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닭이냐 달걀이냐'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딜레마 해결사...'에바(EVAR)' 김기재 CTO

다듬어야할 부분이 많은 사업...사업자 위주의 충전기 설치 지양해야한다
완속과 급속 모두 중요...기술이 쓰이는 분야나 상황이 다른 것
박재훈 기자 2023-09-14 09:36:15
[스마트에프엔=박재훈 기자] 글로벌적으로 탈탄소화가 가속화되면서 여러분야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 중 탈 것인 자동차에 대한 변화는 가장 눈에 띄는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우리는 어느때보다 많은 전기차를 도로위에서 마주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전기차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으로 보인다. 전기차가 삶에 바짝 다가왔고 미래의 이동수단이라는 것을 우리는 살갗으로 느끼고 있다. 그렇기에 전기차로 바꾸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는 쉽사리 전기차를 구매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선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꾸준히 거론되는 문제는 역시 '인프라'다.

주유소에 가면 빠른 시간안에 다시 도로를 달릴 수 있는 기존 내연기관과 달리 전기차는 도로위에 퍼포먼스와 달리 충전에 있어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충전 인프라 불편함 속 '에바(EVAR)'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해결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에바는 주거지 나 회사 등 우리가 오래 주차하는 장소에서 전기차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충전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삶에 녹이는 발자취를 찍고 있다. 에바는 전기차 충전업체 중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2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하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사용자 누구나 공간과 시간의 제약 없이 손쉬운 충전 라이프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에바의 김기재 CTO(최고기술경영자)를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서 직접 만났다.

김기재 에바 CTO가 회의실에서 전기 충전 인프라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있다. /사진=스마트에프엔 

에바의 시작...전기차도 핸드폰처럼 충전하면 좋을텐데

에바는 삼성전자의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LAB을 통해 탄생하게됐다. 2018년 분사하면서 에바라는 이름으로 창업을 했고 최초의 전기차 자율주행 충전 로봇 파키를 개발했다. 에바 본사에서 만난 김기재 CTO는 에바라는 회사의 이름이 파키의 프로젝트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충전 로봇이라는 뜻으로 Electric Vehicle Automatic Recharging의 앞 글자를 따와 EVAR(에바)가 됐다는 것이다.

김 CTO는 자율주행 충전 로봇인 '파키'의 시작도 이훈 에바 대표가 핸드폰처럼 전기차도 보조배터리로 충전을 편하게 하는 개념을 대입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발상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차량 충전기를 들고 다닐 수 없으니 전기차를 찾아오게 하자는 발상이었다.

이처럼 에바의 기발한 발상은 수많은 상패가 보여주듯 뛰어난 아이디어임에는 틀림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은 가이드라인이 없는 시장에 들어오기에는 조금 시기 상조였던 것 같다. 자율주행이라는 기술에 대한 국내 법적인 제도가 완벽하게 자리잡지 않은 탓에 실제 사용화까지 아직 시간이 걸리는 국면이다.


판교 에바 본사 내 제품 전시공간에 자율주행 충전로봇 파키가 전시돼 있다. /사진=스마트에프엔

"전기차 충전기 시장은 완속중심"...완속충전기로의 방향전환과 성공적인 안착과 초기의 어려움

이후 에바는 충전기 시장의 흐름이 완속 중심으로 갈 것으로 예상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내연기관과 달리 전기차는 충전의 특성상 다른 양상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본 것이다. 흔히 전기차 충전에서의 속도는 빠를 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틀린말은 아니지만 여러가지 제약이 있는 것을 간과한 생각이라고 김 CTO는 말했다.

김 CTO는 "우선 전기차 충전이 빠르게 되기 위해서는 전기 효율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단히 말하면 충전이 빨라지기 위해서는 충전기 선이 굵어질뿐만 아니라 부하도 심해지게 되는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CTO는 "이런 기술적인 문제와 한계 때문에 충전 속도에는 제한이 생기는 것"이라며 "가장 이상적인 것은 고속충전기가 아니더라도 주거지 혹은 회사처럼 오래 주차를 하는 장소에 충전기가 많이 설치돼 충전을 용이하게 하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CTO의 지적처럼 사용자들은 전기가 과도하게 사용될 경우의 상황을 간과한다. 인프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소의 제약이 있겠지만 결국 많은 전기차 수를 소화할 수 있는 충전장소를 확립하고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마냥 빠른 회전율이 최고라는 것은 아니라는 소리다.

