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찬성표 받은 KT 김영섭號 ...새로운 KT 구축 전략은?

30일 임시 주총 개최...최대주주 국민연금도 안건 '찬성'
장기간 경영 공백 극복 등 과제...새로운 KT 구현할까?
황성완 기자 2023-08-28 10:25:48
[스마트에프엔=황성완 기자] KT가 오는 30일 임시 주주총회(주총)를 개최한다. KT를 포함해 일각에서도 대표 내정자로 꼽힌 김영섭에 대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KT 차기 대표 선출의 가장 큰 장벽이었던 최대주주 국민연금 역시 김영섭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영섭 후보자가 KT의 장기간 지속된 경영 공백을 어떻게 메꿀 수 있을지가 업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미 김 후보자는 KT 각 사업부와 면담을 통해 '간이 보고'를 받으며 업무 파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오는 30일 임시 주총을 개최하고 김영섭 차기 대표 후보자의 선임 안건을 표결한다. 김 후보자는 60% 이상 찬성과 찬성한 비율이 전체 주식의 25%를 넘으면 대표로 정식 선임된다. 임기는 오는 2026년 정기 주총일까지로 2년 7개월이다. KT는 이번 임시 주총에서 ▲대표이사 선임의 건(김영섭 후보) ▲이사 선임의 건(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 사장) ▲경영계약서 승인의 건 ▲임원퇴직금지급규정 개정의 건 등의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KT 광화문 사옥

KT 최대주주 국민연금, 주총서 KT 대표 선임 '찬성표'...무난 통과 예상

KT의 지분 7.99%를 보유한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김 후보의 대표 선임에 대해 찬성 의견을 냈다. 국민연금 다음으로 올해 2분기(6월30일) 단일 기업 기준으로는 신한은행(5.57%)가 2대주주이며,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는 각각 4.69%와 3.1%의 지분을 보유했다. 양사의 지분을 더한 현대차 계열의 지분율은 7.79%다.

사실상 정부·여당의 의견 표출 창구 역할을 해왔던 국민연금은 KT의 차기 대표 선임 과정의 열쇠를 쥔 곳이다. 국민연금은 앞서 구현모 전 대표가 차기 대표 최종 후보에 뽑히자 "절차적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내놨었다. 이는 다른 주주의 반대 의견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 결국 구 전 대표는 중도 하차를 선택했다. 이어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사장이 차기 대표 후보로 결정됐지만, 국민연금에서 재차 반대 입장을 내놓으면서 자진해서 사퇴했었다.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김 후보의 대표 선임에 대해 찬성 의견을 내면서 다른 주주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와 신한은행은 김 후보에 대한 의견을 내지는 않았지만 최대주주가 찬성 의견을 낸만큼 반대 의견을 낼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결론이다.

글래스루이스·ISS 등 주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 역시도 김영섭 대표이사 후보 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 의사를 표한 바 있다.

KT 차기 대표로 선정된 전 김영섭 LG CNS 사장. /사진=LG CNS

'재무통'이라 불리는 김영섭 후보...디지코 KT 이후 어떤 전략 가져올까?

김 후보가 새로운 KT 구축을 위해 어떤 전략을 내세울지도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김 후보는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후 럭키금성상사(현 LX인터내셔널)에 입사해 LG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상무, LG CNS 솔루션사업본부장,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LG CNS CEO를 맡아 인공지능(AI)·클라우드 사업을 이끌며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이 기간 기존 사업부를 통폐합해 경영 효율을 끌어올린 경험이 있다.

과거 김 후보는 LG CNS CEO 취임 직후 임직원들에게 거문고 줄을 바꿔 매듯 느슨함을 버리고 긴장하라는 '해현경장'(解弦更張)과 형식보다 실질에 힘쓰라는 '사요무실'(事要務實)의 사자성어를 경영 키워드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을 만큼 한학에 관심이 깊다고 알려져 있다. 실적 향상을 강조한 그는 직원들에게 "중요하고 급한 일을 핵심만, 빠짐없이 보고할 것"을 주문하며 "보고할 내용 100가지가 있어도 가장 중요한 3가지만 보고하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김 후보는 2019년 당시 대기업 중 선도적으로 LG CNS에 역량이 뛰어난 직원에겐 나이·직급에 상관없이 더 많은 보상을 주는 '기술역량레벨' 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선임 5년차 이상으로 제한했던 책임(과장, 차장, 부장급) 승진 대상 기준도 없앴다. 일부 반발이 일자 김 후보가 직접 “기술중심 회사로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했고, 제도 도입 공청회를 30회 넘게 열어 소통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에서도 그가 재무통으로 불리는 만큼 LG유플러스와 LG CNS와의 인연으로 통신 및 IT 분야에 이해가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 후보자가 KT 대표에 취임하면 오랜 경영 공백 기간을 극복하고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KT를 겨냥해 이권 카르텔이라고 지적한 만큼, KT 인사구조 개편에 대한 고민도 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인선 과정에서 '측근 인사'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수위 조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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