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상반기 경제 실적…예상 외 타격 ‘미미’

외화 80% 매각 의무화…외화 해외 송금·인출 통제
병행수입 허가 품목 확대 등 조치
전문가,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경제지표 하락세 전망
한국 조선사, 서방 제재 영향…선박 건조 차질
신종모 기자 2022-08-30 16:16:41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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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에프엔=신종모 기자] 올해 상반기 러시아 경제가 서방의 강도 높은 제재에도 예상외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외경제은행을 비롯한 여러 기관의 전문가들은 러시아 경제가 올해 하반기는 물론 내년까지도 각종 경제지표에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30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러시아 경제는 서방의 제재로 국내총생산(GDP) 하락과 산업 생산량 급감, 높은 인플레이션과 소비 위축 등 완연한 경기 침체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루블화 환율 방어, 실업률 감소 등 상반기 경제지표는 예상보다 나은 것으로 나타나 서방의 전면적 제재를 견뎌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경제는 지난 10년간 지정학적 이유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의해 상승과 하락의 부침이 반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사태 관련해 서방의 경제 제재가 시작되면서 2016년까지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다가 2017년부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경제성장률이 -3%를 기록했으나 지난해에 들어서는 4.7%로 반등하며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러시아는 올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경제는 위축돼 상반기 러시아 GDP는 전년 동기 대비 -4.0%로 감소했다.

러시아 경제는 상반기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와 서방의 본격적인 제재 시작 시기, 러시아 정부의 대응조치 시기별로 GDP, 제조와 소비 및 투자, 환율과 인플레이션, 실업률 등에서 변동을 보였다.

특히 서방의 대러 제재가 긴박하게 진행됐던 시기는 2월말부터 4월까지인데 이 시기에 서방의 러시아 항공 및 선박의 자국 내 진입 금지(2월말), 첨단 제품 및 부품 대러 수출 제한(2월말), 러시아 주요 은행에 대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배제(3월), 주요 러시아 인사와 기업에 대한 자산 동결 등의 조치가 있었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지난 3월 외화 자본 이탈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고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무역 거래로 획득한 외화의 80% 매각을 의무화하고 외화의 해외 송금 및 인출을 통제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또한 4월에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를 대폭 상향(9.5%→ 20%, 2.28)했으며 대(對)러시아 수출 제한과 외국계 투자기업 이탈에 따른 공급 부족에 대비해 병행수입 허가 품목 확대 등의 조치를 내놨다.

올해 상반기 러시아 GDP 성장률(단위 : %). /자료=러시아 경제개발부·코트라
올해 상반기 러시아 GDP 성장률(단위 : %). /자료=러시아 경제개발부·코트라
GDP 성장률 하락세 불가피…반등 기미 없어

다만 GDP 성장률은 대러 제재 후 하락세는 완연한 상황이다. 러시아 경제개발부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은 4.7%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사태로 인한 2015년(-2.8%)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2020년(-3.0%)의 역성장을 딛고 완연한 회복기의 모습을 보였다.

올해 1월과 2월까지도 이와 같은 상승세가 이어져 러시아의 GDP 성장률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5.7%, 4.1% 상승했는데 이는 최근 10년 내 가장 높은 기록이다.

이어 2월말 발생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재제로 인해 3월과 4월부터 러시아 경제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3월에 전년 대비 1.3% 성장을 보이다가 4월부터는 -2.8%로 마이너스 성장률로 들어섰다. 이후 5월과 6월에도 각각 -4.3%와 -4.9%를 기록하는 등 반등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산업생산량 안정…물가상승률·환율·고용 여전히 불안

산업생산량은 급락 이후 일부 하향 안정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 생산은 연초 1월(8.6%)과 2월(6.3%)에는 호조를 보였지만 4월에는 -1.6%를 기록하고 이후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 분야별로는 연료 및 에너지 원료 생산 등 광업이 1분기에는 8.5%로 높은 성장률을 보이다가 4월 들어서 -1.6%로 급락했다. 이후 5월에는 감소율이 4월보다는 낮아진 -0.8%를 기록하고 6월 들어서는 석유 생산량의 회복으로 2.3% 증가율을 보였다. 제조업 전체는 3월(-0.3%)부터 6월(-4.5%)까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는데 분야별로 편차가 큰 편이다.

의약품 생산량은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26.5% 상승을 보인 반면 목재, 화학, 금속, 자동차, 경공업에서는 침체를 보이고 있다. 5월 기계산업 생산은 전년 대비 -6.5% 감소했으며 자동차 생산은 4월 -61.5%에서 5월 -66.0%로 감소했다.

