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는 '요양' 진출, 생보사는 '건강' 비중 ↑…경계 모호해진 보험산업

DB손해보험, 손보사 유일 요양사업 자회사 진출 검토
삼성·한화·교보·미래에셋생명, 4월 들어 건강보험 출시
신수정 기자 2024-04-08 17:08:07

최근 손해보험업계와 생명보험업계 간 취급하는 보험 상품·서비스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저출생과 고령화가 심화되며 보험업계의 저성장이 예견되면서 미래 먹거리 사업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손보업계 최초로 생보업계가 선제적으로 진출한 요양사업 자회사를 검토하고 있다.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는 지난달 22일 정기주주총회 직후 요양사업 진출과 관련해 “자회사 설립 단계는 아니지만, 어떤 방식이 유리한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DB손해보험 관계자는 “시점이나 형태 등 구체화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지난해부터 요양사업 관련 자회사 설립을 검토 중이며, 가급적 서울 인근으로 실버타운 부지를 물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DB손해보험을 필두로 손보업계 요양사업 활성화를 위한 손보협회의 지원사격도 더해질 전망이다.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은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손보산업은 유례없는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역피라미드형 인구구조로의 변화와 함께 저성장 우려, 글로벌 경기 불안 지속 등 대내외적으로 불안정한 환경에 직면했다”며 “보험사의 시니어 맞춤형 주거, 요양, 돌봄 통합서비스 제공을 위해 규제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요양사업 자회사를 둔 보험사는 KB라이프생명(KB골든라이프케어), 신한라이프(신한라이프케어) 두 곳이다. 2016년 설립된 KB골든라이프케어는 강동케어센터(2017년), 위례빌리지(2019년), 서초빌리지(2021년), 평창카운티(2023년) 등 요양시설을 두고 주‧야간 보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지난 1월26일 자회사를 설립, 2024년 요양시설 오픈을 목표로 하남 미사에 부지매입을 마무리했다고 알려졌다. 

반면,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생보사들은 손보업계의 취급 비중이 높은 건강보험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1분기에 ‘다(多) 모은 건강보험 S1’, ‘삼성 생애보장보험’, ‘다(多) 모은 건강보험 S2’ 등을 잇따라 출시했다. 이어 2분기의 시작인 4월에도 첫날부터 제품‧서비스 구매와 보험 가입이 가능한 첫 생활 밀착형 임베디드 보험 상품 ‘삼성 굿데이 일상생활플랜보험’을 선뵀다. 

한화생명은 연초 업계 최초로 뇌‧심장 보장의 신(新) 위험률을 가장 먼저 적용한 ‘한화생명 The H 건강보험’을 출시하고, 4월 들어선 사망‧노후‧장수 고민을 아우른 신상품 ‘간편가입 밸류플러스 보장보험 무배당’을 판매하고 있다. 

이어 교보생명은 지난 1일 연금을 간병비‧생활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등 생애보장에 집중한 ‘교보평생건강보험(무배당)’을,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4일 ‘암 걱정없는 암치료보험(갱신형) 무배당’을 각각 출시했다. 

나아가 생보업계는 최근 금융당국에 손보업계 고유 영역이던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일배책)과 비용보험 판매 허용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배책은 일상생활 중 타인의 신체 또는 재산에 피해를 끼쳤을 때의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상품으로 제2보험으로 분류되며 손보사들만 이를 취급할 수 있다. 

이처럼 생‧손보 업계 접점이 늘어가는 원인은 저출생과 고령화에 따른 보험산업 저성장 우려에 있다는 게 보험업계 시각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다 보니 보험 소비자도 급격히 감소되는 추세”라며 “이런 업황 속에서 사업 다각화와 미래 먹거리 사업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동시에 발현되면서 생‧손보 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것”고 설명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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