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주의 문화인사이드] 아제르바이잔에서 다시 느낀 K-열풍

이역만리(異域萬里) 타국에서 친구가 되는 순간들
이것이 바로 ‘문화의 힘’ 
2023-06-08 11:08:37
“한국에서 오셨죠? 제 딸이 BTS 팬, 아미랍니다. 한국 분들 너무 반가워요.”

아제르바이잔에서 묵었던 호텔의 메인 쉐프는 매일 아침 밝은 표정으로 기분 좋은 인사를 건넸다. 더구나 식사 때마다 홀에 나와 부족한 것은 없는지, 음식은 괜찮았는지 물으며 알뜰살뜰 정겹게 챙겨주기까지 했다. ‘친절’의 이유는 바로 그의 딸이 BTS의 열혈 팬이라는 것. 글로벌 스타와 같은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이역만리 타국에서 이런 호의를 받을 수 있으리라고는 짐작도 못 한 일이었다.

K-팝과 한류의 인기가 높다고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미처 몰랐다. 학술대회 참석차 찾은 머나먼 타국에서 ‘문화의 힘’을 절감한 순간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봄기운이 막 움트던 지난 3월. K-Culture와 관련한 조금 특별한 여행길에 올랐다. 튀르키예(옛 터키) 에르지예스대학교 중핵대학사업단의 주최로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에라캄(ERAKAM) 한국학 국제학술대회’에 발표자로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낯선 나라로의 여행은 설렘으로 시작했다. 직항 노선이 없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경유해 아제르바이잔에 도착했다. 아제르바이잔(Republic of Azerbaijan)은 카스피해 남서부 연안을 끼고, 러시아 남부와 이란 사이에 위치한 나라다. 

우리가 찾은 수도 바쿠는 카스피해 연안 최대 항구 도시. 생소하지만 매력적인 이 도시는 따뜻한 봄바람으로 우리 일행을 맞았다. 현지인들의 외모와 차림새, 그리고 언어가 주는 이국적인 분위기가 먼 나라에 왔음을 다시 상기시켰다.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도 잠시, 이방인을 대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은 뜻밖이었다. 먼저 인사를 건네는 그들의 환한 미소가 여행의 즐거움을 더했다.이런 모습이 가능했던 이유는, 아마도 그들과 공유하고 나눌 수 있었던 한국의 K-Culture가 그곳에도 폭넓게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난 3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한국학 학술대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런 분위기이다 보니 각국 연구자들이 모인 한국학 학술대회는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 됐다. 한국은 물론 튀르키예,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지역 7개국, 18개 대학에서 한국학 관련 연구자 50여 명이 참가해 정치, 경제, 역사, 문화, 언어, 사회, 문학 등 한국학의 제반 영역과 관련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어디를 가도 한국어를 쓰는 우리 일행을 발견하면 반갑게 “BTS 팬이에요” “한국 드라마 좋아해요” 등 친근감을 감추지 않았다. 단 몇 초 만에 수만km를 날아온 낯선 동양인이 현지인과 친구가 되는 순간들이다. 처음엔 멀기만 했던 아제르바이잔이 현지인의 따뜻한 환대와 교감으로 금세 친근하게 느껴졌다. 한 나라의 ‘문화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몸소 체험한 시간이었다.

K-Culture의 유행은 이제 세계적인 현상이다. 처음 해외에서 K-Culture가 각광받기 시작할 때만 해도 ‘우리 문화’에 세계인이 열광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의 대중문화가 세계 곳곳에서 열풍 이상의 위상을 가졌다는 점에 반문의 여지조차 없을 정도다. K-POP, K-Drama, K-Movie는 물론 K-Food, K-Beauty까지, 한국의 대중문화는 세계 곳곳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 스스로가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기에 이르렀다.

BTS를 비롯한 많은 K-POP 아티스트는 물론, 여러 분야 문화계 종사자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만나는 현지인들은 K-POP, K-Drama를 통해 먼 나라 한국을 알고 있었고, 좀처럼 만날 수 없었던 한국인을 만나 반가움을 표시했으니 말이다. 특히 ‘BTS’에 관한 화제는 끊이지 않았다. 같은 나라 사람이라는 것이 이토록 자랑스러웠던 적이 있었던가. 

우리에게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문화 국가라는 자긍심이 있다. 풍부한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고, 그 수준 또한 높게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도 문화산업이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되는 명분있는 이유이다. 

물론 현재 K-Culture의 성과에 만족해서는 안 될 것이다. 멈추지 말아야 한다. 전통문화와 현대문화의 조화로 진정한 한국 문화를 만들어가는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세계인의 더욱 공감하는 한국 문화를 창출하고 그 위상을 높이는 것. 앞으로 우리나라를 빛나게 할 핵심 가치가 될 것이다.

글·조현주 박사(문화콘텐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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