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에도 ‘비즈니스 기회’ 확대 계기 마련

삼성 등 5대 그룹 중심 부산엑스포 유치 총력
사업 협력 기회 창출·새로운 시장 발견 등 결실 낳아
미·중·일 편중된 공급망 확대 계기 마련
신종모 기자 2023-11-29 09:55:51
‘2030 세계엑스포’ 개최지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로 최종 확정됐다. 한국은 이번 엑스포에 고배를 마셨지만 유치 활동 과정에서 새로운 글로벌 시장을 발굴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하는 등 대한민국 산업 전반의 글로벌 전략을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29일 정계와 재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7월 8일 부산엑스포 유치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민간 재단법인이었던 유치위원회와 정부 유치 지원위원회를 통합했다. 국무총리 직속으로 활동할 민·관 합동 유치위원회에는 국내 5대 그룹이 참여해 엑스포 유치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을 공동 위원장으로 하는 부산엑스포 정부 유치위원회를 발족해 전방위 지원에 나섰다.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국 선정을 위한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를 하루 앞둔 지난 27일 부산역광장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염원 결의대회에서 부산시민들이 엑스포 부산 유치를 응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국내 12대 주요 그룹도 지난해 6월 민간유치위원회 출범했다.

민간유치위원회는 18개월 동안 총 175개국의 정상과 장관 등 고위급 인사 3000여명을 만나 엑스포 유치 활동을 해왔다. 이를 위해 개최한 회의만 총 1645회에 달했다. 이중 절반에는 주요 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CEO)이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부산엑스포 유치에는 삼성과 SK, 현대차, LG, 롯데 등 주요 5대 그룹이 큰 힘을 보탰다. 

BIE 회원국 182개 중 삼성은 31개국, SK는 24개국, 현대차는 20개국, LG는 10개국을 맡아 유치에 나섰다. 

세부적으로 삼성은 네팔과 라오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레소토 등을, SK는 아프가니스탄과 아르메니아, 리투아니아, 몰타 등을 맡았다. 

현대차는 페루, 칠레, 바하마, 그리스 등이며 LG는 케냐와 소말리아, 르완다 등을 각각 담당했다. 롯데는 일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유치전을 펼쳤다.

공동유치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과 SK그룹 CEO들이 직접 방문했거나 국내외에서 면담한 나라만 180여개다. 그동안 가진 각국 정상과 BIE 대사 등 고위급 인사와의 개별 면담 횟수는 약 1천100회에 달했다. 

재계 총수들이 지난 6월 4차 경쟁 PT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5대 그룹 총수들은 직접 해외를 오가며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에 나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삼성 사장단, 지역 총괄장·법인장 등도 총 50여개국을 상대로 600회 이상의 미팅을 진행하며 교섭 활동을 전개했다.

앞서 이재용 회장은 지난 7월 피지, 통가, 사모아 방문, 8월 독일, 10월 스웨덴·영국 등을 찾아 총리와 미팅하는 등 매달 해외 출장을 통해 부산엑스포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달 초에는 태평양도서국포럼(PIF)에서 2박 3일간 총 10개국 태평양도서국 정상 및 장관들과 만나 부산엑스포 지지를 당부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종 투표가 이뤄지는 파리에서 송호성 기아 사장 등 주요 임원들과 마지막까지 유치 활동에 전념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주 사업보고회 일정을 일부 조정하고 임원 인사를 앞당겨 보고받은 뒤 파리에서 막판 엑스포 유치전에 함께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6월 30개국 대사를 부산으로 초청해 부산을 알렸고 교토 소비재 포럼에도 참석하는 등 베트남 정·재계 인사들과도 만났다.

특히 부산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사업 협력 기회 창출, 새로운 시장 발견, 공급망 확대 등의 경제외교 결실도 있었다. 

실제로 한국 기업들은 엑스포 유치전에서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에 편중됐으나 중남미, 아프리카, 태평양도서국 등으로 확장하는 기회가 됐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엑스포 유치전을 계기로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알려지고 관심을 갖지 않았던 국가를 직접 방문해 그 나라 정상 및 경제계 인사와 교류하며 시장 진출, 사업 협력 등을 모색할 수 있었다”며 “해외에 아직 우리가 몰랐던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가 있음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앞서 한 총리는 지난 2일 서아프리카국 토고를 방문 중 페이스북을 통해 “부산엑스포를 유치하려고 한 일이지만 전 세계를 달리며 구축한 '엑스포 네트워크'가 더 귀중한 자산일지도 모릅니다”며 “잘 키우면 우리 시장이 되고 때로는 방패와 갑옷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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