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한미약품-OCI 통합 추진...母子 갈등 봉합될까?

한미약품, OCI 홀딩스와 그룹간 통합 합의 계약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한미약품과 OCI 그룹 통합에 반발
시너지 기대 vs 상속세 해소 꼼수
황성완 기자 2024-01-17 17:48:19
한미약품 그룹이 OCI 그룹와 통합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지난 2022년에 있었던 한미약품 그룹 경영권 분쟁이 다시 재발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 그룹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통합을 추진하는 분위기지만, 큰아들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창업주의 장남인 임종윤 사장과 통합을 주도하고 있는 어머니 송영숙 회장과의 갈등설이 알려지면서 경영권 분쟁의 결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약품 본사.

한미약품 그룹, OCI 홀딩스와 통합 발표… OCI,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27% 인수 공시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와 OCI그룹은 지난 12일 각사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한 그룹간 통합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은 OCI그룹의 지주회사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7703억원에 취득하고,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는 내용이다.

이번 결정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겸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와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 주도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이 마무리되면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OCI홀딩스가 통합 지주사가 되고 한미사이언스는 제약바이오 자회사를 거느리는 중간 지주사가 된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임종윤 사장 언론에 통합 중지 가처분 신청 예고…한미약품 그룹 임직원도 '당혹'

이와 관련해 큰아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반박문에 이어 언론에 통합 중지 가처분 신청도 내겠다고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영권 분쟁으로 변질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됐다.

앞서, 임 사장은 개인회사인 코리그룹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한미사이언스와 OCI 발표에 대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 없다"며 "현 상황에 대해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공식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내 위치와 지분 구조 등으로 볼 때 임종윤 사장이 이번 결정을 뒤집기는 어렵다. 한미약품이 OCI와 통합해도 임종윤 사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변화는 없으므로 통합으로 인한 재산상 불이익도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임 사장이 이번 통합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은 후계 구도에서 배제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임종윤 사장은 우선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통합'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사실상 두 회사의 합병임에도 주주총회에서 특별 결의를 거치지 않았고,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는 제삼자 배정 유상증자 안건 통과가 불법인 등의 법적 문제가 있는 만큼 가처분 신청 등 모든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한미약품 그룹에서도 전혀 공고된 바가 없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모자(母子) 갈등 왜?

이번 통합에서 드러난 모자 간 갈등의 원인은 역시 오래된 '경영권 분쟁'이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지난 2020년 별세하면서 송영숙 회장이 자리를 이어 받은 후, 임종윤 사장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대표직을 내려놓고 이사회에서도 제외됐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의 유력 후보자로 인정 받는 분위기였지만, 임 사장이 중궁 북경한미약품을 통해 추진했던 신사업 부진에 대한 송 회장의 불만이 누적돼 결국 이번 경영권 분쟁의 단초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임종윤 사장은 미국 보스턴칼리지 생화학과를 졸업했지만 이후 버클리음대 재즈작곡분야 석사 과정을 이수했을 정도로 경영 보다는 예술에 관심이 더 큰 '자유로운 영혼'이다. 회사 경영에 있어서도 이러한 성향이 작용해 주변을 당황케 한 일이 적지 않았었다는 후문이다. 

회사를 키우고 싶어하는 송영숙 회장 입장에서는 탐탁치 않은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송 회장은 한미약품 그룹 회장 이전에 가현문화재단 이사장, 한미사진미술관장 등 문화사업을 담당했다지만, 대장부 다운 성격에 그룹 경영에도 일부 참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장남의 경영 방식에 대한 불만도 쌓였을 것이란 분석이다.

사실 이번 OCI와의 통합이 송 회장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통합에 따른 경영권 분쟁 봉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약회사가 에너지 및 소재 전문 OCI그룹과 통합하는 것 자체가 국내 제약업계에서 드문 일이고, 확실한 시너지가 보장되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회사를 키우려는 송 회장과 제약사를 지키려는 임 사장 간의 갈등은 평행선을 그릴 수 밖에 없다. 

한미약품 그룹이 전사 임직원들에게 공유한 OCI 통합 '팩트체크' 게시글. /사진=한미약품

이에 대해 한미약품 그룹 측은 "최근 이어진 언론 보도에 관한 명확한 입장 또는 설명을 뒷받침할 수 있는 '팩트체크' 게시글을 전사 임직원에게 공유하고,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를 발빠르게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OCI그룹과 통합하기로 한 목적과 취지, 통합 지주회사 사명 변경 등 임직원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해 이번 통합 결정에 따른 임직원 동요를 최소화하면서 후속 조치를 빠르게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 그룹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는 사실과 의견이 뒤섞여 불필요한 시장의 오해가 발생하는 경향이 있어 이번 팩트체크 게시글을 올리게 됐다”며 “한국 산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통합과 상생의 모델을 제시한 이번 통합 결정이 조속히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미사이언스·OCI 통합...상속세 해소를 위한 꼼수?

증권가 한편에서는 한미사이언스와 OCI 그룹 간 통합에 대해 긍정적이다. OCI 그룹은 제약·바이오 산업 진출이, 한미사이언스 경영진은 상속세 재원 마련이 가능해지면서 양사 간 니즈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는 평가다.

또한, 한미그룹과 OCI 그룹의 통합이 성공모델을 만들어 낼 경우, M&A 시장에 등장하지 않던 매출 상위 전통 제약회사에 대한 수요가 커질 거란 관측이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이번 통합을 통해 "한미약품 오너 일가 지분에 대한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 물량) 우려가 일단락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OCI의 현금 창출 능력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에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 OCI가 기존에 보유한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존 내수 위주의 매출에서 수출 비중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은 기대해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통합에 회의적인 의견도 존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OCI는 과거 부광약품을 인수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서 "대기업이 제약사를 인수했다면 성과를 기대하지만, 신약개발과 인증 등 제약 산업 특성상 호흡이 길어 원하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번 통합을 보는 관련 업계의 시각은 복잡하다. 기업간 시너지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상속세 해소와 경영권 분쟁을 위한 통합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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