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ICT 접목한 양돈 농가 '이례농장', 직접 가보니

양돈 냄새 줄이고 필요 노동력도 낮춰...스마트 폰으로 실시간 모니터링
김철호 기자 2019-07-01 10:29:00
지난 20일 오후 3시.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이례농장(양돈 농가)을 찾는 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마을의 구조가 복잡했다는 점도 있지만, 양돈 농가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마을 어디에서도 나지 않아서다.

"처음 오셨나보네. 따라 오세요" 마을 주민에게 이례농장 위치를 물으니 친절히 안내한다. 함께 농장 입구에 도착한 주민 A씨는 "그런데 여기에 정말 돼지가 있기는 한거야? 악취가 하나도 안나네"라고 말했다.

20일, 경기도 양주시 이례농장의 실장 이정대(31) 씨가 양육 돼지들을 보살피고 있다.
20일, 경기도 양주시 이례농장의 실장 이정대(31) 씨가 양육 돼지들을 보살피고 있다.


멀찌감치 바라보니 작업 복장을 차려입은 앳된 얼굴의 청년이 눈에 뛴다. 이례농장의 실장 이정대(31) 씨다. 그는 "처음 이 마을에 양돈 농장이 들어설 때만 하더라도 주민들이 반발이 심했다. 양돈 악취가 마을 전역으로 퍼진다는 비난을 샀다"고 언급했다.

그는 "냄새를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모색하고자 고군분투했다. 그 결과는 ICT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이었다"고 덧붙였다.

농장 내부는 환풍기가 스스로 돌아가면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례농장의 시스템은 정전이 돼도 자동으로 적정 환경을 맞추고 나서야 멈춘다. 환기를 위한 환풍기 외에도 습도조절장치와 돈사의 상태를 살피는 CCTV가 사람의 역할을 대신한다. 이들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경우 스마트 폰으로 바로 통보가 오므로 재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농장 내부에 자동 환풍기가 설치된 모습.
농장 내부에 자동 환풍기가 설치된 모습.

돼지 농장의 골칫거리인 분뇨 냄새는 미생물을 돈사로 흘러들게 해서 잡을 수 있었다. 돼지들의 분뇨량을 스마트 폰으로 체크해 미생물 배포 시기도 정했다. 그는 "최소한의 인원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신축 돈사를 지을 때 처음부터 ICT를 도입햇다"고 전했다.

돼지는 호흡기가 매우 약해 공기에 문제가 있을 경우 집단폐사의 위험이 있다. 외부 공기가 직접 유입되는 것을 막고 지열을 이용해 공기를 데우거나 시원하게 할 수 있게 직접 설계했다. 1년간 건축 공부를 열심히 한 덕을 톡톡히 봤다. 지금도 꾸준히 건축박람회 등을 찾아다니며 공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농장 안에 주차된 그의 차량도 시선을 사로 잡았다. 차량에는 '팜 디자이너'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 실장은 양돈을 3D 업종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대의 양돈업은 과학적인 분석과 기술이 필요한 분야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측면을 모르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는 "차에 자신을 '팜 디자이너'라고 소개하면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시각으로 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추진하게 됐다"며 "농가 역시 ICT기술 등 첨단 장비를 요구하는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철호 기자 fire@thekp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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