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부터 국내사까지”…연말·연초 증권가 무더기 징계 예고

금융위 증선위, 22일 '불법 공매도' 3개 금융사 과징금‧검찰 고발 의결
금감원, 내달 랩‧신탁 '돌려막기' 9개 증권사 265억여원 과징금 부과 제재심
신수정 기자 2023-12-29 19:26:17
금융감독원. 사진=신수정 기자

올해 연말 외국계부터 국내사까지 증권가에 대한 무더기 징계가 예고됐다. 금융당국은 채권형 랩어카운트(랩)‧특정금전신탁(신탁) 돌려막기와 불법(무차입) 공매도 등 위법 행위를 적발하고 이들 금융회사에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달 들어서 수조원대 랩‧신탁 운용 과정에서 수천억원 손실을 고객에 전가한 국내 증권사 9곳과 불법 공매도 주문을 넣은 외국계 투자은행(IB) 2곳의 제재 심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의 제재 심의 절차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 금융위 안건 소위 → 금융위 정례회의 등을 거치며, 이를 통해 징계 등 최종 처분이 확정된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2일 BNP파리바 홍콩법인, 홍콩HSBC 등 글로벌 IB 두곳과 BNP파리바의 계열사인 서울 소재 BNP파리바증권에 대해 총 265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매기기로 의결했다. 이는 과징금·과태료 합산 역대 최대 규모이며, 과거 2010년부터 올해 9월까지 부과된 전체 과징금 231억2230만원보다 크다. 금융위는 과징금과 함께 검찰 고발도 진행키로 했다. 
 
외국계 금융사의 처벌 수위가 강력해진 배경에는 그간 외국계 IB 중심으로 불법 공매도가 성행했지만, 금융당국 차원의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서 비롯됐다. 실제 2010년부터 2021년까지 무차입 공매도에 적발된 국내외 기관은 총 119개사며, 이중 102곳이 외국계 IB였다. 
 
금융투자업계는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이 외국계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사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견했다. BNP파리바의 주문을 받은 국내 수탁 증권사 BNP파리바증권에도 수십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되면서다. 자본시장법상 주문자는 공매도 전에 반드시 주식을 빌려와야 하며, 주문 수탁을 받은 증권사는 차입 공매도인지 여부를 확인할 의무가 있다. 
 
증선위는 BNP파리바증권에 "주문사의 공매도 포지션과 대차 내역을 매일 공유받고 결제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잔고 부족이 지속 발생했는데도 원인 파악과 예방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HSBC의 수탁증권사인 HSBC증권 서울지점에 대해선 확인 의무를 다했다고 판단하고 따로 제재하지 않았다.
 
글로벌 IB의 무차입 공매도를 알고도 묵인한 혐의로 국내 소재 증권사의 제재가 이뤄지면서 국내 증권업계에 불법 공매도 제재가 시작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해외에서 주문 수탁을 받는 증권사라면 어디나 불법 공매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금감원은 국내 9개 증권사(교보·미래에셋·유진·키움·하나·한국투자·KB·NH투자·SK증권)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결과 랩·신탁 상품을 운용하면서 수천억원대 손실을 ‘돌려막기’한 사실을 적발, 이르면 내달 제재심의위원회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금감원 검사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단기 자금시장 경색으로 랩·신탁의 만기 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워지자, 이들 증권사가 고객 계좌 기업어음(CP)을 다른 고객 계좌로 고가 매수하는 방식으로 수익률을 보전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정황이 확인됐다. 
 
이번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금감원은 9개 증권사 30여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즉시 수사당국에 이첩할 방침이다. 또 금감원은 일부 증권사에서 경영진이 돌려막기를 직접 지시했거나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에 자본시장법 위반이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적용 등을 추가 검토하고 있어, 일부 증권사의 CEO는 행정 처분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에 연루된 CEO들의 징계가 이뤄진 것에 이어 올해 진행된 금융당국 조사 결과에 따른 징계가 이어지고 있다"며 "내년 연초까지 한동안 증권가 징계가 이어질 분위기"라고 전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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