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선거, ‘반중·친미’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당선(종합)

창당 38년 만에 '12년 연속 집권'
의회 과반 확보는 실패
양안 관계 경색 불가피
김성원 기자 2024-01-13 22:09:59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대선)에서 '반중·친미'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했다.

민진당은 이로써 창당 38년만에 처음 12년 연속 집권에 성공했다. 총통 선거가 직선제로 치러진 1996년 이후 한 정당이 3연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중 대리전 양상으로 치러져 국제적 관심을 모은 이번 선거에서 민진당 후보가 승리함으로써 양안(중국과 대만)관계는 경색이 불가피해졌다. 반면 대만과 미국의 밀착은 한층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이날 대선과 같이 실시된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진당은 과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앞날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58분(현지시간) 총통 선거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가 558만6000표, 득표율 40.05%를 기록했다.

친중 제1 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총통·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는 467만1000표, 33.49%를 차지했다.

막판까지 선전한 제2 야당 민중당의 커원저 총통·우신잉 부총통 후보는 369만표, 득표율은 26.46%를 얻었다. 청년층과 중도층의 강력한 지지를 끌어낸 민중당이 반 민진당 표를 국민당과 양분한 것이 라이칭더 측 승리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역구 79명, 비례대표 34명 등 총 113명을 뽑는 입법위원 선거에서는 국민당이 52석으로 1당을 차지했다. 민진당은 51석에 그쳤고 민중당 8석, 무소속이 2석을 가져갔다.

라이 당선인은 당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올해 지구촌 첫 대선에서 대만이 민주진영 첫 번째 승리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113석의 입법위원을 뽑는 선거에서 과반인 57석 확보에 실패한 것과 관련해서는 "국회에서 과반을 넘지 못한 것은 우리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상징한다"면서 "저는 이 새로운 국민의 뜻을 충분히 이해하고 완전히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에서 다른 정당의 능력있는 사람들을 데려올 것"이라며 "협력을 추구하기 위해 다른 당 지도자들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전체 유권자 1954만8531명 가운데 1404만8310명이 투표해 71.86%를 기록, 2020년 총통선거(74.9%)보다 낮았다.

라이 당선인은 오는 5월 20일 대만 제16대 총통으로 취임한다.

1959년 광부의 아들로 태어난 라이 당선자는 국립대만대 보건의학부 물리치료학과, 타이난 국립성공대 의료학과를 거쳐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공공위생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의사 출신이다. 1996년 국민대회 대표로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그는 1998년 입법위원 선거에서 타이난시 지역구 위원에 당선된 후 4선을 했다. 2010년 타이난 시장, 2017년 행정원장을 지냈다. 2019년 민진당 내 총통 후보 경선에서 차이잉원과 경합했다가 패배한 후 그의 러닝메이트가 됐고 2020년 5월 차이 총통의 두번째 임기가 시작되면서 부총통이 됐다.

1986년 창당한 민진당은 대만 민주화를 주도하며 친중 성향의 국민당과 뚜렷이 대비되는 길을 걸었다. 민진당 창당 전까지 대만은 국민당 일당 독재 체제였다. 민진당은 대만이 주권 국가이며 방위력을 키워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있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를 앞두고 중국은 대만에 대한 압박을 노골화하며 국민당을 지원 사격했다. 하지만 민진당의 승리로 중국의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

김성원 기자 ksw@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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