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vs 조선…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 놓고 첨예 대립

철강업계, 업황 악화·전기요금 상승 등 인상 요구
조선업계, 철광석 가격 하락 지속…인하 불가피
신종모 기자 2024-03-04 10:47:39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올해 상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후판 가격 인상을 제시하는 반면 조선업계는 가격 동결 혹은 인하를 요구하는 중이다. 앞서 양 업계는 지난해 t당 90만원에 합의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100만원 전후에 합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적으로 원자재 가격은 2개월 전 물량으로 현재 가격과 차이가 발생한다. 협상 과정에서 원자재 가격 변동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후판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양 업계는 협상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포스코 포항체절소 2연주공장 이미지 /사진=포스코

4일 포스코, 현대제철 등 제강사와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는 후판 가격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특히 후판은 선박 제작 비용의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격이 저렴할수록 조선업계에 유리하다. 

지난해 후판 가격은 t당 100만원을 유지했으나 하반기에는 90만원 중반대로 하락했다. 

후판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은 값싼 중국산 후판 유입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수입 후판 비중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29.7%에서 지난해 56.4%로 26.7포인트(P) 상승했다. 

철강업계는 후판 가격 인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 경기 침체로 인한 철강 업황 부진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중국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철강업계의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포스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830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감소했다. 매출 역시 39조원으로 8.7% 줄었다. 이는 글로벌 철강 시황 악화 영향이다. 지난 2022년 당시 태풍 힌남노 때보다 실적이 좋지 않은 결과다. 

현대제철도 마찬가지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8073억원으로 전년 대비 50.1% 감소했다. 매출은 25조9148억원으로 5.2% 줄었다. 제품가격 하락과 전기요금 인상 영향으로 이익폭이 감소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업황 부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변동, 전기요금 상승, 가공비용 증가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후판 가격을 인상하지 못하면 다른 제품의 가격을 인상할 수 없기 때문에 그 피해는 수요사들에 돌아간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만1700TEU급 컨테이너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반면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을 더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는 최근 철광석 가격이 올해 초부터 지속해서 약세를 이어오고 있는 만큼 후판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철광석 가격은 재고 증가와 철강 마진 약세로 인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하순 철광석 가격은 t당 120달러를 형성했다. 이는 고점 140달러보다 20달러가량 하락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의 기준 지표는 철광석 가격”이라며 “철광석 가격이 하락하면 후판 가격도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조선업계는 선박 수주에서 인도까지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2년 이상 걸리는 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수주 증가에도 실적이 악화된 이유가 바로 후판 가격 때문”이라며 “선박 수주 당시 후판 가격과 협상 이후 가격이 달라지면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게 된다”고 전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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