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전문가' 김인태·윤해진…NH농협생명, 無보험경력 경영진 선임 논란

9명 등기임원 중 5명, 보험 경력 전무
위기대응 미흡한 경영 실태…자본잠식 초래
금감원, NH농협생명 경영유의·개선 조치
권오철 기자 2023-06-08 17:22:50

[스마트에프엔=권오철 기자] NH농협생명이 보험업 경력이 없는 자를 대표이사 등 경영진으로 선임해 논란이다. '비전문가의 손'에 맡겨진 농협생명은 금리인상에 따른 위기에 대한 대응에 미흡했고, 그 결과 자본잠식·지급여력비율(RBC비율)하락을 맞이해야 했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협생명은 지난 5월 수시검사 결과 경영유의사항 3건, 개선 4건을 조치받았다. 해당 조치에서 농협생명은 경영진의 보험업 전문성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고 지적을 받았다. 

검사 당시 농협생명 전체 이사의 평균 보험업 경력은 4.8년에 불과하고, 5명의 이사(대표이사 1명, 사외이사 2명, 비상임이사 2명)는 최초 선임 당시를 기준으로 보험업 경력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취임한 윤해진 농협생명 대표도 마찬가지다. 윤 대표는 농협중앙회, 농협은행에 몸담았으나 보험 관련 경력은 없다. 김인태 전 대표(2021~2022년) 역시 농협중앙회, 농협은행, 농협금융지주를 거쳤을 뿐 보험 경력은 전무했다.  

윤해진 NH농협생명 대표. 사진=NH농협금융지주 

금감원은 "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회사의 주요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를 결정하므로 경영상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의 효율적 관리감독, 정책수립 및 평가 등에 필요한 전문성이 요구된다"면서 "(농협생명은) 대부분의 이사가 보험업 관련 경력이 없거나 미흡한 수준이므로 향후 보험업경력 등을 고려해 이사회를 구성하는 등 이사회의 전문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사회뿐만 아니라 업무집행책임자 구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최근 3년간(2020∼2022년) 선임된 농협생명의 업무집행책임자 대부분은 농협중앙회및농협은행 출신으로 보험업 관련 경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업무집행책임자의 보험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 부족은 위기상황 발생 시 적절한 대응을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이 같은 '비전문가 경영진'이 주도한 실제 경영 실태는 어땠을까?

농협생명은 연 1회 위험자본관리계획을 수립하고, 통합위험자본한도 및 이를 반영한 리스크별 위험자본 허용한도를 설정하고 있다. 이때 허용한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관된 기준을 유지함으로써 효과적이고 예측 가능한 위험량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농협생명은 매년 리스크유형별 관리기준을 변경하면서 변경사유의 적정성을 점검하거나 기준 변경에 따른 영향 분석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 리스크유형별 관리기준 수립 시 사전조치 발동기준을 전년 대비 완화해 사전조치 실효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뿐만 아니라, 농협생명은 2020년 9월 RBC비율 제고 등을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만기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재분류한 바 있다. 그 결과 순자산의 금리민감도가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 지난해 금리 급등의 영향으로 자본잠식(2022년 9월말)이 발생하고, RBC비율이 100%를 하회(2022년 10월말)했다. 

채권 재분류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중장기적으로 발생 가능한 금리변화 시나리오별 매도가능채권 평가손실액 및 RBC비율 영향에 대한 분석이 이뤄졌어야 했으나 농협생명은 단기적 금리하락 시나리오 분석에 그쳤다. 2020년 9월 24일 이사회에서 금리변동에 따른 RBC비율 영향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해서 대응책을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었으나, 이후 별도의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2021년 2월 말부터 매도가능채권 평가이익이 3개월 연속 임계치를 하회하자 리스크 점검 등의 조치를 취했으나, 금리 추가 상승에 대비한 구체적·실질적인 대응방안 마련 및 이행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농협생명은 2021년 하반기 시장금리 상승과 RBC비율 하락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자본확충 등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 외에도 위기상황 시나리오별 재무제표 영향 분석에서 금리상승 시 자본감소가 크게 발생하는 결과가 지속적으로 산출됐음에도, 별도의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등 자본감소 및 자본잠식 발생에 대비한 구체적인 대응방안 논의 및 마련이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생명 측은 금감원의 조치에 따라 보험 경력이 있는 경영진을 확대 영입할 계획이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현재 9명의 등기임원 중 4명이 보험 실무경험이 있다"면서 "향후 이사회 선정 시 보험경력을 고려해 더욱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무집행책임자는 당사 주력 채널인 농축협 영업 비중·정서 등을 고려해 검증된 인원을 임명한다"면서 "현재 내부 출신 2명이 포함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