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車보험 과실비율 소송 맡겼더니…고객 보호 '뒷전’ 보험사들

신수정 기자 2023-09-09 16:22:17
[스마트에프엔=신수정 기자] 자동차사고 과실비율을 명확히 따져보려고 보험사와 함께 소송을 걸었다가, 쥐도 새도 모르는 사이 돌연 ‘화해권고결정’으로 마무리된 사연이 있어 주목된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한문철TV’에서 최근 소개된 사연이다.

사연을 공개한 A씨는 왼쪽 차로에 있던 택시가 깜빡이를 켜지 않고 오른쪽 차로로 진입하자 이를 피하려다 오른쪽 경계석에 충돌하는 사고를 냈다. 이에 택시가 70%, A씨가 30%로 과실비율이 정해졌다. 
 
택시 과실비율 100%를 확신한 A씨는 자신이 자동차보험을 가입한 B보험사에 소송 의사를 밝혔고, 소송은 항소심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때부터 보험사의 횡포가 시작됐다. B보험사가 법원으로부터 화해권고결정문 통보를 받고선, 이를 A씨에게 알리지 않고 독단적으로 사건을 종결한 것이다. 

차사고 과실비율 산정에 대한 항소심은 화해권고결정으로 마무리 짓는 경우가 있다. 이는 법원이 소송 사안에 대한 전후사정을 참작해 청구 취지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 사건을 공평하게 해결하기 위한 권고로, 판결과는 다른 의미다. 
 
이 사건의 화해권고결정에서는 원심과 동일한 과실비율(택시 70%, A씨 30%)을 책정했다. 통상 2주가량의 지급기일이 부여되는 점을 고려하면,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기 위해서는 화해권고결정문이 나온 때로부터 14일 이내 ‘이의신청’을 마쳐야 한다. 
 
하지만 A씨는 화해권고결정문이 통지된 지 4개월이 지나서야 법원의 결정을 알게 됐다. 이미 이의신청을 하기엔 기간이 한참 경과된 상황이다. 
 
A씨는 “아무도 제게 먼저 알려주지 않았다. 항상 전화하고 윽박질러야 알려준다”며 “B보험사 대응에 너무나 화가 난다”고 한탄했다. 결국, A씨는 30%의 본인 과실비율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결과를 맞았다. 
 
이 사연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소송 진행 상황을 알리지 않아 방어권을 보장받지 못한 사례로 평가된다. 보험사의 '직무유기' 또는 '방만한 근무행태'에 따른 가입자 피해 사례로 보인다.
 
사고 고객의 과실비율 불복은 대부분 고객 의사에 따라 보험사가 소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관련한 소송은 보험사 보상과에서 주관한다. 
 
그래서 '차대차 사고'의 경우 원고와 피고가 모두 보험사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소송의 근본적인 이유가 가입 고객에게 있기 때문에 보험사가 고객에게 소송 관련 상세 일정 등 진행상황을 알리는 게 일반적이다. 
 
차보험을 취급하는 복수의 손해보험사 관계자들은 A씨 사건과 관련 "보상 담당자의 잘못된 일처리"라고 지적했다. 한 손해보험 관계자는 "보상 담당자들은 많은 교통사고를 접하다보니까 직무 태만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는 직원도 소수 발생한다"고 귀띔했다. 
 
보험사들이 과실비율 관련 소송에서 고객 보호를 위해 힘쓰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문철 변호사는 "보험사는 나(고객)를 위해서 열심히 싸워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이번 사례처럼) 항소기간이 지난 후 결과를 알려주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화해권고결정을 법원의 판결이라 어쩔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경우도 많고, 항소할 사안인데도 변호사 선임 등 비용으로 실익이 없다면서 항소를 진행해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부연했다. 
 
A씨 사례는 차보험 가입자라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도 있는 사고라는 점에서, 이 같은 보험사의 무책임한 행태는 바로잡아야 할 사회적 문제다. 한 변호사는 B보험사가 어디인지에 대해선 함구했다. '내 편'이라 믿고 소송 맡긴 가입자의 신뢰를 무참히 저버린 보험사, 어디인가.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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