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75) K-LCC의 설립 및 취항사(史)_1세대 항공사 ③

2023-08-30 06:55: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저축은행업계에서 우려했던 2011년 초가 되자 떠돌던 소문은 현실이 되어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가 벌어졌다. 한성항공을 무리하게 인수하는 등 온갖 묘수를 썼지만 토마토저축은행은 자체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받았고, 정부에 의해 제3자 매각을 위한 예금보험공사 소유 가교저축은행으로 넘어갔다.

저축은행 영업정지 조치이후 신생 티웨이항공은 급속하게 난기류에 휩싸였다. 표면적인 변화는 티웨이항공을 사실상 직접경영했던 토마토저축은행이 2011년 7월 금융당국의 자구계획에 따라 보유하고 있던 티웨이항공 지분 7.24%를 예림당에 20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2011년 10월초에는 토마토저축은행의 퇴출결정으로 티웨이항공은 다시 매물로 나왔다. 한성항공이 매각된 지 1년여 만에 다시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것이다.

그러나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오너리스크는 확대됐고 이를 기화로 원초적인 부정평판마저 쏟아져 나왔다. 토마토저축은행의 한성항공 인수 자체가 ‘저축은행의 외도’ 가운데 대표사례로 꼽혔다. 매물로 나온 티웨이항공의 2010년말 기준 최대주주는 신보종합투자로 지분 72.38%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토마토저축은행 지분 7.24%는 예림당으로 넘어갔고, 그 밖에 일반기업 3곳과 우리사주조합이 약 9.1%를 보유하고 있는 구조였다.

이후 티웨이항공의 운명은 신보종합투자의 손을 떠나 예금보험공사로 넘어갔다. 예금보험공사는 시장에서 퇴출된 저축은행들의 소유권을 모두 넘겨받아 시장에 매각하는 주체였다. 2012년 2월8일 예금보험공사는 티웨이항공을 공개매각한다고 발표했다. 공고를 통해 토마토저축은행과 토마토2저축은행이 질권을 설정하고 있는 티웨이항공 발행주식 72.38%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2012년 2월23일 마감된 티웨이항공 공개매각에 따른 입찰결과 티웨이항공 지분 7.24%를 갖고 있는 예림당과 이스타항공을 포함해 총 6개 기업이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력후보들의 불참으로 흥행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인수의지를 밝혀온 제주항공이 제안서 마감직전 불참을 선언하고, 대명그룹 역시 하루 전날 불참의사를 밝히면서 일찌감치 김빠진 M&A로 전락한 분위기였다.

때문에 가장 화제를 모은 건 이스타항공의 깜짝참여였다. 이스타항공은 당시에도 티웨이항공과 함께 자금난으로 인한 매각설이 끊이지 않던 곳이었기에 상당히 놀라는 분위기였다. 티웨이항공은 2012년 2월24일 입장자료를 내고 이스타항공의 인수전 참여에 대해 “한마디로 코미디”, “꼼수”라는 원색적인 단어로 격하게 반발했다. 티웨이항공은 "매각대상으로 함께 꼽히던 이스타항공이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은 코미디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경쟁사를 흔드는 속보이는 짓"이라고 비난했다. 이스타항공은 티웨이항공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스타항공은 "경쟁력을 갖추려면 규모의 경제, 경영의 합리화, 국제선 다각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 등이 필요한데 이왕이면 항공경험이 있는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좋지 않겠냐"며 "이스타항공 매각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예림당의 티웨이항공 인수전 참여를 두고도 이해상충 논란이 일었다. 보유중인 티웨이항공 지분을 동반매각할 수 있는 권리(tag-along)를 준 데다 이미 티웨이항공 경영전반에 사실상 관여하고 있어 여타 경쟁 인수후보들이 불공정 시비를 주장했다. 예림당은 이미 티웨이항공 지분 9.65%(400만주)를 보유한 주요 주주이기도 했다. 토마토저축은행의 자구계획 차원에서 티웨이항공 지분을 매각했다고는 하지만 당시 토마토저축은행의 파킹(parking)용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외에도 티웨이항공 공개매각에 따른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여러가지 이유로 난항을 겪었다. 2012년 3월20일 마감결과 예림당과 구택건설 등 2개사가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 의지를 거듭 밝혀왔던 이스타항공은 인수의향서를 결국 제출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감이후 구택건설 측에서 “예림당에게 유리하게 배점을 정하는 등 입찰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거세게 항의하면서 입찰을 담당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은 마감시한을 넘기고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못했다.

결국 예금보험공사는 2012년 3월21일 “적정한 투자자를 찾지 못해 유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1차 공개매각 실패에 따른 유찰이후 24일 만에 2차 공개매각이 추진됐다. 예금보험공사는 2012년 4월13일 토마토저축은행과 토마토2저축은행이 질권을 설정한 티웨이항공 지분 72.92%와 제일이상호저축은행이 보유한 0.23% 등 전체 73.15%의 매각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예림당이 Tag-Along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 9.65%의 지분도 추가매각된다고 덧붙였다. 입찰마감일은 2012년 4월23일이었다.

그런데 2012년 4월18일, 이번에는 티웨이항공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던 예림당이 2차 공개입찰에 불참한다고 발표했다. 예림당은 "내부논의와 외부자문을 통해 심사숙고 끝에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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