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자회사에 중간배당 요청…규모는 3조2000억원

한수원, 27일 이사회 열고 중간배당 안건 표결 예정
자회사들 부채 해결 위해 동참…추가 부담은 어려운 실정
박재훈 기자 2023-12-26 17:29:13
200조원이 넘는 부채로 인해 재무적으로 위기에 빠진 한국전력이 자회사들로부터 3조원 이상의 중간배당을 받는 절차에 들어갔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의 발전 자회사 중 하나인 한국동서발전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모회사인 한전이 요청한 2900억원 규모의 안건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에 위치한 한국전력 본사 전경 /사진=한국전력

오는 27일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이사회를 열어 한전이 요구한 중간배당 시행 안건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이외에도 29일까지 6개의 발전 자회사들이 중간배당을 결정할 이사회를 진행하거나 개최할 계획이다.

한전의 또 다른 자회사 한전KDN도 이번주 중간배당 안건을 결정하기 위해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한전이 7개 자회사들에 요청한 중간배당 금액은 총 3조2000억원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이 가장 많은 금액인 1조5600억원이며 한국동서발전 등 5개 화력발전 자회사들에 약 1조4800억원이 배정됐다. 한전KDN은 1600억원의 중간배당 요청이 갔다.

앞서 한전은 최대 4조원의 중간배당을 받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자회사들이 전례 없는 대규모 중간배당에 난색을 표했다. 결국 최종 요청액은 당초 목표보다 8000억원가량 감소했다.

당초 목표보다 규모는 감소했으멩도 자회사들은 현 재무 상황상 3조원이 넘는 대규모 중간배당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1조5000억원이 넘는 중간배당 요구를 받은 한수원의 경우 지난 9월 말 연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조원 남짓한 수준이다.

이 중 상당 부분은 경상비 등 운영비여서 중간배당이 확정되면 한수원은 내년 중간배당 재원의 상당 부분을 추가 회사채 발행이나 금융권 차입 등을 통해 확보할 수밖에 없다.

자회사들이 모기업인 한전의 재무 상황 개선을 위해 뜻을 모았지만 추가 부담은 어려운 상황이다.

중간배당을 먼저 의결한 동서발전은 한전에 이번 중간배당 이후 내년에는 연간 정기 배당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문서로 달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의 전례 없는 대규모 중간배당 요구는 내년 한전채 신규 발행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이뤄졌다.

법에 따라 한전은 '자본금+적립금'의 5배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시장 전망대로 올해 연간 6조원대 영업손실이 나면 내년 한전채 발행 한도는 현 발행 잔액 80조1000억원에도 못 미치는 74조5000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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