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탠다드 벗어난 공정거래소송..."3심제 전환해야"

곽민규 기자 2021-11-18 11:48:41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스마트에프엔=곽민규 기자] 국내 공정거래위원회가 수행하고 있는 공정거래소송 1심 법원 역할이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크게 벗어나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주진열 부산대 교수의 '경제환경 변화에 대응한 경쟁법정책 개편방안'과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의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위한 제도개선' 용역 보고서에서 차기 정부의 기업제도 개선과제로 공정거래소송을 3심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경제환경 변화에 대응한 경쟁법정책 개편방안' 보고서에서 공정위가 수행 중인 공정거래소송에 대한 1심 법원 역할은 정치적 독립을 전제한 것이지만 현실에서 정치적 독립의 보장이 어려우므로 차기 정부에서는 공정위의 1심 역할을 폐지하고 3심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일본도 공정거래위원회의 1심 역할을 폐지하고 3심제로 전환했으며,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정치적 독립이 보장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1심 법원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공정위의 정치적 독립성을 법률로 보장해야만 공정위의 1심 법원 역할이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이태규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정치적 독립성에서 나온다”며 “공정위가 1심 법원의 역할을 하려면 정치적 독립성 보장이 전제돼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아우러 보고서는 경쟁법은 경쟁과 소비자 후생 향상이 핵심 목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경제력집중억제도 같이 추구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매우 예외적인 법체계라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경제력 집중억제 정책의 이론적 근거가 되는 미국 1930년대의 ‘대기업집단 위험이론’은 시대착오적이며, 글로벌 차원의 경쟁이 일반적인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 대기업에만 불리한 경제력집중억제 규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인구 대비 글로벌 100대 기업 수는 결코 많지 않고 한국경제에 대한 대기업집단의 높은 기여도를 볼 때 대기업 수는 현재보다 훨씬 더 많아야 한다고 설파했다.

또한 보고서는 차기정부에서는 불공정거래행위의 위법성 판단기준을 ‘합리의 원칙’으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합리의 원칙에 따르면 경쟁제한성이 인정돼도 효율성 증진 효과도 증명되면 양자를 비교형량해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합리의 원칙이 적용되는 한 단순히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규제하지는 못한다고 했다.

보고서는 2007년 대법원 판결에서 처음 합리의 원칙이 채택된 이후 대법원은 여러 사건에서 공정위의 경쟁제한성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정위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라 공정위가 엄격한 증명이 아니라 추상적 차원에서 경쟁제한성을 주장한 사건에서도 경쟁제한성을 인정한 판결도 내려졌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들어 합리의 원칙 적용이 느슨해지면서 향후에는 합리의 원칙이 형해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면서 이 원칙을 명문화할 것을 주장했다. 불공정거래행위 중 거래상 지위남용 조항은 이른바 갑질 방지 조항에 해당되므로 경쟁법의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이 조항은 공정거래법에서 삭제하고 유통업법, 대리점업법 등 타 법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강조했다.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위한 제도개선'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의 과잉처벌을 지적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한마디로 기업인 개인을 형사처벌하는 법규가 너무 많다고 주장하면서 형사처벌형 행정규제의 대폭 축소 또는 폐지를 주장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에는 다른 제재 수단으로써 통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징역형이나 벌금 등 형벌을 부과하는 형태의 규제가 너무 많다고 지적하면서 대표적 예로 중대재해처벌법을 들었다.

보고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자가 책임져야 할 범위를 그의 시야에서 벗어난 사고까지 확장하여 경영자가 1년 이상의 징역형을 감수하도록 한 유례없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또 현재 2300여개의 행정형벌규정이 존재하고 이 중 과징금, 영업정지, 그리고 이에 더해 형사처벌까지 부과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하면서 차기정부에서는 행정규제의 제재수준에 대한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태규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시장은 이미 글로벌화되어 해외자본의 국내 기업에 대한 감시 및 관여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으므로 그 추세에 맞춰 기업에 대한 지배구조 규제는 완화해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이라고 지적하면서 “하지만 반대로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맞지 않은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것은 제도적 자해행위”라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또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기업의 투자비용은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 와중에 상법 등의 기업제도는 경영권 유지비용을 증가시켜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저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곽민규 기자 industry@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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