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사 JP모건, 韓 공매도 금지에 ‘침묵’ 왜

신수정 기자 2023-11-10 17:47:29
케리 크레이스(Kerry Craig) 글로벌마켓전략 연구원(executive director)이 9일 오전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60/40 포트폴리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화자산운용

글로벌 대형투자사 JP모건(J.P. Morgan Asset Management)이 금융당국의 한시적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는 지난 6일부터 한국 단독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행된 직후 세계적인 투자자와 외신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과 대조된다. 

JP모건은 지난 9일 한화자산운용과의 공동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한시적 공매도 전면금지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답변을 생략했다. 

JP모건과 TDF(Target Date fund) 운용 부문 협업 관계인 한화자산운용은 JP모건에 통역하는 과정에서 “공매도 금지와 관련해서는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개인적으로 문의주시면 답변드리도록 하겠다”며 질문을 사전 차단했다. 

이후 본보가 추가로 질의했지만,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정책적으로 준법감시상 해당 부분에 대한 언급이 불가능하다”는 JP모건 본사의 입장을 대변했다. 사실상 JP모건의 답변 회피로 풀이된다. 

앞서 JP모건은 지난해 “한국 주식시장이 저평가됐다”며 “내년(2023년) 하반기에 개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었다. 이후 평가 개선을 예단했던 시점에 이르자 ‘공매도 금지’란 갑작스러운 변수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JP모건이 공매도 금지가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침묵했다. 

이는 세계적 투자 귀재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과 블룸버그 등 외신에서 연일 한국 단독 공매도 조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친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자로 불리는 로저스 회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전화 인터뷰에서 “공매도 금지는 실수”라며 “이런 바보 같은 짓을 계속하기 때문에 한국은 메이저 국제 금융 중심지가 될 수 없다”고 일갈했다. 게리 두건(Gary Dugan) 두바이 자산운용사 달마캐피털 CIO(최고투자책임자)는 외신 인터뷰에서 “(공매도 금지는) 한국 금융시장의 지위를 위태롭게 하고 선진시장 지위를 달성하는 데 방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브라이언 프레이타스 스마트카르마 홀딩스 애널리스트의 인터뷰를 인용해 “한국의 공매도 금지는 선진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더욱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도 “영향력 있는 지수 제공업체 MSCI가 한국을 선진국으로 격상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요인 중 하나로 공매도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꼽고 있다”며 “한국의 이번 조치로 한국 자본시장의 선진시장 진입이 늦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동종업계에선 외국계 자산운용사‧투자사들이 한국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을’의 입장이라고 봤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공매도 금지 조치가 이뤄지자 대내외에선 정치적 목적의 규제란 시각이 거세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운용사가 공매도 금지에 따른 향후 한국 시장을 전망하는 것 자체가 ‘사업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자산운용 관계자는 “외국계 자산운용사, 투자사는 모든 이슈에 대해 언론에 말하는 것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며 “특히 이번처럼 정부와 관련된 이슈라면 향후 한국에서의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에 굳이 파트너사인 한국 시장에 대해 말하지 않으려는 기조가 강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해외 운용사는 한국 주식시장에 시장조성자가 아닌 시장참여자로서 금융감독의 관리‧감독을 받는 입장”이라며 ”그러다 보니 코멘트를 되도록 아끼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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