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칩4 동맹’ 러브콜…中견제에 삼성·SK하이닉스 고심

일본·대만, 미국 칩4 동맹 요청에 긍정적
정부, 메모리반도체 분야 중국 시장 놓고 깊은 ‘고민’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정부 정책 방향에 따를 것
신종모 기자 2022-07-19 10:33:32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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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에프엔=신종모 기자] 한국 정부가 반도체 동맹인 ‘칩4(Chip4)’ 참여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칩4 동맹 첫 회의 참석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과 대만은 미국 주도의 칩4 참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한국 정부는 아직 이렇다 할 의사를 내놓지 않고 있다.

19일 외신 및 정·재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우리 정부에 반도체 공급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 중인 미국, 한국, 일본, 대만 등 4개국 반도체 동맹인 칩4 동맹에 참여 여부를 오는 8월 말까지 알려달라고 통보했다.

칩4 동맹은 미국 정부가 꺼내든 구상으로 4개국의 반도체 협력을 확대하고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3월 중국을 제외한 한국, 일본, 대만 정부 등에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 참여를 제안했다.

현재 미국은 중국과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미국 정부가 이번 칩4 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중국을 견제하고 차세대 기술 패권을 거머쥐기 위해서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 기술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및 파운더리(위탁생산) 분야의 선두주자다. 일본과 대만은 각각 소재·부품·장비 분야, 비(非) 메모리 반도체 분야 등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칩4 동맹을 통해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 공급까지 모든 과정을 협력해 중국의 추격을 뿌리칠 계획이다.

일본과 대만은 일찌감치 미국 주도의 반도체 협력에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의 협력 요청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중국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이는 한국 반도체 수출의 62%가량이 중국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 요청에 응할 경우 중국의 견제는 물론 자칫 거대 중국 시장을 잃을 수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 총 690억달러 가운데 중국 수출의 비중은 4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8일 논평에서 “한국이 칩4 동맹과 관련해 어떤 답을 할지 미지수”라면서 “만약 한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다면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중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신중론’

한국 반도체를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칩4 동맹과 관련해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양사는 칩4 동맹과 관련해 “정부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하고 따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최대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산시(陝西)성 성도 시안(西安)시에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을 가지고 있다. 시안은 삼성전자 전체 낸드 생산의 40%를 차지한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쑤저우에도 반도체 후(後)공정인 패키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중국 장쑤성 우시에 D램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D램 생산량의 50%를 생산하고 있다. 또 랴오닝성 다롄에서는 낸드 생산라인 증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국 정부는 칩4 동맹과 관련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며 “한국은 반도체 원천 기술과 장비 등에서 미국의 의존도가 높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메모리반도체 최대 시장인 중국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과 충분히 의견을 수렴한 이후 공식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라면서 “정부는 기업의 이익보다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풀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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