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는 똑똑한 트랙터 개발

전북지역본부 융복합농기계그룹
김철호 기자 2019-07-15 10:57:00
사진=김영주 수석연구원(우)과 김정길 연구원(좌)
사진=김영주 수석연구원(우)과 김정길 연구원(좌)

[스마트에프엔=김철호 기자] 우리가 어떤 제품을 받아보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기술 개발부터 공정 설계, 생산, 유통 등 다양한 경로를 거쳐 사용자들이 제품을 만나보게 되는데, 여기에서 제품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단계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뛰어나고 기술력이 높은 제품이라 할지라도, 제품의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터. 이에 생기원 전북지역본부는 국내 유일의 농기계 분야 거점센터로서 험로주행시험장 구축을 비롯해 농기계의 신뢰성 검증을 위한 신뢰성 평가기술 개발로 제품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율주행 트랙터’ 기술 개발에 성공하며 제품 신뢰성 평가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융복합농기계그룹 김영주 수석연구원팀을 찾았다.

국내 최초 자율주행 트랙터 개발

전 세계적으로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경쟁이 뜨겁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물론 구글과 애플 등 IT 기업들도 활발히 연구 개발을 진행하는 한편, 자율주행차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2035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연 2,000만 대 이상 판매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개최된 소비자가전쇼(CES)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등 국제 박람회에서도 자율주행차가 잇따라 시연된 가운데, 3월 말 개막하는 서울모터쇼에서도 자율주행차가 실제 도로 위를 달릴 예정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처럼 영화속에서나 봤을 법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곧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꼽는 한편, 2020년이면 시판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농기계 분야는 어떨까. 이미 국내에서는 지난 1999년부터 자율주행 트랙터에 관한 연구를 시작한 바 있다. 기초 기반연구 형태로 이어져 오던 자율주행 트랙터는 지난 2011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시행하는 글로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본격적인 상업화 개발에 돌입하게 됐다.

생기원을 비롯해 동양물산, 서울대학교, 언맨드솔루션이 참여해 진행하고 있는 이 사업은 1, 2차를 거쳐 올해 3차 연구 사업을 진행 중이며, 현재 국내 최초로 80마력급 자율주행 트랙터 개발에 성공했다. 그 가운데 생기원 융복합농기계그룹 김영주 수석연구원팀은 국내에 전무후무한 자율주행 트랙터에 대한 신뢰성 평가 및 제품 상용화를 위한 검증평가를 위해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열악한 농업환경과 인력난 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농업 분야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차세대 기술로 꼽히고 있는 자율주행 트랙터.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미 자율주행 트랙터가 보급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트랙터 완성차 업체가 4개뿐인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자율주행 트랙터’ 기술 개발은 국내 최초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는 똑똑한 트랙터

자율주행 트랙터란 말 그대로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는’ 트랙터를 뜻한다. 즉 트랙터가 알아서 논의 위치와 크기를 측정해 최적의 작업 경로를 생성하고 알아서 일을 한다는 것. 궁극적으로는 사람이 탑승하지 않고 작업을 하는, ‘무인 자율주행 트랙터’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개발된 자율주행 트랙터에는 총 4가지 기술이 접목되어 있다. 첫 번째는 GPS를 이용한 위치인식 시스템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IMU(Inertial Measurement Unit, 관성항법장치)로 속도와 방향, 가속도를 측정하는 장치를 뜻한다. 세 번째 Hybrid EPS(조향제어시스템)는 자율주행 시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모니터를 통해 보여주는, 핸들과 같은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작업경로 생성 및 추종기술이 있다. 이는 논의 크기와 작업 경로를 스스로 판단하여 최적의 경로를 생성하고 추종해가는 알고리즘이다.

즉 논의 형태를 파악해 어떤 경로로 작업을 해야 연료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 등을 스스로 계산하여 최소 시간에 최소 연료를 사용하여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한다.

현재 해외에서는 자율주행 트랙터가 상당히 많이 발달이 돼있다.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자율주행 트랙터도 있지만 국내에 도입할 수 없었던 이유는, 경지면적의 단위 자체가 다르기 때문. 한 필지 당 한국이 100×50m의 사이즈라면, 외국은 1Km 이상 되기 때문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따라서 국내의 좁은 농지의 특성 상 트랙터의 효율적인 운용과 정밀한 위치제어 기술이 매우 중요했고, 이를 주안점으로 두어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김영주 수석연구원팀은 특히 국내의 경우 농기계 관련 평가 체계가 제대로 갖춰있지 않은데다가, 자율주행 트랙터 경우 국내 최초로 개발한 만큼, 시제품 상태에서 품질의 안정성을 위한 신뢰성 평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신뢰성 평가로 제품 품질의 안정성 확보

최근 제품 품질의 안정성이 제품에 대한 신뢰도와 직결되는 만큼 제품생산 전 충분한 검증을 통한 안정성 확보가 중요시 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12년 11월 설립된 융복합농기계그룹은 농기계 기술 개발 등 농업과 관련된 각종 기술적 지원을 위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전국 유일의 험로주행시험장과 각종 다양한 신뢰성 평가 장비들을 구축하고 있어 기업들의 호응이 높다.

2014년까지 기반구축 기간을 거쳐 2015년부터 본격적인 신뢰성 평가 지원을 시작했는데, 농기계뿐 아니라 건설기계, 국방분야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김영주 수석연구원팀은 이번 자율주행 트랙터 개발 과정에서도 보다 세심하고 꼼꼼한 신뢰성 평가를 통해 제품의 안정성 확보에 주력했다.

물론 국내 농기계 관련 평가 체계나 기준이 없기 때문에 하나하나 새롭게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녹록치는 않았다. 하지만 자율주행을 넘어 사람 없이 구동하는 무인트랙터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기에 신뢰성 평가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12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미국의 농기계 생산업체 John Deere의 경우, 제품이 개발되면 상용화 되기 전, 필드에서 약 3년 여의 품질평가 기간을 거치게 된다.

그만큼 제품의 결함이 없도록 충분한 시간을 갖고 테스트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 이에 김영주 수석연구원팀 역시 자율주행 트랙터를 포함한 모든 농기계에 있어 평가 체계를 만들고 보다 높은 수준의 신뢰성 평가를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자율주행 트랙터 기술 개발은 더 큰 미래를 그리고 있다. 모든 작업을 ‘무인’으로 실행하는 것, 그리고 농기계들이 군집 운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사람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집 안에서 기계에 명령을 내리면 알아서 작업을 하게 되고, 메인 기계가 작업을 시작하면 다른 기계들과 서로 통신을 주고받으며 함께 협업하여 작업하는, Connected Farm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이른바 농업 분야에도 ICT/IoT기술을 접목시켜 보다 나은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김영주 수석연구원. 한국에도 ‘Smart Farm’ 시대가 열릴 날이 머지않았다는 김영주 수석연구원팀은 그렇기에 해야 할 일이 더욱 많다.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질 좋은 제품을 고장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신뢰도를 높이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김영주 수석연구원팀의 노력이 우리나라 농기계 분야 발전에 큰 힘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철호 기자 fire@thekp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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