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송영길 구속…"증거인멸 염려"

법원,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행위, 제반 정황에 비춰 증거인멸 염려"
검찰, 20일 구속 기간에 살포 경위 재구성해 재판에 넘길 계획
박재훈 기자 2023-12-19 09:23:35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60) 전 민주당 대표가 18일 구속됐다.

지난 4월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으로 한 수사가 본격화된 지 8개월 만이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송 전 대표를 돈봉투 사건의 수혜자면서 최종 책임자로 지목하고 신병을 확보했다. 검찰은 돈봉투 수수 의원 규명을 위한 수사 동력도 확보하게 됐다. 한편, 구속영장 기각을 자신했던 송 전 대표는 법원 설득에 실패하면서 정치 인생 최대 위기로 내몰렸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마친 뒤 오후 11시59분께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당대표 경선과 관련한 금품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되는 등 사안이 중하다"며 "인적, 물적 증거에 관해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피의자의 행위 및 제반 정황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도 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3∼4월 국회의원 교부용 돈 봉투 20개를 포함해 총 6650만원을 당내 의원 및 지역본부장들에게 살포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또한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폰서로 지목된 사업가 김모씨, 무소속 이성만 의원으로부터 송 전 대표가 각각 부외 선거자금 5000만원, 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의원용 돈봉투가 살포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국회의원 모임에 참석했다는 관련자 진술도 확보했다. 송 전 대표는 2020년 1월∼2021년 12월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 연구소'(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등 7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직접 기업인의 공장을 방문한 뒤 먹사연에 후원금 송금이 이뤄지는 등 송 전 대표의 만남 전후로 후원이 이뤄진 정황을 다수 포착했다. 이 가운데 2021년 7∼8월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받은 4000만원은 소각 처리시설 인허가 로비 대가의 뇌물이라고 검찰은 판단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수사 시작 8개월 만에 의혹의 정점인 송 전 대표 신병 확보에 성공했다.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에서 시작된 돈봉투 수사는 지난 4월12일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화됐다.

수사 시작이루 검찰은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박용수 전 보좌관, 윤관석 의원을 차례로 구속기소하며 공여자 수사에 집중했다. 수사 과정에서 먹사연으로 불법 정치자금이 유입된 정황을 포착했으며 수사는 송 전 대표의 뇌물 혐의로까지 뻗어나갔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일정을 앞당겨 지난 4월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한 송 전 대표는 "주변 사람 말고 나를 구속하라"며 두 차례 자진 출석하기도 했으나 검찰 거부로 무산됐다. 송 전 대표는 이달 8일 첫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최장 20일의 구속 기간 송 전 대표를 상대로 돈봉투 살포 경위 등을 재구성하고 재판에 넘긴 뒤 공여자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또한 최대 20명에 달하는 돈봉투 수수 의원 특정 작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현재까지 특정된 수수 의원은 무소속 이성만 의원과 민주당 임종성·허종식 의원 등 3명이다. 수사 상황에 따라 민주당 의원들의 줄소환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구속 사실이 알려지자 송 전 대표가 대기하고 있던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 모인 지지자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사법부는 죽었다.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고 외치며 송 전 대표의 이름을 연호했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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