물가상승률은 4월 17.9% 정점을 지나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러시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대를 유지해오다가 지난해에는 8.4%를 기록했고 올해 1월과 2월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인 8~9%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3월부터 16.7%로 급상승해 4월에는 17.9%로 정점을 찍고 이후 5월부터는 소폭 떨어졌으나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을 보이고 있다. 이는 대러시아 수출 제한으로 인한 각종 수입 제품 및 부품 공급 감소, 물류비 상승에 따른 전반적인 제품 가격 상승 등이 원인으로 주목된다.

국제통화기금(IMF), 올해 러시아 경제성장률(단위 : %). /자료=러시아 대외경제은행·코트라
국제통화기금(IMF), 올해 러시아 경제성장률(단위 : %). /자료=러시아 대외경제은행·코트라
러시아 대외경제은행(VEB)은 향후 인플레이션이 약간 감소한 상태로 현재 상황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루블화 약화와 물류비 상승, 재고 부족 등의 변수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환율은 루블화 가치, 급락 후 반등으로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보다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서방 제재 직후 기록적인 자본 유출로 3월 달러당 루블은 120.38루블(중앙은행, 3.11.)까지 치솟았다. 이후 수입 감소, 러시아 정부의 외화 인출 제한 등 강력한 금융 통제, 천연가스 수출 대금 루블화 결제 조치 등으로 6월 말 기준 우크라이나 침공 전보다 낮은 수준인 1달러당 51.16루블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부분적인 수입 개선과 수출 감소로 향후 루블화 가치는 현재보다 약화할 가능성이 더 크다. 대외경제은행은 연말 경 루블화는 달러당 65~67루블 선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용은 6월 기준 사상 최저 실업률을 기록했다. 러시아의 연간 실업률은 최근 10년간 4% 후반에서 5% 후반을 나타냈다. 러시아 통계청에 따르면 대러 제재 후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은 2월 이후 감소세를 보여 5월과 6월에 3.9%를 기록했다. 슈마코프 러시아 연방 독립 무역연합회 회장은 다수의 서방 기업이 러시아를 떠났지만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노동시장을 유지하고 일자리 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러시아 기업들에 자사 사업을 매각하는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정부 지원 정책은 소비 진작을 위한 최저 임금, 연금 인상 등이다. 레셰트니코프 러시아 연방 경제개발부 장관은 “엄중한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고용 수치가 개선됐지만 소매 판매가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수요가 미약하다”며 국민들의 실질소득 개선을 위해 최저 임금 인상, 연금 지급률 10% 상향 조정, 8~17세의 자녀를 둔 저소득층에 대한 금전적 지원 등의 정책을 펼친 바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러시아 대외경제은행은 하반기 및 내년 러시아 경제 전망에 대해 GDP 하락세가 지속돼 올해 4분기에 -5.3%로 저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고 오는 2023년 상반기까지도 하락세(-0.5)가 지속될 것”이라며 “또한 실질소득 감소, 외국계 기업의 이탈, 상반기의 높은 금리의 영향으로 소비가 감소하고 투자 부문도 외국인 투자자 이탈, 시장 불확실성 증가로 올해말 -15.5%, 2023년 –3.3%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서방, 러시아 제재…韓 조선사 직격탄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조선업체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제재 여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들은 러시아 연해주 소도시 볼쇼이카멘에 있는 즈베즈다 조선소에서 러시아 측에 공급할 원유 운송선,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선 등을 건조하고 있다. 하지만 선박 건조에 필요한 부품·자재 반입을 위해 정부에 수출 허가 승인을 신청했는데 현재까지도 대다수 품목에 대한 승인이 나지 않으면서 현지 작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국내 조선사들은 서방 제재에 따라 러시아, 벨라루스 등으로 수출하는 선박·해양 시스템·장비가 정부의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작업 중단이 장기화하면서 현지에 투입된 기술인력 상당수는 한국으로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사업은 국내에서 제작한 선박 블록과 부품·자재 등을 즈베즈다 조선소로 가져가 조립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조선업체는 국내에서 제작된 러시아 수출용 선박 블록과 자재 등을 별도로 임대한 국내 창고 등에 쌓아두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조선업체들로부터 선박 자재 납품을 의뢰받은 협력업체들 역시 피해를 겪고 있다”면서 “선박 건조 지연에 따른 손실 비용 책임을 두고 즈베즈다 조선소 측과 국내 기업 간 분쟁도 불가피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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