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조원대 금융피해' MBI 피해자들 "현직 경찰관, 투자 권유하며 사기 방조"…검찰 고발

MBI 피해자들, 인천 소재 경찰서 경감 A씨 고발
"MBI 모집책 아내 도와 피해 키워…경찰 직무 유기"
A씨 "아내가 MBI 모집책인지 몰랐다" 혐의 부인
권오철 기자 2023-06-22 09:41:55
[스마트에프엔=권오철 기자] 국내에서만 8만여명의 피해자와 5조원대 피해액을 초래한 글로벌 금융사기집단 MBI의 사기 사건에 국내 현직 경찰관이 가담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MBI 피해자들은 해당 경찰관이 MBI 간부급 모집책인 아내를 도와 피해를 키웠다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해당 경찰관은 관련 혐의를 일체 부인했다. 

22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MBI피해자연합과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 등 8인은 지난 20일 인천 소재 경찰서 수사심사관(경감) A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관한법률위반 (사기)방조,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위반 방조, 직무유기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지난 20일 대검찰청 앞에서 MBI 피해자들과 약탈경제반대행동 관계자들이 현직 경찰관의 사기 방조 행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약탈경제반대행동  

본보가 입수한 고발장에 따르면 A씨의 부인 B씨는 2016년 12월부터 2019년 8월까지 MBI 인천센터장으로 있으면서 광고권 사업에 투자하면 암호화폐를 주는 방식으로 MBI 피해자들로부터 총 12억7000만원을 투자받았다. 하지만 해당 광고권 사업은 실체가 없었고, 암호화폐는 환전이 불가능한 전산상의 수치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그런데 A씨는 점심시간 또는 퇴근 후에 B씨가 개설한 MBI 투자자 모집 사무실에 들러 MBI 피해자들에게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MBI 밖에 없다"는 취지로 수차례 말하거나, B씨가 피해자들을 MBI 본사가 있는 말레이시아 페낭 및 두바이 아부다비로 데리고 갈 때 동행하면서 B씨의 투자금 편취·다단계판매조직을 이용한 재화 거래 없는 금전거래 행위를 방조했다고 한다. 

MBI는 총책-최상위모집책-그룹장-센터장-클럽장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조직이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다단계조직 또는 이와 유사한 단계적 가입 조직을 이용해 재화 등의 거래 없이 금전거래를 하거나 재화 등의 거래를 가장해 사실상 금전거래만을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B씨는 다단계판매조직인 MBI 센터장으로 있으면서 광고권 거래를 가장해 사실상 금전거래만을 했다는 지적이다. 

또 A씨가 B씨와 동행하며 MBI 본사가 있는 말레이시아로 갔던 2018년 3월은 MBI 한국총책 안성옥이 검찰의 소환에 불응해 말레이시아로 도주(2014년 9월)하고 지명수배를 받은 지 3년 6개월이 된 때였다. 더욱이 MBI 주범인 테디토우는 앞선 2017년 6월 말레이시아에서 체포된 상황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MBI 피해자들은 2018년 하반기부터 모집책들을 고소하기 시작했으나 A씨는 같은 해 11월 B씨 및 피해자들과 두바이까지 간 것이다. 피해자들은 B씨의 남편이 경찰이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 피해자들은 "A씨는 (B씨 범행 당시)인천지방경찰청 경찰관으로 있으면서 관할구역 내에서 범죄가 벌어지는 것을 인지하면 이에 대해 정보보고를 하고 제지하는 등으로 범죄를 예방해야 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부인 B씨의 사기, 방문판매법위반 행위를 제지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들과 친분을 쌓으며 투자를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수사경력 30년의 경찰관"이라며 "MBI가 불법다단계, 사기인지 모를 수 없다. 최소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부인의 다단계영업을 방조한 자가 수사심사관이라니 너무나 놀랍다"면서 "사정이 이러하니 MBI 모집책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다단계 영업을 방조한 경찰에게 수사를 맡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약탈경제반대행동 이민석 변호사는 "많은 경찰관들이 MBI에 투자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가담했다"고 지적하며 "MBI 관련 사건에 대해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를 강화하고,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직접 수사도 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A씨는 본보와 통화에서 "MBI 피해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하지 않았으며, 아내가 MBI 모집책인지도 몰랐다"는 취지로 입장을 밝히며 관련 혐의를 일체 부인했다. 그는 피해자들과 말레이시아, 두바이를 다녀온 것은 인정하면서도 "(단순) 관광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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