김 CTO는 충전기를 설치하는 것에 대한 제도적인 부분도 개선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충전시설 사업 초기에 정부에서 지원한 보조금을 공익보다 사업자의 사익을 위한 충전기 설치로 이어지는 문제점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김 CTO는 "충전사업자들이 충전기를 설치하는데 통상적으로 많은 금액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도와주기 위해 나오는 보조금을 받고 충전사업자들이 사익 위주로 충전기 설치를 하면서 문제점이 많이 발생했다"고 사업 초기 당시의 문제점을 말했다. 

이어 김 CTO는 "충전기를 사용하는 것에 있어서 사용자가 접근하기 좋은 위치에 설치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전기선을 끌어오는 것이 쉽다는 이유나 거리가 멀어 설치에 금액이 많이 필요하거나하는 이유로 사업자들이 설치비용이 덜 들어가는 위치에 충전기를 설치하는 문제가 발생했었다"고 말했다.

판교에 위치한 에바 본사 사무실에 CES에서 받은 상패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스마트에프엔


이로인해 당시 사용자의 편의가 우선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발생했으며 사용자들이 찾지 않다 보니 관리 부실로 이어지는 일도 다반사였다고 한다. 이런 문제는 고객 불만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인프라 확대를 위해 지급하는 보조금이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했다는 지적외에도 김 CTO는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가에 대한 이유를 짚었다.

"보조금만 받고서 관리를 하지 않아 컨트롤이 어려운 업체도 존재했는데, 이는 아무래도 사업자들이 한전에서 전기를 사온 뒤 전기를 공급할 때 발생하는 차익으로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이다 보니 이런 문제점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보조금만 받고 일부 사업자들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보조금에 포커스를 맞추는 사업자가 많아지면서 보조금을 받기 위한 사업이라는 이미지가 초기에 형성됐었다"고 당시의 문제점에 대한 해석을 내놨다. 

충전기 사업은 초기에 비해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 그럼에도 충전기 사업은 다듬어가야할 부분이 많은 사업이다. 그렇다면 충전 인프라 확충에 대해서 기술적인 이슈와 사용자들의 인식 이슈 중 어떤 이슈가 먼저 해결되야 할까?
 
김 CTO는 "양쪽 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꼽자면 역시 업체들이 잘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의견을 말했다. 이어 김 CTO는"업체들의 좋은 대응과 기술 개선이 이뤄지면서 고객친화적인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것을 잘 고려해야하지 않을까 싶다"며 "인프라에 대한 딜레마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라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고 답했다.

판교 제2테크노밸리 경기기업성장센터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에바의 충전기가 작동되고 있다. /사진=스마트에프엔

완속 충전기로서의 자리매김...하지만 빠질 수 없는 급속충전기 시장 에바의 전략은?

에바는 완속 충전기 중심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고 그에 따른 기술을 개발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사용자들의 니즈는 빠른 속도의 충전을 원하고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물론 에바도 니즈를 인지하고 현재도 급속충전기를 개발하고 생산 중에 있다. 에바는 추후 차세대 버전의 충전기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보다 충전 시장에 있어 중요한 부분은 다른 곳에 있다고 김 CTO는 말했다.

"물론 앞서 말했듯 완속충전 중심으로 갈 것이라고 이야기한 것이 급속충전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전기차 충전은)휘발유처럼 기름을 넣는 시장과는 성격이 달라 다른 양상의 시장이 될 것이고 완속과 급속은 사용처가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원래 에바가 선보였던 자율주행 충전로봇이나 VMC처럼 차로 직접 호출해 충전을 도와주는 서비스 모두 상황에 따라 필요한 기술이고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다만 각 기술들이 필요한 분야나 상황이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충전 기술과 방식은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개발됐으며 방식과 기술은 상황에 따라 쓰임새가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VMC(Van Mounted Charger)같은 방식은 전기차가 도로위에 있어 충전소까지 이동이 어려울 때 가장 효율적이고 자율주행 충전로봇은 실내와 야외를 가리지 않고 충전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듯 모두 사용자의 상황에 맞춰 활용될 수 있다. 김 CTO는 에바가 급속충전 시장에서 후발주자라는 점을 짚으며 앞으로의 전략을 이야기했다. 

