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탈부착 스마트폰만 써라' EU의 배터리법...고민 빠진 삼성·애플

EU, 2027년까지 탈부착 배터리 스마트폰 의무화..."환경 보호 앞장"
삼성·애플, 유럽 시장 내 과반수 이상 점유율 차지
삼성 "내부적으로 검토 중"...애플 "방수 기능 저하로 교체형 배터리 적용 불가"
황성완 기자 2023-08-16 10:43:55
[스마트에프엔=황성완 기자] 지난 6월 유럽연합(EU)이 스마트폰 배터리 탈부착 의무화 법안을 통화시킴에 따라, 휴대폰 제조사는 오는 2027년까지 배터리일체형 스마트폰이 아닌 배터리를 탈 부착해야 하는 제품을 유럽지역에 공급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애플을 비롯한 휴대폰 제조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은 애초에 배터리일체형 제품이고,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역시 최근 수년간 배터리일체형 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은 탈부착 배터리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전체 제품 설계, 공급망, 장비 등을 갖춰야 하고 이에 적어도 몇 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탈부착 배터리를 탑재하면 현재 수준의 디자인을 유지하기 어렵고, IP68 등급의 방수·방진 등급 등을 유지하기 쉽지 않아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큰 부담이 될 예정이다.

애플은 일체형으로 배터리를 개발할 경우 아이폰 방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고, 일부 탈부착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 또한 내부적으로 고민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EU, 2027년까지 탈부착 배터리 스마트폰 의무화...'환경 보호' 앞장

EU 이사회는 지난달 10일 채택한 새로운 법안을 살펴보면 오는 2027년까지 최종 사용자가 휴대 기기에 장착된 배터리를 쉽게 분리·교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삼성전자,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교체형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을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EU 이사회는 2027년까지의 유예기간에 대해 "제품 설계를 요구 사항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법안은 배터리 기업들이 ▲탄소발자국 신고 ▲폐휴대폰 배터리 수거▲배터리 분리·교체 가능성▲재생원료 사용 최소 기준 설정▲공급망 실사▲QR코드 표시▲배터리 여권 작성 등의 의무를 골자로 한다. 예를 들어 배터리를 최초 판매하는 생산자에게는 폐배터리를 수거하고 구성물질을 회수해야 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휴대용 배터리의 경우 2023년엔 45%, 2027년엔 63%의 구체적 수거 목표를 줬다. 2027년까지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원자재중 코발트는 90%, 리튬은 50%를 회수해야 한다. 

이렇듯 EU의 배터리 규제는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줄여 환경 보호에 앞장선다는 취지다.

삼성전자가 도입한 갤럭시 자가 수리 도구와 갤럭시 S22 울트라 제품 사진 /사진=삼성전자

삼성·애플, 스마트폰 제조사 중 유럽 시장 내 과반수 점유율 차지..."교체형 배터리 탑재해야"

이 법안으로 인해 지난 1분기 기준 유럽 내 시장에서 과반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기업 삼성전자와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매년 스마트폰을 출시한다고 했을 때 늦어도 2027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S27과 아이폰19에는 일체형 배터리가 아닌 교체형 배터리를 탑재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양사의 점유율(57%)은 과반을 넘는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이전부터 배터리 탈부착형을 만들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S시리즈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 중 배터리 탈부착이 가능한 모델은 2014년에 출시된 갤럭시S5가 마지막이기 때문에 향후 변화가 주목된다. 아울러,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의 스마트폰 디자인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아직 법안이 실행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사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애플 아이폰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애플 "교체형 배터리 적용 못해"...방수 기능 저하 등 이유로 EU 법안에 반발

삼성전자와 달리 애플은 아이폰에 교체형 배터리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나서고 있다. 지난 3일 유튜브 채널 '올빗(Orbit)'에 따르면 존 터너스(John Ternus)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은 아이폰에 방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일체형 배터리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며, EU의 규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우회적으로 표했다. 애플의 경우 지난 2007년 아이폰 1세대를 출시한 이후 지금까지 일체형 배터리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다.

그는 "아이폰의 방수 등급은 IP68로 완벽한 성능을 자랑하며, 이 수준의 내구성을 얻으려면 첨단 접착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애플은 고객 사용성 측면을 고려했을 때 교체형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이는 탈착식 배터리를 사용하면 방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애플을 포함한 다양한 제조사들도 반대하고 나서는 상황이다.  사용자의 사용패턴에 따라 다르지만 현재 일반적인 스마트폰의 배터리 수명을 2년~3년으로 볼 때 배터리 탈부착이 현실화한다면 스마트폰의 교체 시기도 길어질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탈부착 배터리를 채택한 스마트폰이 이전처럼 보급되면 스마트폰 제조기업의 영업이익 타격도 예측된다.

일각에서도 방수·방진 기능 저하로 성능이 저하돼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더 짧아질 것이라는 이유로 "소비자를 위한 선택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EU는 잦은 전자기기 교체에서 발생하는 전자 폐기물이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며 C타입 단자 통일 등의 법안을 추진해 온 바 있다. 또 제조사의 생산라인 교체 및 제조원가 상승 부담이 곧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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