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삼성·LG전자, 신사업 확장 위해 M&A 속도

삼성전자, 냉난방공조 시장 겨냥 8조원대 M&A 추진
LG전자, 로봇·플랫폼·B2B 지분 투자 검토
신종모 기자 2024-03-28 09:20:08
국내 가전업계 숙명의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공지능(AI) 기반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다만 이들 기업은 미래 먹거리 사업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갈수록 커지는 냉난방공조(HVAC) 시장을 겨냥해 관련 기업에 대한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LG전자는 신사업 보폭을 넓히기 위해 로봇을 비롯해 플랫폼 및 기업간거래(B2B) 등에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탈탄소 추세와 전력 효율이 높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HVAC에 초점을 맞추고 M&A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등 외신은 삼성전자가 최근 다국적기업 존슨콘트롤즈의 HVAC 사업부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은 삼성전자의 존슨콘트롤즈의 인수 규모는 60억달러(약 8조원)로 추정했다. 

존슨콘트롤즈는 AI 스마트 빌딩 솔루션에 집중하기 위해 HVAC 사업부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는 보쉬, 레녹스 등 공조 전문업체 기업과 인수를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20일 주주총회에서 “현재 M&A가 많이 진척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 1월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신사업 투자, M&A 등 미래 준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그 일환으로 지난 연말 신사업 조직을 대폭 강화했다”고 말했다. 

만약 삼성전자가 이번 M&A를 성사시킨다면 지난 2016년 이후 8년 만에 초대형 M&A를 이룰 수 있다. 

HVAC 시장은 지속해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IBIS월드에 따르면 올해 HVAC 시장은 584억달러(약 78조4300억원) 규모이며 오는 2028년 610억달러(약 81조9200억원)로 증가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존슨콘트롤즈의 HVAC 사업부를 인수하면 가정용과 업무용 냉난방 기기 시장에서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며 “삼성전자 외에도 다른 기업 3곳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인수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9조40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후에도 글로벌 반도체 설계 시장의 80%~90%를 점유하는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 암(ARM) 인수도 흐지부지됐다. 

사진=연합뉴스


LG전자, 미래 먹거리 로봇·플랫폼·B2B 낙점  

LG전자는 전장 사업에 이어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이는 일상은 물론 산업 현장에서도 로봇은 배송 등이 늘어날 것을 염두한 것이다. 

LG전자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레드우드시티에 본사를 둔 AI 기반 자율주행 서비스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Bear Robotics)에 6000만달러(약 800억 원 규모)를 투자해 베어로보틱스의 지분을 취득하는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 

베어로보틱스는 지난 2017년 설립됐으며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테크 리드로 근무했던 하정우 대표가 이끌고 있다. AI 기반 자율주행 실내배송로봇을 앞세워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등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LG전자의 이번 지분투자 또한 신사업으로 육성 중인 상업용 로봇 사업의 조기 전력화 및 육성을 가속화하는 차원이다.

LG전자는 그동안 시장 현황과 사업모델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해 휴대폰, 태양광 등 한계 사업을 과감히 종료하는 대신 미래 고성장 영역에 자원을 집중해 왔다. 이번 전략적 투자가 미래 신사업으로 육성 중인 로봇 사업의 역량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기자간담회에서 “LG전자의 상업용 로봇 사업은 주로 배송과 물류 등 서비스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며 “지분투자나 M&A 가능성을 열어두고 발전 방향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로봇 외에도 신성장 동력을 가진 플랫폼, B2B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 2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중장기 전략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조주완 CEO는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M&A 계획에 대해 “LG전자와 인접한 산업군에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며 “플랫폼, B2B 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CEO는 주총에서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 전환을 골자로 하는 중장기 사업 전략을 직접 설명하면서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전기차 충전과 메타버스를 꼽았다.

그는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전기차 충전기와 확장현실(XR) 디바이스 사업을 시작했거나 협업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LG전자는 지난해 시장 수요 감소에도 B2B 사업 성장에 힘입어 호실적을 기록했다. 

LG전자의 최근 5년간 B2B 사업 연평균성장률(CAGR)은 두 자릿수를 훌쩍 넘어선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 연평균성장률은 8%대 수준이다. LG전자 성장을 B2B가 주도했다. 

B2B 사업 육성은 조 사장의 2030 미래 비전을 달성하는 주요 방안 중 하나다. 

LG전자는 “B2B 사업은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에 비해 경기 민감도가 낮고 통상 장기 계약으로 진행돼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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