"우리가 완속으로 우선 포커스를 잡은 이유는 초기에 구상한 사업에 있어 법적인 규제가 완화되야할 필요가 있어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다행히 이것이 원활하게 흘러가면서 사세가 확장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완속충전이 중요하듯이 급속충전도 중요한 사업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시장에서 사용자들의 니즈를 봐도 급속충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우리도 인지한 부분이다. 하지만 우리가 급속충전에서 후발 주자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김기재 에바 CTO가 충전기 시장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사진=스마트에프엔 

급속에서는 확실한 후발주자...하지만 차별화와 품질 등 우리만의 강점으로 경쟁력 구축한다

"하지만 후발주자라는 부분보다 빠르고 차별화되면서 성장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제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부하분산식으로 서버와 연결이 되지 않아도 충전기끼리 IoT방식으로 연결되는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런 강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유수의 대기업들과의 협업도 진행됐다."

일반적으로 충전기 시장에서 완속충전을 하던 기업들이 급속으로 가기에는 기술의 벽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경쟁업체의 기술격차를 따라가기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에바는 이런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차별화된 강점을 완속충전기에서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에바가 최근 출시한 충전기 스마트차저2023에는 화재감지기능이 탑재됐다. 전기차 화재가 사용자들의 우려로 작용하는 가운데 에바는 충전기 업체로서 할 수 있는 솔루션을 내놓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화재는 충전기의 문제가 아니라 차량자체의 문제로 발생한다. 빈도가 많지는 않지만 발생한다는 사실 자체는 사용자들이 구매를 꺼리게 되는 부분이다. 에바의 스마트차저2023는 전기차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불길과 온도, 적외선 파장 등을 감지한다. 이를 통해 화재가 발생하면 초동조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충전을 멈추는 동시에 관제센터에 화재가 발생한 것을 알려준다.

안전을 고려해 탑재한 기능이지만 치열한 충전기 시장에서 차별화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후 스텝업을 위해 도전하게 될 급속충전기 시장에서도 이와 같은 차별점과 품질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에바의 목표 중 하나다.

판교 에바 본사 내 제품 전시공간에 에바의 급속충전기가 전시돼 있다. /사진=스마트에프엔


에바의 강점은 차별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에바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운용하고 있는데 이는 시장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강점으로 작용한다. 김 CTO는 두 분야를 운용하고 있는 것이 사업확장에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펼칠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 에바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같이 운영하고 있다. 다른 업체의 경우 특정 부분만 인하우스로 진행되거나 다른 부분은 외주를 맡기는 형식이다. 하지만 에바는 양쪽 모두를 IoT라는 특성에 맞춰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애플리케이션만 하더라도 소프트웨어만 다룬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하드웨어도 같이 운용할 수 있을 때 다양한 시나리오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에서도 강점을 가지고 있는 에바의 올해 목표는 무엇일까? 에바는 IoT라는 스마트 충전시설을 넘어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서버플랫폼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CTO는 서버플랫폼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지는 것을 강조했다.

"완속충전기에서의 성공처럼 라인업을 확장해 급속에서도 경쟁력을 가지는 것도 목표중 하나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충전기를 보유하는 충전기사업을 넘어 운영하고 있는 서버플랫폼도 국내보다 해외에서 확장하는 것도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목표라고 말하고 싶다. 해외에서도 충전기사업을 하는 것도 목표이긴 하지만 현재는 애플리케이션의 구동이나 서버관제방식등에 있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캐나다나 일본의 업체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충전기 사업과 동시에 서버 플랫폼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구축하는 것이 에바의 목표라고 말할 수 있겠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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