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여파...중고차 시장에 불어 닥친 한파

신차 계약 포기 물량↑...내년에도 시장 위축 전망
박지성 기자 2022-12-29 09:23:35
[스마트에프엔=박지성 기자] 올해 초 차량용 반도체 난으로 인해 신차 출고가 지연되자 소비자들이 중고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되면서 중고차 업계는 함박웃음을 짓게 되는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현재 중고차 업계는 금리 상승 여파로 수요가 대폭 줄어들면서 매서운 한파가 불어 닥치고 있다. 설상가상 자동차 할부 금리 인상으로 신차 사전계약자들의 포기 물량이 나오고, 중고차 딜러들이 같은 이유로 차량 매입에 부담을 가지면서 한파를 맞고 있다.  

이는 올해 초와 비교했을 때 정반대되는 상황으로 중고차 업계는 홀가분한 연말을 보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도 계속해서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총 96만227대의 차량이 매입됐고 84만7673대가 판매됐다. 

현재 중고차 시장에서 팔리지 않은 재고 차량은 11만255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6만3840대와 비교하면 약 1.8배 높은 수준이다.

연간 재고 차량은 해마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 1만3954대였던 중고차 재고 물량은 △2019년 2만7194대 △2020년 6만902대 △2021년 6만3840대 △2022년(11월까지) 11만2554대로 나타났다.

재고 차량중 유형별로는 SUV 비율이 22.6%로 가장 높았다. 국내에서 약세를 보이는 왜건10.7%, 해치백 9.4%, 픽업트럭 8.5% 순이다. 이는 차량이 클수록, 가격이 비쌀수록 재고가 많이 쌓이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재고 비율은 48.7%, 싼타페 32.7%로 집계됐으며 기아 쏘렌토 또한 32.1%로 나타났다. 

유종별로는 경유 차량의 재고가 5만8088대로 가장 많았다.

수입차의 경우 토요타 자동차의 RAV4가 재고 비율 73.2%를 기록했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올해 RAV4를 534대 매입했으나 143대밖에 팔지 못하며 재고 차량은 391대에 달한다. 이외에 토요타 캠리 65.0%, 렉서스 RX 60.0%로 높은 재고율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 장안평 중고차 매매 시장. /사진=연합뉴스

할부 금리 인상 탓에 소비자 외면

이처럼 중고차 시장에서 재고가 넘쳐나는 이유는 올해 들어 급격히 치솟은 금리로 중고차 할부 금리의 법정 최고 수준까지 올랐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중고차 시장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금리 인상 여파로 신차를 계약했던 사전계약자들이 신차 계약 포기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소비자들이 굳이 중고차를 보지 않아도 신차를 바로 받아볼 수 있게 된 것도 한 몫을 했다. 

이달 중고차 할부 금리는 19%대까지 치솟았다. 이는 불과 1분기 만에 5~8%포인트 이상 오른 것으로 사실상 법정 최고금리인 20%에 육박한 수준이다.

이 같은 높은 금리 부담으로 인해 중고차 시장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중고차 시장에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기자 결국 중고차 거래 감소, 시세 하락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중고차 업계는 중고차 시장에서 재고 부담이 심화되자 일부 중고차 딜러들은 매입 물량 조절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차 딜러들 또한 차량 매입 시 금융사에서 빌리는 금리가 치솟으면서 이자 감당을 하지 못해 차량을 매입하지 못하는 악순환이다. 

아울러 중고차 수요가 급격히 감소해 시세 또한 하락하며 마진까지 축소된 상태다.

중고차 매매업체 케이카에 따르면 지난해 분기 평균 중고차 대당 마진은 156만원이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144만원으로 12만원(7.3%) 감소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점차 신차 출고 지연 사태가 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금리가 지속된다면 소비자들은 신차로 눈을 돌릴 것”이라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내년 중고차 시장은 어두워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내년부터 국내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허용됨에 따라 중고차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성 기자 capta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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