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실트론 논란' 고발 피했지만 과징금 처분...SK "법적 대응"

구초희 기자 2021-12-22 13:59:24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 도착해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에 관한 전원회의에 가고 있다. / 사진=연합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 도착해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에 관한 전원회의에 가고 있다. / 사진=연합
[스마트에프엔=구초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SK(주)가 LG실트론(현 SK실트론)을 인수한 후 최태원 회장이 약 30%의 나머지 지분을 직접 사들인 것에 대해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공정위는 22일 SK(주)와 최 회장에게 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한 것이라고 판단,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각각 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은 하지 않기로 했다.

최 회장은 지난 15일 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공정위 전원회의에 직접 출석해 LG실트론 관련 직접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 고발은 피했으나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됐다.

SK(주)는 지난 2017년 당시 LG그룹이 보유한 LG실트론의 주식 51%를 주당 1만8139원, 총 6200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SK(주)는 추가 매입해 지분을 총 70.6%를 확보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해소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지분을 사들일 수 있었다. 이후 잔여지분 29.4%를 최태원 회장이 인수했다.

공정위는 최태원 회장이 잔여지분을 인수한 대목을 지적했다. SK(주)가 LG실트론의 잔여 지분 29.4%를 취득할 경우 '상당한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합리적 사유 없이' 최 회장에게 지분 인수 기회를 넘겼다고 판단한 것이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SK(주)는 2016년 12월 LG실트론의 경영권 인수를 검토할 당시 LG실트론에 대한 가치증대를 통해 1조1000억원이었던 기업가치가 2020년 3조3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며 "잔여 지분 29.4%에 대해서도 SK(주)가 취득할 경우 지분율 만큼의 추가 이익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SK(주)가 LG실트론의 지분을 100% 보유하게 될 경우 전략적 투자자 등 제3자의 간섭 없는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고 반도체 핵심 기술의 유출 우려 없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이익도 존재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SK(주)와 최 회장의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이유로 법 위반 행위의 정도가 중대·명백하다고 보기 어렵고, 최 회장이 사업기회 제공을 지시한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고, 소수지분 취득 행위를 사업기회 제공으로 판단한 최초 사례라 명확하게 법 위반을 인식하고 행위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었다.

SK그룹 측은 적극적인 소명에도 불구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제재 결정이 내려진데 대해 유감을 표하고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SK그룹 관계자는 "지난 15일 전원회의 당시 SK㈜가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는 충분한 지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SK실트론 잔여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지 않은 것은 '사업기회 제공'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 등이 이번 결정 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잔여 지분 매각을 위한 공개경쟁입찰은 해외 기업까지 참여한 가운데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했다고 밝힌 참고인 진술과 관련 증빙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SK(주)는 이미 특별결의 요건을 넘는 70.6% 지분을 확보한 만큼 추가 지분을 취득할 이유가 없었을 뿐 아니라 최 회장의 지분 취득은 공개 경쟁입찰 절차를 통해 적법하게 이뤄진 것으로 어떠한 위법성도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SK그룹 관계자는 "공정위의 오늘 보도자료 내용은 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관계와 법리판단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기존 심사보고서에 있는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반복한 것으로 이는 공정위 전원회의의 위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공정위에서 의결서를 받는대로 세부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로 국민과 회사 구성원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구초희 기자 9chohee@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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