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vs HD현대중공업, 'KDDX 사업' 갈등...K조선 경쟁력 저하 우려

한화오션, 경찰청 국수본에 HD현대중공업 고발
HD현대중공업 “억지 주장 불과…K조선 발전 이바지 지속”
전문가, 국내시장 출혈 경쟁 심화 우려…“해외시장 경쟁력 강화 우선”
신종모 기자 2024-03-12 10:39:10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 입찰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앞서 방위사업청이 지난달 27일 계약심의회에서 HD현대중공업 부정당업체 제재 심의는 ‘행정지도’ 의결했다. 이에 한화오션은 지난 4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HD현대중공업을 고발하면서 사태는 더욱 격화됐다.  

이를 두고 HD현대중공업 역시 크게 반발하고 있어 현재 양사의 갈등의 골은 극에 달한 상태다. 양사는 앞으로 8조원 규모의 KDDX 사업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해 소송까지 벌어졌다. 

한화오션이 지난해 6월 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 울산급 호위함 모형을 전시했다. /사진=한화오션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KDDX는 대한민국 해군과 방위사업청이 한국형 구축함 사업에 이어 추진하는 사업으로 경하 배수량 7100t급 구축함의 사업명이다. KDDX는 선체부터 전투체계, 다기능 레이더를 비롯해 각종 무장까지 모두 국내기술로 건조되는 첫 국산 구축함이다. 오는 2030년까지 6000t급 미니 이지스함 총 6척을 발주하게 되며 사업비는 총 7조8000억원이 투입된다.

KDDX는 크게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한화오션이 개념설계,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맡았다. 올해 하반기에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를 수행할 기업을 선정하게 된다. 

문제는 KDDX는 기본설계 업체 선정 과정에서 기밀 유출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직원들은 지난 2012년∼2015년 KDDX 사업 관련 개념설계 등 군사기밀을 촬영해 사내에 공유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에 방사청은 해군이 차세대 호위함 전력화를 위해 총 6척의 신형 호위함 건조사업을 추진 중인 5, 6번함 건조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오션을 선정했다.

그러나 방사청은 계약심의회에서 HD현대중공업 부정당업체 제재 심의는 ‘행정지도’로 의결했다. 

방사청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 국가계약법 제27조 1항 1호 및 4호 상 계약이행시 설계서와 다른 부정시공, 금전적 손해 발생 등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제척기간을 경과함에 따라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방사청은 방위사업법 59조에 따른 제재는 청렴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아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양사, 감정 대립 격화…K조선 경쟁력 저하 우려 

한화오션은 방사청의 의결과 관련해 지난 5일 입장문을 통해 “지난 2012년~2015년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수차례 방위사업청, 해군본부 등을 방문해 KDDX 개념설계보고서 등 군사기밀을 불법 탈취했다”며 “이를 비밀서버에 업로드해 광범위하게 공유하면서 입찰 참가를 위한 사업제안서 작성 등에 활용했음은 명백히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임원에 대해 KDDX 사업 개입·관여와 관련해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고위 임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지시나 관여 없이 수년간 군사기밀을 탈취해 회사 내부에 비밀 서버를 구축·운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 차원의 사건 은폐 정황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도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이 최근 HD현대중공업을 고발하며 내세운 근거는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고 했다. 

HD현대중공업은 “임원 개입 여부 등 한화오션이 문제 제기한 사안은 이미 사법부의 판결과 방사청의 두 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종결됐다”며 “한하오션이 공개한 내용은 정보공개법 위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수사 기록과 판결문을 일방적으로 짜깁기해 사실관계를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주장에 대해 설명회에서 설명한 내용은 군에서 공개한 원본 상태 그대로 제공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화오션은 “제공받은 기록 전체를 공개하는데 아무런 이의가 없다”며 “처벌받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기록 전체를 갖고 있을 것이므로 기록 전체를 공개해서 반박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HD현대중공업 측에서 판결문열람 제한신청을 하는 등 기록에 대한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 했다”면서 “이에 따라 방사청에서는 관련 자료를 충분히 확인할 수가 없었던 것인데 이제 와서 HD현대중공업은 오래된 사건이니 넘어가자고 이야기하고 것 자체가 억지”라고 덧붙였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KDDX 사업을 놓고 출혈 경쟁을 하는 사이 K조선의 경쟁력이 저하될 위기에 처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조선업계는 중국에 수주물량이 추월당해 2위에 머물러 있다”며 “앞으로 선박 수주 1위 탈환을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총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양사가 KDDX 등 국내시장에만 집중하게 되면 현재 가장 시급한 해외시장 공략에 소홀하게 될 수 있다”며 “양사는 특수선 매출 비중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K조선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쟁력 강화가 우선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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