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값 3000원 시대 오나...10년 만에 원윳값 최대 폭 인상

홍선혜 기자 2023-07-31 11:23:05
[스마트에프엔=홍선혜 기자] '우유값 3000원 시대가 오나'.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지난 27일 원유 기본가격 조정 협상 소위원회 11차 회의에서 원윳값 인상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원유 가격은 ℓ당 88원, 가공유는 87원 오르며 흰우유 가격이 3000원을 웃돌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정부가 식품업계에 물가인상 자제를 요구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계는 그동안 계속해서 협상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인상폭에 대한 기싸움을 지속해왔다. 지난달 9일부터 협상 소위원회를 통해 진행해온 협상은 27일까지 총 11회 회의를 거치며 어렵게 협상이 타결됐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이 우유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홍선혜 기자
 

그러나 유업계는 웃지 못했다. 원윳값 상승으로 제품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인상은 2013년 106원 올린 뒤 10년 만에 가장 큰 인상폭이다. 

원유 ℓ당 가격은 사상 처음 1000원을 돌파해 1084원이 됐으며 치즈 등 가공 유제품 재료인 ‘가공유용 원유’는 ℓ당 87원 올라 887원이 된다.

정부는 최근 물가안정을 이유로 식품업계에 가격인하를 주문해 라면 값을 시작으로 기업들이 잇따라 가격을 내린 상태다. 지난 7일에는 농식품부가 서울우유를 비롯해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한국유가공협회 회원사 14곳에 가격인상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식품업계로서는 이같은 상황에서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는 입장이다. 앞서 유업계는 지난해 원유 가격이  ℓ당 49원으로 오르자 한차례 가격을 상향조정했다. 당시 ℓ당 흰우유 기준으로 서울우유협동조합은 6.6% 인상한 2800원대, 매일유업은 900㎖ 기준 9.57% 올려 2800원 후반이 됐다. 남양유업의 흰우유 가격 역시 동일한 용량으로 8.67% 올라 2800원대를 넘어섰다. 업계는 이번에 가격 조정이 이뤄진다면 우유 가격이 3000원 이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이번 원유가격 인상과 관련해 지난 28일 유업계에 물가 안정 협조를 주문했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이날 유업계에 "원유가격 인상이 과도한 흰우유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극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업계측은 이에 대해 각 업체가 구매해야 하는 음용유 물량을 축소할 수 있게 하고, 가공유를 지금과 같이 ℓ당 600원에 구매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유업계를 포함한 식품업계는 전반적으로 원재료 값, 가스비 등이 모두 올라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게다가 원윳값 인상으로 가격이 상향조정된다면 우유 뿐 아니라 관련 제품인 아이스크림이나 베이커리류 가격도 덩달아 움직이게 돼 소비자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우유가격 인상으로 아이스크림과 과자류 등도 각각 20%, 10% 올랐다.

다만 농식품부가 낙농제도를 개편해 올해부터는 원유 가격 인상에 생산비 뿐 아니라 시장 상황도 반영하게 해 인상 폭을 내렸다. 국내의 경우 빵류, 과자류 등의 원료 중 우유의 비율은 각각 5%, 1% 수준인 만큼 이런 가공식품에서는 원유 가격 인상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매일유업의 경우 지난 17일 컵커피 제품 14종의 가격을 내달 1일부터 100~200원 인하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마이카페라떼 마일드(22㎖)의 편의점 가격은 2200원에서 2100원, 바리스타룰스 에스프레소 라떼(250㎖)는 2700원에서 2600원으로 100원 내려간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물류비, 에너지 비용 등이 지속 상승해 내부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며 “당시 원유 값이 ℓ당 49원 올라 가격인상이 불가피했는데 이번에는 88원이나 올라 고심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내부에서 가격 인상을 검토중이며, 소비자 부담을 덜면서도 정부의 요구에 순응해 인상폭을 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아직 가격 인상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원윳값이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큰 폭으로 올라 회사에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낙농진흥회는 오는 8월10일 이사회에서 인상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며 인상가는 10월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우유가격 협상이 낙농제도 개편과 맞물리면서 낙농가와 유업계의 이견으로 9월 중순 첫 회의가 열려 10월16일 가격 인상분이 반영됐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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