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반등해야 할 때... 부진 지속 '명품 플랫폼'의 선택은?

홍선혜 기자 2023-11-02 09:12:14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고 코로나 19 등 경기불황 속에서도 국내에서 명품 소비는 3년 동안 두배 이상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명품 플랫폼은 부진한 실적을 거두며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고가 사치품 (보석·귀금속·고급시계 등) 에 대한 과세건수는 2019년 2만9054건 대비 101.0% 증가한 5만8386건을 기록했다.

아울러 올 1월 미국경제 매체 블롬버그는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국이 명품 소비 1위 국가로 올랐다는 보도를 했다. 국내 소비자가 지난해 명품 옷과 가방 등 사치품을 구매한 금액은 전년 비 24%증가한 168억 달러로 한화로 환산하면 22조 6884억 원에 달한다. 

불경기 속 먹고 살기 어렵다는 말과는 상반된 결과다. 지난해 1인당 한국인의 명품 소비액 역시 325달러(43만 8750 원)로 미국(280달러)과 중국(55달러)보다도 훨씬 많은 금액을 명품에 투자하고 있었다. 

그러나 발란, 머스트잇, 트렌비 등 국내 명품 플랫폼은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올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이용자수는 638만명으로 전년 비 50%이상 감소했으며 적자도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들 3사는 불황타개를 위해 약 3개월 전 합병까지 논의했지만 결렬됐다.

명품 플랫폼은 초기 과도한 광고비용 투자 중 펜데믹의 직격탄을 맞았다. 다만 지난해부터는 엔데믹에 접어들어 위축된 소비심리가 다소 느슨해졌지만 해외여행객들이 급격하게 늘어가면서 소비가 분산돼 또 다시 반등 기회를 잡지 못했다. 

아울러 최근 몇 년간 온라인 명품 가품 논란 등으로 인해 온라인 명품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하락한 탓도 크다. 결국 이들 기업이 선택방안은 적과의 동침이다. 이커머스업계와 손잡고 인지도 및 수익개선에 총력을 다 하겠다는 계획이다. 
머스트잇 상품 API 연동 화면. / 사진=CJ온스타일

최근 11번가의 명품 버티컬 서비스 ‘우아럭스’에 공식입점한 트렌비는 내달부터는 샤넬, 구찌, 루이비통, 프라다, 디올 등 자체적으로 엄선한 중고 명품 5000여개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머스트잇은 지난 6월부터 CJ온스타일과 손을 잡고 플랫폼 내에 머스트잇의 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이커머스업계에서는 명품 플랫폼 이용 고객을 신규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고 객단가 까지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명품 플렛폼 역시 이커머스 입점을 통해 반등할 기회가 생기니 현 상황에서는 자존심을 굽히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더불어 가품 논란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 회복을 위해서는 오프라인 매장 확대도 중요하다. 

앞서 발란의 경우 지난해 5월 나이키 에어조던1 × 트레비스 스캇 레트로 하이 모카 운동화가 가품임이 드러났고 지난 10월, ‘스투시 월드투어 후드집업’ 역시 가품 논란에 휩싸였다. 더불어 지난해 3월과 4월 외부 해킹으로 약 162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약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트렌비 또한 지난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360만원 과태료를 지불했다.

발란 광고모델이었던 김혜수/사진=발란


이에 트렌비는 LF의 명품 시계 편집샵인 라움워치와 제휴를 맺고 고객과의 접점을 늘릴 예정이며 제품 소싱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발란의 경우 지난해 여의도 IFC몰에 오프라인 매장 ‘커넥티드 스토어’ 1호점을 개점했다. 이곳에서는 모든 제품을 착용할 수 있으며 온라인 재고와 가격 확인도 가능하다. 가품논란 이후 발란은 검수시스템도 대폭 강화했다. 발란측은 "지난해 8월 이후로는 더 이상 가품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11번가 명품 버티컬 우아럭스, 트렌비와 함께 중고명품 강화. / 사진=11번


아울러 지난 5월부터 '발송 책임 보상제'를 실시하고 있다. 발송 책임보상제란 고객이 상품 주문 시 각 상품란에 표시된 발송일을 지키지 못할 경우, 1차 지연 시 2%, 2차 지연 시 5%를 보상하는 제도로 누적 적용 시 상품 구매 금액의 총 7%까지 최대 7만원 한도에서 고객에게 보상하는 제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후 여행객들이 늘어났고 명품을 구매할 수 있는 통로역시 확대되면서 국내 명품플랫폼이 쉽게 반등하지 못했다 "며 "명품플랫폼은 이커머스 입점을 통해 실적개선을 노릴 수 있고 이커머스 입장에서는 기존 플랫폼 고객들을 유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명품플랫폼과 이커머스의 협업을 통해 긍정적인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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