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DB손보, 암환자 실비보험금 지급 거절 논란

2일 갑진년 연초부터 서울 강남구 소재 DB금융센터 앞에는 누런 삼베옷을 입은 십여 명이 모여들었다. "어허어…" 스피커에선 전통 장례식에서나 들을 수 있는 상여 소리가 구슬프게 울려퍼졌다.

'누가 죽기라도 한 것일까?'

이들은 DB손해보험으로부터 실비보험금 지급을 거절받은 피해자들의 모임(디피모) 소속 암환자들로, 기자회견에 나선 것이다. 

한 디피모 관계자는 이날 삼베옷 차림의 의미를 묻는 본보 질문에 "우리는 모두 중증 암환자"라며 "DB손보에서 치료비 지급을 안 하고 있는데, 사실상 치료를 막는 것이다. 암환자는 치료를 못하면 어차피 죽을 목숨이기 때문에, 삼베옷을 입고 나왔다"고 말했다. 

질병 혹은 상해로 치료 시 실제 의료비를 보상하는 DB손보의 보험상품을 계약하고 다년간 보험료를 지불했으나, 실제로는 약관대로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곧 기자회견이 시작됐고, 디피모는 DB손보 사옥을 향해 서서 차분한 목소리로 기자회견문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디피모는 "DB손보는 (약관에 없는)'실비 3년 지급'이라는 자체 내규를 만들어, 3년 이후 치료에 대한 실비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암 치료는 수술 이후에도 미세 잔존암이 남아 있을 수 있어 현대의학으로도 완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 법조·의료계 중론으로알려졌다. 실제로 암환자들은 수술 후 의사의 진단 하에 재발과 전이를 막기 위한 치료를 이어나간다. 이 기간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이 될 수 있다. 

그런데 DB손보가 보험계약자들의 치료비 지급 기간을 3년으로 제한하면서 보험계약자들과 갈등이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DB손보가 암환자들을 보험사기꾼 취급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디피모는 "DB손보는 계약자들에게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을 운운하거나 금융감독원의 강화된 심사기준을 언급했다"면서 "또 '보험금 심사를 하겠다'며 치료받는 병원에 찾아와 통신사 기지국 통화목록을 요구하는 등 암환자들을 보험사기꾼 취급하며 기만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DB손보는 디피모 측과 개별 면담을 가지고 보험금 지급 여부를 들여다 본다는 입장이다. DB손보 관계자는 "집회 이후 개별 건에 대한 면담이 있을 것"이라며 "가능한 분들에 대해선 보험금이 정상 지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해진 약관에 따라 확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권오철 기자 konplash@smartf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