군 대장인 훈 마넷은 올해 45세로 CPP 중앙위원회 상임위원을 맡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프놈펜의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2021년 12월2일 훈센 총리에 의해 후계자로 지명됐다. 같은달 24일 CPP도 그를 '미래의 총리 후보'로 지명하면서 후계자로 확정했다.

훈 마넷은 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와 영국 브리스톨대학에서 각각 경제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런 배경 때문에 아버지에 비해 개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978년 ‘킬링필드’ 학살을 자행한 폴포트 정권을 무너뜨리고 캄보디아인민공화국 수립을 주도한 훈센 총리는 32세였던 1985년 1월 총리에 취임했다. 하지만 38년 장기집권 과정에서 행한 정적 숙청과 언론 통제, 인권 탄압 논란 등으로 야당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훈 마넷이 새 총리가 되더라도 훈센은 여전히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훈센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총리직에서 물러나도 여당 대표직은 유지할 것이며 최고국가평의회 의장, 상원의장직을 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성원 기자 ksw@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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