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프라하 카렐대서 총격사건…14명 사망·25명 부상

24세 예술학부 남학생 범인 추정…정부, 23일 '국가 애도의 날' 선포
신수정 기자 2023-12-22 09:46:09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체코 카렐대 철학부. 사진=연합뉴스


체코 프라하 명문 카렐대에 21일(현지시간)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 최소 사망자 14명과 부상자 25명이 발생했다. 사망자에는 총격범도 포함됐다. 

체코 CTK통신과 미국 CNN, 영국 가디언 등 현지언론·외신에 따르면 마르틴 본드라체크 경찰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카렐대에서 일어난 총격사건으로 14명이 사망하고, 2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며 “부상이 심각한 이들도 있어 희생자 수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연중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프라하의 대표적 명소인 카를교에서 불과 수백m(미터) 거리의 얀 팔라흐 광장에 있는 카렐대 철학부에서 발생했다. 1348년 설립된 카렐대는 유럽에서 오래된 대학 중 한 곳으로 재학생이 4만9500명에 달한다. 이들 중 철학부 재학생은 8000명이다.

사건 당시 철학부 건물 지붕에서 어두운 옷을 입은 채 총기를 들고 있는 한 남성의 모습이 포착됐다. 경찰 조사 결과, 총격범이 24세 남성으로, 카렐대 예술학부 학생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찰은 사망한 총격범의 신체 훼손 정도가 심해 아직 신원이 공식 확인되지는 않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조사당국에 따르면 극단주의 이데올로기(사상)나 단체와 연관된 것으로 의심하진 않는 상황이라고 전해졌다. 공범에 대한 단서도 현재로서는 포착되지 않았다. 경찰은 총격범이 해외의 총기 난사 사건들에서 영감을 얻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또 이날 총격사건에 앞서 살인을 저지른 정황도 파악했다. 경찰에 따르면, 총격범은 이날 오후 프라하 외곽의 고향 마을을 떠나 프라하 시내로 향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밝혔다. 

이후 그의 고향에서 55세인 그의 아버지가 시신으로 발견, 경찰은 총격범이 아버지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총격범의 자택을 수색한 결과, 그가 지난 15일 프라하에서 한 남성과 그의 생후 2개월 딸도 살해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경찰은 밝혔다.

총격범은 총기 허가증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경찰은 이날도 그가 여러 자루의 총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체코는 다른 EU 국가에 비해 비교적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편이다. 총기 면허를 취득하려면 건강 검진과 무기 숙련도 시험을 필수로 받아야 하지만, 범죄 기록은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통계에 따르면 체코에서 30만명 이상이 총기 허가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해 체코 정부에 등록된 총기는 100만정에 육박했다고 CNN은 전했다.

한편, 체코 정부는 총격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해 23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은 “카렐대 철학부에서 발생한 사건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총격 사건 희생자들의 유족과 친지들에 깊은 유감과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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